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탓이라고 방심했는데…노안과 안과질환 구분하는 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5일 16시 34분


정소향 서울성모병원 안센터 교수가 이선애(가명) 씨의 눈을 검사하고 있다. 정 교수는 매년 1회 정도는 검사를 받아 백내장, 녹내장 등의 안과 질환을 조기발견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정소향 서울성모병원 안센터 교수가 이선애(가명) 씨의 눈을 검사하고 있다. 정 교수는 매년 1회 정도는 검사를 받아 백내장, 녹내장 등의 안과 질환을 조기발견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주부 이선애(가명·65·여) 씨는 1년 전부터 자신도 모르게 눈을 자주 깜빡였다. 가까운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노안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얼마 후 눈꺼풀 안쪽과 눈동자 부분에서 통증이 나타났다. 날카로운 것으로 콕콕 찌르는 느낌이었다. 덜컥 겁이 났다. 당장 약국으로 달려가 인공눈물을 사서 매일 두 세 차례 눈에 넣었다. 그래도 불안했다. 돌이켜보니 지금까지 안과에서 제대로 검진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이 씨가 정소향 서울성모병원 안센터 교수를 찾아 궁금증을 풀었다.

● 노안이라 방심 말고 안과 검진부터 받아야

정 교수는 우선 세극등현미경 검사를 시행했다. 안과에서 가장 기본적인 검사로, 빛을 쏘아 현미경으로 눈 상태를 체크한다. 눈꺼풀, 결막, 각막, 수정체 등의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이 검사를 통해 이 씨의 눈물막 상태와 염증 유무도 살펴봤다.

검사 시간은 5분 남짓. 정 교수는 “약간의 안구건조증이 있지만 일단 백내장이나 녹내장이 의심되지는 않는다. 비교적 건강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간헐적인 통증이나 깜빡임 또한 노화 현상으로 나타난 것으로 추정했다. 정 교수는 이어 “당분간은 인공눈물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불편한 증세가 나타나면 추가 검진을 하는 게 좋겠다”고 처방했다.

심각한 병에 걸린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지만 사실 노안 자체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요리하는 일에서부터 자동차 운전할 때 계기판을 읽는 일까지, 모든 분야에서 능력이 떨어진다. 당연히 행동이 위축되고 사고의 위험도 커진다.

정 교수는 노안에 대처하는 요령을 일러줬다. 우선 눈의 피로부터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 피사체와 눈 사이의 거리를 적절히 두고 글씨를 키워서 눈을 찌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두운 데서 책이나 휴대폰을 보는 것은 절대 금물. 밝은 곳에서 사물을 보면 동공의 크기가 작아져 피로감이 덜하다. 30분 동안 집중했다면 단 몇 분이라도 눈을 감고 피로를 해소하는 것도 좋은 방법.

정 교수는 이 씨의 눈 건강 상태가 양호하지만 지금까지 안과 검진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은 ‘위험 요소’로 진단했다. 정 교수는 더 정확한 눈 상태를 알기 위해 안저검사를 받을 것을 권했다. 안저검사는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 등 심각한 질병까지 찾아낼 수 있다. 주변의 작은 병원에서도 검사가 가능하다.

● 백내장, 수술로 간편하게 치료

이 씨는 “사실 백내장이나 녹내장 같은 병에 걸린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안구건조증이 심해지면 혹시 그런 병에 걸릴 수도 있는지 물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안과 질환은 다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원인과 증세가 모두 다르다”라고 말했다.

