국내 연구진들이 초속 100m 야구공과 맞먹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우주 입자가 처녀자리 은하단에서 발생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이는 물리학계 난제로 꼽히는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기원’을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우주공간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에 대해 연구한 사례는 전무했다.
류동수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교수는 강혜성 부산대 교수·이수창 충남대 교수와 함께 극한의 에너지를 가진 우주 입자인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처녀자리 은하단 내 천체에서 생성되고 이와 연결된 은하 필라멘트를 따라 떠돌다가 지구로 왔다는 가능성을 찾았다고 3일 밝혔다. 은하 필라멘트는 은하들이 가늘고 길게 나열된 공간적 분포를 말하며, 보통 은하단은 필라멘트가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다.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입자 중에서 높은 에너지를 가진 것을 ‘우주선’이라 하는데 그 중에서도 입자 하나의 에너지가 10의 18승 전자볼트(1018eV) 이상을 지니면 ‘초고에너지 우주선’이라고 부른다. 최대 10의 20승 전자볼트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인간이 지구에서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최대 에너지가 10의 13승 전자볼트다. 이와 비교하면 백만~천만배나 높은 에너지의 입자가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런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우주 입자가 어디서 어떻게 생성됐는지 물리학계 난제로 꼽혔다. 이에 물리학자들은 남반구와 북반구에 거대한 망원경을 설치해 초고에너지 우주선을 관측하면서 기원을 밝힐 자료를 모으고 있다. 이번 연구성과는 미국 유타주의 사막에 설치된 입자검출장치 ‘텔레스코프 어레이’를 통해 나왔다.
텔레스코프 어레이 국제공동실험그룹은 지난 2008년 5월11일부터 2013년 5월4일까지 초고에너지 우주선 72개를 검출했다. 국내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집중된 영역인 핫스팟에서 처녀자리 은하단과 은하 필라멘트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처녀자리 은하단 속 천체에서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생성됐고 은하 필라멘트를 따라 이동하다가 지구로 왔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묘사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초고에너지 우주선은 은하단 속 천체에서 만들어졌고 우주 공간 속 자기장과 상호작용하면서 은하 필라멘트를 따라 이동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다 일부 입자가 우리 은하 방향으로 튕겨져 지상에서 드문드문 검출되는 것으로 확인했다.
류 교수는 “처녀자리 은하단에는 ‘처녀자리 A 전파은하’처럼 초거대질량 블랙홀을 포함하는 활동성은하핵도 포함돼 있다”면서 “이런 은하와 은하단 충격파 등이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기원일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연구”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2일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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