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증후군 증상과 대처법
낯선 환경에 스트레스 받아 복통-두통-우울증 호소하기도
아이와 대화하며 공감대 형성, 개학 전 규칙적인 생활 도움
“엄마, 배 아파요.”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둔 직장인 김모 씨(41·여)는 그해 3월 출근할 때마다 아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했다. 매일 아침 아들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며 학교 가기를 거부했다. 병원에 가면 “별 이상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꾀병을 부리는 것 아니냐”며 야단을 치기도 했지만 아들의 복통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김 씨는 “나중에야 ‘새 학기 증후군’이라는 걸 알았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반 친구와 친해지면서 저절로 증상이 사라졌다”며 “올해 새 학기에도 또 학교 가기를 싫어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 ‘새 학기 증후군’의 원인은 스트레스
개학을 맞는 3월이면 학부모들의 신경은 온통 아이에게 쏠리기 마련이다. 새로 입학하거나 학년이 올라가면서 아이는 새 친구들과 담임선생님 등 낯선 환경에 놓인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게 ‘새 학기 증후군’이다. 정신건강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새 학기 증후군의 증상과 대처법을 알아봤다.
새 학기 증후군은 정식 질병은 아니지만 학계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일종의 적응 장애로 보고 있다. 물론 성인도 직장 이직처럼 낯선 환경에 처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성인보다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복통과 두통 등 신체적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우울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부모와 떨어지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분리 불안’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새 학기 증후군의 증상은 다양하다. 복통과 두통이 가장 흔하다. 밥을 잘 먹지 않거나 이유 없이 짜증을 내기도 한다. 잠을 푹 자지 못하고 화장실을 지나치게 자주 가는 경우도 있다. 눈을 수시로 깜빡이거나 코를 킁킁거리는 등 틱 증상이 심해질 수도 있는 만큼 아이들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 “야단치지 말고 공감하고 이해해 주세요”
아이의 새 학기 증후군을 치료하려면 무엇보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윽박지르는 건 금물이다. 아이에게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심어 주면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게 더 힘들어진다.
이강준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먼저 학교생활을 두려워하는 아이의 증상을 살피고 그 원인이 친구 관계 때문인지, 학업 부담 때문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화를 통해 아이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개학 전 미리 학교 시간표에 맞춰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지도하는 것도 새 학기 증후군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가 내성적이라 친구 사귀는 것을 어려워한다면 부모가 따로 반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반대로 아이가 친구들이 싫어할 만한 말과 행동을 자주 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교우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은 사회적 인지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부모가 아이와 책이나 영화를 같이 보면서 등장인물이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했고 상대의 기분이 어떨지를 함께 이야기하면 공감능력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증상이 지속되면 전문가 상담은 필수
개학 후 1, 2주는 아이들이 학교 적응에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시기다. 부모가 아이를 세심히 관찰하고 관심을 보인다면 대개 새 학기 증후군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나아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방치하면 우울증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수영 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새 학기 증후군으로 틱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며 “다만 새 학기 증후군은 아이들에게 비교적 흔한 증상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아야 한다. 만약 1년 이상 틱 증상이 지속된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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