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량 25 넘으면 비만… 다이어트-운동 병행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30일 03시 00분


[4060 건강 지킴이]<9·끝>중년비만 진단과 예방법

이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직장인 성찬수(가명) 씨의 건강검진 결과지를 살펴본 후 비만 예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 교수는 중년 이후엔 기초대사량이 줄어들어 비만이 되기 쉬우므로 식사량 조절과 적절한 운동으로 체중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이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직장인 성찬수(가명) 씨의 건강검진 결과지를 살펴본 후 비만 예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 교수는 중년 이후엔 기초대사량이 줄어들어 비만이 되기 쉬우므로 식사량 조절과 적절한 운동으로 체중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직장인 성찬수(가명·50) 씨는 몇 년 전까지 혈압이 상당히 높았다. 지금은 수축기 혈압이 136mmHg로, 정상치(130)를 살짝 초과하는 수준까지 낮췄다.

성 씨는 고혈압 치료를 하면서도 비만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보면 과체중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나이가 들면 으레 약간씩은 살이 찌는 거라 여겼을 뿐이다. 고혈압뿐 아니라 심근경색, 당뇨병, 고지혈증 등 여러 질병의 원인이 비만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의사에게서 들었다. 그제야 비만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성 씨가 이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를 찾았다.

○ 중년 비만은 만성 질병의 원인

성 씨는 비만과 비만 전 단계를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성 씨의 체격을 측정해보니 키 166cm에 몸무게 70kg이었다.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 지수(BMI)는 25.4였다. 아시아 기준으로 BMI 25 이상이면 비만이니 그는 ‘비만 환자’다. 다만 체지방이 차지하는 비율, 그러니까 체지방률은 20.1%로 비만 기준(남자 25%, 여자 30%)에 이르지 않았다. 체지방률 기준으로는 비만 전 단계인 ‘과지방’이다.

이 정도면 괜찮은 것일까. 이 교수는 “중년은 체중보다 체형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허리둘레는 85cm였다. 1년 전보다 8cm가 늘었다. 위험 기준인 90cm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경계해야 할 수치다. 이런 경우 내장지방이 많을 수 있다. 검진 결과를 보니 성 씨도 이미 경계 수준을 넘어 내장 비만 단계로 접어들었다.

게다가 성 씨의 중성지방 수치는 상당히 높았다. 중성지방은 음식 섭취를 통해 얻은 당질과 지방산을 재료로, 간에서 합성된다. 음식 섭취량이 많으면 중성지방도 많이 합성되고, 체내에 쌓이면서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 성 씨의 경우 중성지방 수치는 427mg/dL로, 정상(150mg/dL 미만)은 물론 경계(150∼199mg/dL) 단계도 훌쩍 뛰어넘었다.

이 교수는 “성 씨는 대사성 질환의 위험이 큰, 비만 환자”로 진단했다.


○ 중년 비만, 소아-청년 비만과 다르다

뚱뚱해 보이거나 살이 약간 쪘을 때를 비만이라고 한다. 청소년과 20, 30대 젊은층의 비만은 에너지 과잉과 활동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중년의 경우는 다르다. 이런 요인 외에도 과음, 흡연, 스트레스와 같은 ‘사회적 요인’들이 비만을 유발한다. 게다가 그 비만이 나중에는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심근경색 등으로 이어진다. 이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성 씨는 대한민국 중년 남성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은 식욕 억제제 역할도 한다. 그러니 식사량이 적을 수 있는데도 흡연자들이 ‘마른 비만’ 진단을 받게 되는 이유가 있다. 중년 이후에는 근육량이 매년 0.5~1kg씩 줄어들면서 평균 2~3%씩 기초대사량이 떨어진다. 더 먹지 않아도 약 7000∼1만3000Cal의 열량이 몸에 축적된다는 이야기다. 이 열량을 소비하지 못할 경우 약 2kg의 체중이 불어난다. 이 교수는 “젊었을 때는 음식 섭취를 줄이면 살이 빠지는데 나이가 들면 그렇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따라서 중년 이후에는 음식 섭취량을 줄이면서 운동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호르몬 분비량이 줄어드는 것도 중년 비만의 특징이다. 특히 폐경 이후의 여성이 그렇다. 비만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던 여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으면서 갑자기 체중이 불어난다. 그러니 여성들은 미리 다이어트를 계획해 놓는 게 좋다.

○ 목적에 맞게 운동 강도를 결정해야

이 교수는 성 씨에게 “하루에 30분씩 운동하되, 1주일에 5회 이상 하는 게 좋다.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라”는 처방전을 내렸다. 성 씨처럼 중년 비만이 고민되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 운동으로 비만이 해소될까. 이 교수는 “누워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서 움직이는 게 일단은 좋지만, 목적에 맞춰 운동 강도를 결정하는 게 옳다”고 설명했다.