백내장은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눈다. 후천성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안과 질환이다. 노화에 따른 질병이란 이야기다. 때로는 외상이나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다른 질병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추가로 박 교수는 “다른 질환 때문에 복용하는 약들이 백내장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관절염 스테로이드 약, 정신과 분야와 심장 계통의 약이 그렇다. 백내장 진단을 받고 치료할 경우에는 이런 약품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백내장은 초기부터 증세가 나타난다. 시력이 떨어지는 게 대표적이다. 40대 이후 갑자기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면 백내장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 간혹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녹내장이나 황반변성이 원인일 수도 있다. 그러니 노안이려니 하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백내장은 수술로 치료한다. 뿌연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 수정체를 삽입한다. 과거에는 복잡한 수술이었지만 최근에는 대학병원의 경우 대부분 20~30분 이내에 끝난다. 따라서 굳이 입원하지도 않는다.

눈을 보호하는 것이 백내장 예방의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쓰고 외출하도록 한다. 미세먼지에 노출된 후로는 깨끗이 얼굴을 씻고, 안구건조증을 막기 위해 습도를 조절하는 정도다. 물론 금연은 필수다.

● 3대 실명 질환, 조기 발견이 중요

많은 사람들이 백내장과 녹내장이 비슷한 질병이라 여긴다. 아니다. 백내장은 빨리 발견해서 수술을 받으면 금세 좋아진다. 하지만 녹내장은 완치가 불가능하다. 방치하면 실명할 수도 있다.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을 3대 실명질환이라 부른다. 3대 질환에 가장 치명적인 위험 요소는 흡연이다. 담배부터 끊어야 할 이유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좁아지는 병이다. 40대 이상 중년 50명 중 1명꼴로 녹내장에 걸린다. 하지만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환자도 의외로 많다. 증세가 전혀 나타나지 않아 녹내장에 걸렸는데도 방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시야가 상당히 좁아졌다고 느낀다면 이미 상당히 병이 진행됐을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안압이 높으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안압이 정상범위(10~21mmHg)를 넘어섰다면 안과에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대한안과학회는 만 40세 이후로는 매년 1회 이상 안과 검진을 받기를 권고한다. 안저검사를 통해 녹내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추가로 시신경검사와 시야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정 교수는 “한국인에게는 정상 안압인 데도 녹내장이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니 검진은 필수다”라고 말했다.

녹내장으로 진단되면 하루 1회 혹은 2회 안압을 떨어뜨리는 약물을 눈에 넣는다. 다른 치료법은 없다. 안압을 낮춰 시신경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다. 만약 안압이 떨어지지 않으면 수술을 통해 안압을 낮춘다.

황반변성은 황반이란 조직에 변성이 일어나 시력 장애를 일으키는 병이다. 시세포의 대부분이 황반에 모여 있어 이곳에 손상이 일어나면 시력을 잃을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생기는 병이다. 녹내장과 마찬가지로 이 두 질환 또한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 황반변성의 경우 시력이 떨어지는 증세가 가장 먼저 나타난다.

진단과 상담을 마친 이 씨는 “그동안 눈 건강은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너무 방치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장 안저검사부터 예약해야겠다”라고 말했다.

<눈 건강을 위한 9대 생활수칙>

① 40세 이상 성인은 정기적으로 눈 검사를 받는다.
② 성인의 눈 건강에 위협이 되는 당뇨병과 고혈압, 고지혈증을 꾸준히 치료한다.
③ 콘택트렌즈를 착용할 때 안과 의사와 상담한다.
④ 담배를 끊는다.
⑤ 외출 시에 자외선 차단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한다.
⑥ 실내 온도와 습도를 적절히 하고 장시간 컴퓨터 사용을 자제한다.
⑦ 지나친 근거리 작업을 피하고 실내조명을 밝게 유지한다.
⑧ 작업과 운동 시에 적절한 안전보호 장구를 착용한다.
⑨ (어린이의 경우) 만 4세 이전에 약시 조기 발견을 위한 시력검사를 받는다.

자료 : 대한안과학회

노안과 안과질환 구분하는 법은? ▼

40대를 넘어서면 눈의 노화가 당연히 진행된다. 그러다보니 노안과 안과질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증세별로 노안 여부를 잘 살펴야 한다. 노안에 대해 정소향 교수의 추가 설명을 들었다.

