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기 시장은 신제품 등장 주기가 매우 짧다. 나온 지 1년이 지났으면 이미 구형이고, 2년을 넘은 제품은 시장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3~4년 넘게 계속 팔리는 예외적인 제품이 없지 않다.
이런 제품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가성비'다. 톡톡 튀는 개성은 없지만, 성능 및 기능, 그리고 내구형 등의 기본기가 충실하며,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가 높다는 것도 이점이다. 2014년에 처음 출시되어 현재까지 꾸준하게 팔리고 있는 캐논의 잉크젯 복합기인 'E569(이코노믹 잉크)'도 그 중의 하나다.
가정 및 소규모 사무실에 적합한 아담한 외형
캐논 E569는 인쇄 및 스캔, 복사 기능을 갖춘 복합기로, 제품의 크기가 비교적 아담한 편(449 x 304 x 152mm)이라 가정 및 소규모 사무실에 어울리는 제품이다. 용지는 본체 전면 하단의 받침대를 통해 공급하며 일반 A4 용지 기준 100매의 적재가 가능하다. 받침대에 달린 용지 가이드의 너비를 조정해 레터 용지나 4 x 6 포토용지 등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용지 트레이 바로 위쪽의 커버를 열면 결과물을 출력하는 트레이가 나타난다. 최대 50매까지 출력물을 담을 수 있다.
각종 조작 및 확인용 인터페이스는 본체 상단 좌측에 모여 있다. 이를 통해 전원, 중지, 복사(컬러/흑백), 와이파이 간편 연결(WPS), 용지 규격 변경(A4/4x6) 등의 주요 기능을 원터치로 할 수 있다.
구조 심플하지만 필수기능은 빠짐 없이 탑재
제품 상단의 커버를 들면 A4 사이즈의 평판 스캐너가 모습을 드러낸다. 광학 해상도가 1200 x 2400dpi로 높은 편이라 제법 고품질의 스캔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으며, 본체 상단의 복사 버튼을 이용해 PC 연결 없이도 간단히 원고를 복사할 수 있다. 가정이나 소규모 사무실이라면 이 정도로 충분하겠지만 하루에 수십~수백 매를 복사해야 하는 큰 사무실이라면 ADF(자동 연속 원고 공급장치)를 탑재한 본격적인 사무용 복합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본체 후면의 연결 인터페이스는 전원 포트 및 PC 연결용 USB-B 포트만으로 이루어진 심플한 구성이다. 그 외에 내부적으로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케이블 없이도 PC나 모바일 기기를 연결해 원격 출력이 가능하며, 네트워크를 공유하는(같은 공유기에 연결된) 복수의 단말기에서 캐논 E569를 공유 프린터로 삼아 협업할 수도 있다. 그 외에 본체 후면의 커버를 열면 용지 롤러를 비롯한 내부의 핵심 부품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작업 중 용지가 얼렸을 때 손쉽게 이를 제거하는 것도 가능하다.
와이파이를 통한 모바일, 원격 출력 기능도 지원
모바일 기기에서 이용하고자 할 경우, 가장 쉬운 방법은 캐논 프린터 전용 앱인 'Canon PRINT'를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사용자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설치해서 쓰는 것이다. 모바일 기기에 담긴 사진이나 문서(PDF, MS 오피스 문서 등)를 손쉽게 출력할 수 있으며 스캔한 문서를 모바일 기기에 저장할 수도 있다.
그리고 캐논 IJ 클라우드 프린팅 센터 서비스에 접속하거나 구글 클라우드 프린트 앱을 모바일 기기에 설치해 이용한다면 시간과 장소에 관계 없는 원격 출력이 가능하다. 집 바깥에 있는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집 안에 있는 캐논 E569로 문서나 사진의 출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캐논 E569는 팩스 기능이 없기 때문에 클라우드 기능을 이용해 이런 아쉬움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경제성과 관리 편의성 동시에 만족시키는 노즐 일체형 카트리지
캐논 E569가 이용하는 잉크 카트리지는 검정은 캐논 PG-64, 컬러는 캐논 CL-74 규격이다. 이 잉크 카트리지의 가장 큰 특징은 노즐 일체형 카트리지라는 점, 그리고 경제성이 괜찮다는 점이다. 본래 캐논의 프린터는 경쟁사의 피에조 방식 대비 노즐 막힘이 그다지 발생하지 않는 버블젯 방식이긴 하지만, 이 역시 너무 장기간 출력을 하지 않으면 노즐이 막힐 가능성이 없지 않다. 본체 고정형 노즐을 탑재한 기종이라면 노즐이 막혔을 때 수리 절차나 수리 비용 때문에 여러모로 골치가 아프기 마련인데, 캐논 E569의 경우는 잉크 카트리지만 교체하면 노즐까지 교체되므로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
카트리지의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출력량도 많은 편이다. 2018년 12월 기준 캐논 PG-64 카트리지(검정)는 1만 5,740원, CL-74(컬러) 카트리지는 1만 5,490원에 살 수 있다. 검정 카트리지는 800매나 출력이 가능하며, 컬러 카트리지의 경우는 300매 출력이 가능한데, 이 역시 3색(빨강, 노랑, 파랑)의 잉크를 하나의 카트리지에 담고 있는 형태를 고려하면 적지 않은 출력량이다. 물론 잉크를 가득 채우면 수천 매를 출력할 수 있는 무한잉크 제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장당 출력 비용만 따지면 캐논 E569의 경제성도 탁월하다 할 수 있다.
