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들의 국내 시장 공략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굴지의 대기업부터 NC소프트, 넥슨, 블루홀, 펄어비스 등 중견 게임 개발사와 수 많은 스타트업까지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하려는 국내의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심지어 대한항공, 제주항공 등 온프레미스(자체 인프라)를 이용하던 기업까지 클라우드로 전환시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그동안 클라우드가 진입하지 못했던 불모지로 여겨지던 금융 업계의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은행, 보험 등 금융 기업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위 두 업체뿐만 아니라 알리바바클라우드, 구글클라우드플랫폼(GCP), IBM, 오라클 등 3~6위 업체들도 자사만의 독특한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국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알리바바클라우드의 경우 기업이 중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할때 가장 효율적인 플랫폼임을 강조하고 있고, GCP의 경우 업계 최고 수준의 빅데이터 분석 및 인공지능 개발용 API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IBM, 오라클 등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등 자사의 기존 사업과 연계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이며 국내 시장에 상륙했다.
하지만 국내의 클라우드 기업들이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의 상륙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 규모 면에서 이들과 경쟁하는 것은 어렵지만, 대신 다양한 특화 서비스를 선보이며 국내 기업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고 있다.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레퍼런스(서비스 사례)를 확보한 후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아태지역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특화된 전략을 내세우는 국내 클라우드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네이버클라우드플랫폼(NCP)', 'NHN토스트', '카페24' 등을 들 수 있다. NCP의 경우 인공지능과 공공기관 클라우드를, NHN토스트의 경우 게임 서비스에 특화된 클라우드임을 강조하고 있다. 카페24는 쇼핑몰 업체에 특화된 클라우드 및 호스팅 서비스를 내세우며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들이 진입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공략 중이다.
NCP는 네이버의 인프라를 관리하는 자회사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이 선보인 클라우드 서비스다. 지난 20년 동안 네이버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업에게 다양한 인프라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NCP가 내세우는 가장 큰 강점은 인공지능과 공공 클라우드다. 네이버가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인 '클로바'와 신경망 번역 서비스인 '파파고'를 개발하면서 얻은 기술과 노하우를 API 형태로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컴퓨터비전, 자연어처리, 음성인식 등 인공지능에게 요구되는 능력을 빠르고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텐서플로와 같은 인공지능 오픈소스 라이브러리와 챗봇 개발을 위한 API도 함께 제공해 인공지능 개발을 원하는 기업들의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기업 가운데 이렇게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 대등한 인공지능 API를 제공하는 곳은 NCP가 유일하다는 평가다.
공공기관을 위해 물리적으로 분리된 인프라와 전용 관리 콘솔을 제공하는 것도 NBP만의 강점이다. 공공기관이 민원인들에게 이상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전용 재해복구 서비스와 보안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글로벌 클라우드의 경우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규정한 국내 공공 클라우드를 위한 필수요건을 만족시키는 경우가 드물지만, NCP의 경우 이러한 필수요건을 모두 만족시킴으로써 공공기관들이 클라우드를 이용하는데 생길 수 있는 제약을 없애고 있다.
NHN토스트는 한게임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온라인 게임을 운영해본 경험을 보유한 NHN엔터테인먼트가 자사의 기술과 노하우를 결집시켜 선보인 클라우드 서비스다. NHN토스트의 가장 큰 특징은 중소규모 게임업체를 위해 게임 개발 및 운영에 특화된 클라우드 서비스인 '게임베이스'를 제공하고 있는 점이다. 게임베이스는 게임운영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SDK(소프트웨어개빌키트) 형태로 제공해 게임개발사가 게임 운영에 대한 부담없이 게임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서버 운영, 리소스 관리, 게임 배포,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등 온라인(+모바일) 게임 개발 및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두 업체는 특화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클라우드 본연의 인프라 서비스에 소홀한 것은 결코 아니다. 서버, 스토리지,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크 등 모든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기업이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오토 스케일링, 보안, 데이터 분석 등 클라우드의 필수 기능 등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운영 자동화(서버리스 컴퓨팅), 인공지능 하드웨어(AI 가속기) 등도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에 추가하거나 추가할 예정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본연의 기능을 탄탄히 다진 후 특화 서비스 개발에 나선 것이다.
카페24는 홈페이지 구축, 결제, 이미지 처리 등 쇼핑몰 업체를 위한 다양한 SDK와 API를 제공하며 쇼핑몰 특화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페24의 올해 목표는 일본 시장 공략과 호스팅 레벨에 머무르고 있던 기존 서비스를 고도화해 클라우드 레벨로 탈바꿈 시키는 것이다. 쇼핑몰에 특화된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개발 인력과 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영세 쇼핑몰 업체들도 고도화된 IT 기술의 혜택을 쉽고 빠르게 누릴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한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자본적, 기술적 우위를 가진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들이 국내 시장까지 잠식하는 것은 어쩔수 없는 흐름이지만, 그렇다고 국내 클라우드 업체들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전체 클라우드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내 클라우드 업체도 시장에서 나름 확고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2019년 국내 클라우드 시장 상황을 분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