● 노안과 질병을 구분하라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진다는 말이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눈물이 생기면 눈 주변의 근육이 움직여 코 뒤쪽의 ‘눈물길’을 통해 흘려보낸다. 나이가 들면 이 길이 종종 막힌다. 그러니 눈물이 고였다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이다. 다만 이런 증세가 자주 나타나거나 심해진다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눈을 자주 깜빡이거나 통증이 가끔 나타나는 것도 노안의 증세다. 피로나 스트레스, 안구건조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일단 인공눈물을 지속적으로 넣어주는 게 좋다. 하루 4회 정도가 적당하다. 다만 의사의 상담을 받는 게 좋다. 스스로 처방을 내려 인공눈물만 넣다가 각막 손상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인공눈물을 넣어도 눈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검사를 받는 게 필요하다. 눈 깜빡임도 방치하면 얼굴 전체로 확산되거나 안검경련이라는 병으로 악화할 수 있다. 증세가 반복되면 이 또한 검사가 필요하다.

● 수술로 노안 고칠 수 있나

최근 의원이나 안과 전문병원을 표방하는 의료기관에서 노안 수술을 적극 홍보한다. 수술을 받으면 노안이 사라질까. 정 교수는 “근본적인 해법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보통 노안 교정 수술은 △레이저로 각막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방법 △각막 내에 보형물을 삽입하는 방법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법 등이 있다. 하지만 각각의 방법이 모두 부작용이 따른다. 노안의 원인인 ‘수정체와 섬모체근의 조절력 약화’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레이저 시술의 경우 곧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보형물은 각막혼탁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많아 현재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다초점인공수정체 삽입은 백내장이 있는 환자를 상대로 수술할 때 동시에 진행한다. 이 경우에도 근거리 시력은 향상되지만 원거리 시력은 큰 변화가 없으며 야간의 빛 번짐, 눈부심 등의 부작용이 있다.

정 교수는 수술이 아닌 안경을 이용해 노안을 교정할 것을 권했다. 안과 검사를 통해 본인의 눈에 맞는 돋보기나 다초점 안경을 맞추어 착용하는 것이 좋다. 2년마다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안경을 바꾸도록 한다.


▼ 정소향 교수는 누구? ▼

정소향 서울성모병원 안센터 교수(45·여)는 치료와 연구의 모든 분야에서 주목받는 ‘젊은 베스트닥터’로 꼽힌다.

정 교수는 외상으로 인해 발생한 백내장이나 노안을 동반한 백내장 수술, 각막 이식이 필요한 백내장 수술 등 고난도의 백내장 수술 전문가다. 현재 한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의 학술 이사를 맡고 있다.

수술 전에는 환자의 정보를 직접 세세하게 살핀다. 환자의 정보를 얼마나 아느냐에 따라 수술 성과도 좋아질 수 있다 믿기 때문이다. 환자가 스트레스를 덜 받게 배려해주는 의사로도 유명하다. 정 교수는 현재 서울성모병원 CS(고객만족) 센터의 부장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전체 인구의 40% 정도가 한 번쯤은 걸려본 눈 마름(안구건조) 치료를 위해 ‘건성안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난치성 각막·결막 질환 치료로 연구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미 알레르기 결막염, 안구 표면의 점막 면역체계 이상 등에 대한 연구를 여러 국제 저널에 게재한 바 있다. 줄기세포를 치료에 활용하기도 한다. 정 교수는 미국 뉴욕줄기세포연구소에서 2년간 ‘윤부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돌아온 후 각막 질환 환자에게 이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임상 시험을 주도하고 있다. 윤부 줄기세포는 각막 상피세포의 재생을 도와 각막을 투명하게 한다. 이밖에 입이 마르고 눈이 건조해지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쇼그렌 증후군의 발병 원리와, 환자별 맞춤 치료를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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