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피’ 남극빙어, 혹한의 남극바다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26일 13시 18분


국내 연구진이 척추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피가 흰색인 ‘남극빙어(Icefish·Chaenocephalus aceratus)’ 게놈 분석을 완성했다. 이번 연구는 겨울철 한파로 인한 양식 어류의 폐사 예방 등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극지연구소(소장 윤호일)는 남극빙어 게놈 분석을 완성했다고 26일 밝혔다.

남극빙어의 피가 하얀 이유는 혈액을 붉게 만드는 헤모글로빈이 없기 때문이다. 헤모글로빈은 체내로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산소가 많이 녹아있는 남극 바다에서는 쓰임이 적어 사라지는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연구팀은 남극빙어에서 3만0773개의 유전자를 확인했다. 이전에 게놈 분석을 마친 남극대구, 드래곤피쉬(Dragonfish) 등 다른 어류와의 비교 분석을 통해 차가운 바다에서 남극빙어가 살아남은 전략을 찾아냈다.

남극 어류는 일반 어류에 비해,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의 밀도가 높아 활성산소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내를 손상시킬 수 있는 활성산소의 해독 기작은 그동안 관련 연구가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밝혀졌다.

활성산소를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 ‘NQO(NAD(P)H:quinone acceptor oxidoreductase)’가 남극빙어에서 33개로 증가하고, 또 다른 활성산소 억제 유전자 ‘SOD3(Superoxide dismutase 3)’는 남극어류 가운데 유일하게 남극빙어에서만 3배 늘어난 사실이 확인됐다.

남극 어류의 가장 큰 특징인 영하의 수온에도 얼지 않는 ‘결빙방지단백질(Antifreeze glyco protein·AFGP)’의 유전적 기원과 어린 치어 때부터 극저온의 바다를 견뎌낼 수 있는 유전자 ‘Zona pellucida gene’가 남극빙어에 일반 어류보다 4배 이상 많다는 점도 새롭게 찾아냈다.

또 낮이나 밤이 하루 종일 계속되는 백야와 극야를 오랜 기간 겪으면서 생체시계와 관련된 일부 유전자 ‘period gene’과 ‘cryptochrome gene’의 손실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남극 바다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122종의 남극 고유 어종은 약 8000만년 전 큰 가시고기에서 분리돼 진화해왔다. 남극빙어는 가장 최근인 7백만년에 분화가 이뤄졌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의 출연금으로 추진 중인 ‘극지 유전체 101 프로젝트’와 지구상 모든 고등생물의 게놈 분석을 목표로 시작된 국제 컨소시엄 지구바이오게놈프로젝트(Earth Biogenome Project ) 일환으로 수행됐다.

자세한 연구 결과(1저자 김보미 박사·교신저자 박현 박사)에 게재되었다. 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 게재됐다. 제 1저자 김보미 박사, 교신저자 박현 박사)에 게재되었다.

박현 극지연구소 극지유전체사업단장은 “이번에 확인된 유전자 정보는 혈액질환과 저온치료 같은 의학적 연구는 물론 겨울철 한파로 인한 양식 어류의 폐사 예방 등 산업적으로도 활용가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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