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들 은퇴하면 걱정이에요. 어떻게 해야 하나.. 머잖아 그만두신다는 얘기도 있는데.."
최근 레트로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각종 게임기 장인들의 은퇴를 앞두고 걱정이 한참이다. 80년대부터 90년대에 출시됐던 게임기들이나 CRT 모니터들이 고장나면 수리를 맡겨야 하는데, 수리를 맡길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80~90년대 감성을 고집하는 40~60대 게이머들>
걱정을 하는 이들은 청소년 시기에 레트로 게임을 즐기던 현재의 40~60대들이다. 어린 시절에 이들이 경험해온 게임들은 현재의 게임들과는 사뭇 다르다.
게임을 하고 싶으면 스마트폰이나 플레이스테이션4, 스위치 등의 최신 게임기로 즐기면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볼록하고 뒤통수가 튀어나온 CRT 모니터와 선명한 스캔라인, 강렬한 콘트라스트, 그리고 길죽한 몽둥이 형태의 레버에 대한 추억을 가진 그들은 평면 LCD에서 표현되는 게임의 화면이 탐탁치 않다. 과거의 아날로그 감성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의 옥션이나 옛날 가전제품 가게를 돌면서 과거의 CRT 브라운관이나 오락실에서 구동되던 게임기판을 손에 넣어보지만, 30년이 훌쩍 지난 기기들이라 고장나기 일쑤다. 결국은 수리를 위해 백방으로 알아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런 레트로 게임의 수리의 장인들이 하나둘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 레트로 게임 매니아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이유다.
<대림상가의 수리 장인들, 아직은 '수리중'>
현재 매니아들이 기기 수리를 위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림상가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 4가역 인근에 위치한 대림상가는 국내의 게임센터용 게임기 분야에서 마지막 보루로 인식되고 있다.
이곳에서 게임기판의 수리는 '제일컨트롤전자'가 으뜸으로 꼽힌다. 이 상가에서는 아직도 80~90년대 게임기판을 취급하고 있는데, 상가의 상인들도 기판이 고장날 경우 제일컨트롤전자에서 수리를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리를 맡아줄 곳이 사라지다시피 하다보니 상인들 조차 이곳의 눈치를 보는 형편이다.
CRT 모니터의 경우 '아이큐전자'에서 거의 담당한다. 과거 오락실의 게임기들에 장착된 CRT 브라운관부터 일제 브라운관, 가정용 TV에 이르기까지 척척 수리를 하고 있으며, 덕분에 CRT 모니터를 새로 구입하는 매니아들도 기기가 고장날 경우 이곳을 애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게임기에 대한 부품은 '삼덕사'가 대부분의 수리 및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스틱이나 버튼 등이 고장나면 이곳에서 물품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림상가가 매니아들의 성지가 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후계자 육성은 불가..레트로 게임도 역사의 뒤안길로>
아직까지는 이렇게 수리 장인분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사실 앞으로의 향방은 알 수 없다. 장인분들의 연세가 환갑을 넘었거나 가깝고 언제까지 수리업을 유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림상가와 비슷한 영업을 하던 영등포상가의 경우 기판의 수리를 담당하던 사장님이 은퇴해 수리의 명맥이 끊겼다.
일각에서는 후계자를 육성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밥벌이가 되기 쉽지 않은 '사양사업'인데다 워낙 복잡한 기술을 요하는 부분이어서 후계자 육성이 쉽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수천 개의 게임기판을 일일이 찾아서 증상에 맞게 수리하는 건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부품이나 형태가 전혀 다른 CRT 모니터를 고압 위험을 감수하며 선명하게 맞추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나 경험이 쌓여야만 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적어도 2년은 전적으로 매달려서 다루어봐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때문에 이들 장인들은 당장은 자신들이 수리를 담당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기가 고장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귀띔한다.
습기가 차지 않은 건조한 환경을 유지하고,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은 기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작동시켜줘야 한다는 것. 콘덴서 상태도 확인하고 누액이 생기지 않도록 건전지를 빼놓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또한 정기적으로 '전기밥'을 먹여줘야 레트로 게임기를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장인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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