출력 속도와 품질은?
직접 인쇄물을 출력하며 출력 속도 및 품질도 확인해봤다. 제조사에서 밝힌 캐논 E569의 인쇄 해상도는 4,800 x 1,200dpi, 출력 속도는 흑백 9.9ipm, 컬러 5.7ipm으로 준수한 사양을 갖췄다. A4 규격의 일반 흑백문서 출력을 해보니 표준 모드에선 최초 1매를 출력하는데 약 15초가 걸린 후, 이후부터는 약 6초에 1매씩 출력한다. 잉크를 절약할 수 있는 초안 모드의 경우도 출력 속도는 거의 같았다. 그리고 고품질 모드의 경우는 최초 1매를 출력하는 데 약 42초, 이후부터는 약 35초에 1매씩 출력되어 다소 느린 느낌이다.
출력 품질의 경우는 각 모드별로 확연히 구분이 된다. 당연히 고품질 모드가 가장 선명하고 초안 모드는 다소 흐릿하다. 표준 모드도 충분히 쓸 만은 하지만 레이저 프린터 수준의 선명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텍스트의 선명도가 중요하다면 느린 속도를 감수하더라도 고품질 모드를 써야 할 듯 하다. 참고로 캐논 E569는 자동 양면 인쇄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를 활성화 하면 한쪽 면의 인쇄를 마친 뒤 다시 이를 빨아들여서 반대쪽에도 인쇄를 한 후 작업을 마치게 된다. 제품의 가격대를 생각해 보면 의외의 고급 기능이다.
10 x 15cm(4 x 6 inch) 크기의 사진 전용지(광택용지)를 이용한 사진 출력도 해봤다. 표준 모드의 경우는 1매를 출력하는 데 약 1분 10초, 고품질 모드에선 1분 47초가 걸렸다. 두 모드 사이의 출력 속도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데, 표준 모드에서 출력한 사진도 상당히 품질이 좋기 때문에 굳이 고품질 모드를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특히 원본의 색감을 상당히 충실하게 재현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용지 주변의 여백없이 결과물을 출력할 수 있는 ‘경계면 없이 인쇄’ 기능을 지원하는 점도 보급형 제품과 차별화된 부분이다.
출력량 적은 가정에 적합, 가성비가 최대 경쟁력
최근 잉크젯 프린터/복합기 시장은 극히 낮은 장당 출력 비용을 강조하는 무한잉크 제품군, 혹은 각종 고급기능을 갖춘 사무용 제품군이 주력이다. 캐논 E569는 위와 같은 개성이나 특색을 갖추지는 못했다. 대신 일반 일반 카트리지형 제품 중에서는 최상위권의 경제성을 제공하며, 노즐 일체형 카트리지 덕분에 관리가 편하다. 그리고 자동 양면 인쇄 기능 및 여백 없는 출력 기능, 와이파이 기능 등, 최근 프린팅 환경에서 요구하는 주요 부가기능을 거의 빠짐 없이 갖추고 있다.
출력 속도가 아주 빠른 편은 아니며, 텍스트 문서의 선명함이 다소 떨어지는 등의 일부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제품 가격(2018년 12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 9만 4,000원) 및 전반적인 기능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납득할 만 하다. 특히 월 수십 매 이하 수준으로 출력량이 적은 가정이라면 이보다 비싼 무한잉크 제품군을 굳이 살 필요 없이, 캐논 E569 정도의 복합기가 더 적합할 수 있다. 출시된 지 제법 된 제품임에도 아직 꾸준히 팔리는 건 이러한 경제성과 가성비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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