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빙하기 시대처럼 매우 낮은 온도나 용암 속과 같이 매우 높은 온도에서 생존할 수 없다. 산소가 거의 없는 우주나 압력이 높은 심해에서도 견디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같은 ‘극한환경’에서도 생존하는 ‘극한생물’이 속속 발견되면서 우주나 심해 탐사 등에 진일보가 기대되고 있다.
고생물학자인 데이비드 하우드 미국 네브래스카대 교수 연구팀은 남극 밑 얼음 빙저호인 ‘메르세르’(Mercer) 호수에서 약 한 달여간의 시추 작업 끝에 지하 1068m에서 약 1~1.5mm 크기 완보동물의 일종인 ‘물곰’을 찾았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18일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완보동물은 보통 1mm 내외의 작은크기로, 4쌍이나 8쌍의 다리를 지녔다. 천천히 걸어 완보동물이라 한다. 그 중에서도 물곰은 물 속을 헤엄치는 곰같이 생겨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견한 동물이 1만년 전에서 최대 12만년 전 연못과 하천에서 서식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섭씨 영하 273도부터 151도까지 극저·극고온은 모두 견디는 것은 물론 수십 년 동안 물과 음식이 없어도 생존할 수 있다. 일반 동물들이 10~20그레이(Gy)에 노출되면 목숨을 잃지만 물곰은 5700Gy까지 견딜 수 있다. 특히 지상 기압보다 6000배 이상의 압력을 버틸 수 있다고 본다.
25억년 전 지구 미생물이 산소가 아닌 황산염으로 호흡했다는 사실을 증명한 연구 결과도 최근 발표됐다. 무산소 환경에서 미생물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신민섭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결과를 지난 16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했다.
45억년 전 탄생한 지구는 탄생 이후 20억년 동안 대기 중 산소 농도가 거의 없었다. 이런 탓에 산소를 이용해 호흡하는 생명체는 활동이 어려웠고 황산염으로 호흡하는 미생물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공룡 뼈와 같이 물리적 화석이 아닌 효소 반응 속도 차이를 이용한 화학적 화석을 연구해 이러한 결과를 확인했다. 과거 생명 활동은 물론 외계행성 물질에의 생명 활동을 추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김치의 주요 재료 중 하나인 천일염에서 열과 염분에 잘 견디는 극한 미생물을 지난 2018년 5월 국내 연구진이 찾았다. 새로 확인한 고균의 이름은 나트리네마 속 ‘CBA1119T’로 세균과 같이 핵이 없는 원핵생물이다. 극고온은 아니지만 35~45도에서 잘 자라는 비슷한 균과 달리 50~55℃ 높은 온도에서 잘 자란다. 최대 66℃에서도 살아남는 것으로 확인했다. 또 높은 염분환경인 소금 농도가 20% 이상의 고염 환경에서 잘 자랐다. 이 연구 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다.
이보다 앞서 심해 8000m 이상이 깊이 수심에서 발견된 꼼치 2종도 있었다.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엄청난 압력을 견디며 생명을 유지하는 종인 것이다. 또 수심 5000m에서 온도가 450도 이상인 심해 열수구에서 사는 새우도 발견된적이 있다. 방사선저항성이 높은 미생물로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지역에서도 살아남은 미생물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두란스’가 있다. 사람의 방사선저항성의 1400배가 넘는다.
이러한 극한생물들은 신종 생물 발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연구진들은 극한생물을 찾는 것에 넘어서 생물들이 어떻게 극한환경에서 잘 살아 남는지에 대한 생존 기작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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