다른 질병을 동반하지 않은 비만이고 체지방 감소를 목표로 한다면 낮은 강도로 오래 운동하는 게 좋다. 이를테면 시속 3∼6km로 최소한 30분 이상 걷는 식이다. 만약 인지기능이나 치매를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다면 1시간 정도는 연속해서 운동하는 게 더 좋다. 이렇게 오래 유산소 운동을 하면 먼저 포도당이 연소된 후에 지방이 타게 된다. 근력 운동에는 많은 열량이 소비되기 때문에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함께 하는 게 체지방량을 줄이는 데 효과가 좋다.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늘리기 위해서는 운동 강도를 높여야 한다. 이 교수는 “자신의 최대 운동 능력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60∼80%의 중강도 혹은 고강도 운동을 해야 한다. 또 1주일에 3∼5회씩 하되 3주 이상은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고강도 운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직접 측정할 수 있다. 최대 심박수인 22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후 운동 강도를 곱하면 된다. 성 씨의 경우 운동 효과를 보려면 운동 직후 잰 1분 심박수가 102∼136은 돼야 한다. 심박수가 여기에 이르지 못한다면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 효과가 작다. 일반적으로 근육을 만들기 위해 운동할 때도 중강도 혹은 고강도 운동을 많이 한다.

운동 효과는 공복일 때 특히 높다. 다만 당뇨병 환자나 암 환자, 급성 감염환자, 심장질환자는 사고의 위험이 있으므로 일반적으로는 공복 운동을 추천하지 않는다. 이런 질병이 있다면 운동 강도와 시기를 의사와 상의하는 게 옳다.

▼이지원 교수는… 비만관련 논문 국내외 게재, 대사증후군 분야에도 명의▼

이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48)는 비만 분야를 특히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치료하는 중견 베스트닥터다. 비만과 관련해 여러 편의 논문을 국내외 저널에 게재했다. 학회에서도 비만과 관련된 학술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현재 대한가정의학회 학술이사와 대한비만의학회 교육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는 가정의학과 과장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단순히 체중 감량에 집중하는 무분별한 다이어트를 경계한다. 적정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이 전제돼야 건강한 다이어트란 사실을 알리기 위한 홍보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05년에는 비만 극복을 위해 강남세브란스병원 차원에서 ‘웰빙건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듬해인 2006년부터 2년 동안 경기 광주시와 함께 ‘뱃살탈출 3060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의학 프로그램인 EBS 명의에서 비만과 대사증후군 진료 분야의 명의로도 선정됐다.

최근에는 한국인 1만50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연구를 진행해 저지방·고탄수화물 식사를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사증후군 위험이 2.2배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간헐적 단식이 운동과 병행해야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간헐적 단식’ 인기몰이… 정말 효과 보려면▼

“굶고난 후 폭식땐 모두 허사… 운동 함께하고 평생지속 각오로 실천을”

올해 초 한 지상파에서 간헐적 단식이 소개된 후로 이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정말 이 다이어트는 획기적인 것일까. 의학적으로 타당한 걸까.

간헐적 단식은 하루에 일정 시간(12∼24시간) 혹은 한두 끼니를 건너뛰는 방식의 다이어트다. 다이어트 원리를 요약하자면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다. 12∼24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거나 두 끼니를 거름으로써 최소한 600∼800Cal의 열량을 덜 섭취한다. 이런 생활이 유지된다면 체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수치에만 현혹돼서는 안 된다. 체중을 줄이고, 나아가 다른 질병까지 막는 다이어트가 되려면 지켜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이지원 교수는 간헐적 단식이 인기를 끌기 전인 지난해 9월, 이미 관련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연세대 스포츠응용산업학과 전용관 교수팀과 함께 ‘간헐적 단식과 운동의 효과’를 연구해 국제 저널에 게재했다. 이 교수는 올해 초 지상파의 간헐적 단식 프로그램에도 의료진으로 참여한 바 있다.

지난해 연구는 체질량지수(BMI) 23 이상의 성인 4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크게 △간헐적 단식과 운동을 병행하는 A그룹 △간헐적 단식만 하는 B그룹 △운동만 하는 C그룹 △대조군인 D그룹으로 나눠 8주 동안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A그룹은 평균 3.3kg의 체중이 감소해 단식그룹(2.4kg), 운동그룹(1.4kg)을 크게 앞질렀다. 허리둘레 또한 A그룹이 평균 4.1cm가 줄어 운동그룹(2.9cm), 단식그룹(2.1cm)보다 복부 비만이 개선되는 효과도 가장 컸다. 혈당, 공복 인슐린, 인슐린 저항성, 중성지방 등 대사지표도 A그룹이 가장 좋아졌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단식만 한 B그룹의 경우 중성지방이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체중은 줄었지만 건강체질이 됐다는 뜻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교수는 “단식을 통해 열량 섭취를 줄이니 지방보다 근육이 더 많이 빠져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 같다”라며 “간헐적 단식으로 건강한 몸을 얻으려면 반드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간헐적 단식의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식사 때 폭식하면 모든 게 끝”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굶고 있는 시간대의 공복감을 참는 것도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한두 달만 해 봐야지’라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애초에 시도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이 교수는 “평생 지속할 다이어트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체중이 줄었다가 곧바로 요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중년비만#체질량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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