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2일 부산 해운대 운봉산에 이어 3일 오후에는 포항 남구 운제산에 산불이 일어나 12시간 만에 가까스로 진화됐다.
우리나라 산불은 3~4월에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다. 연간 산불의 50% 이상이 이때 발생한다. 특히 대형 산불은 동해안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4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오늘 같은 날 동해안 쪽은 대형 산불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반 센터장은 "우리나라 산불 역사를 보면 대형 산불은 삼국시대부터 쭉 거의 고성, 양양 이런 쪽에서 났다. 이때 강하게 부는 바람이 '양간지풍(봄철에 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부는 국지풍)'이라는 말도 있다"며 "굉장히 강한 바람이 부는데, 대형 산불이 일어날 조건이 참 좋은 게 이때가 가장 가물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도 동해안 지역은 건조경보가 내려졌다. 게다가 지금 강릉 지역 같은 경우는 1월부터 누적 강수량이 평년의 40%가 안 된다. 굉장히 가물다. 나무들도 바짝 말라있다고 실효습도가 낮다. 또 낙엽들이 쌓여 있어서 불쏘시개가 될 게 많다"고 걱정했다.
또 "오늘 좀 독특한 게 굉장히 등압선 간격이 조밀하다. 조밀하단 이야기는 바람이 강해진다는 거다. 이게 서풍이 불다 보니까 태백산맥과 직각으로 불어 올라간다는 말이다"며 "문제는 오늘은 뜨거운 공기다 보니 이게 산맥 정상 위쪽으로 역전층을 만들어버리고, 산을 넘어가는 아주 강한 바람이 역전층을 못 뚫고 산 정상과 역전층 사이로 동해안 쪽으로 내려가는데, 그렇게 되면 공기가 압축된다. 압축 되면 동해안 쪽으로 내려가는 공기는 굉장히 가속이 된다. 오늘 같은 경우는 동해안 쪽으로 거의 25~30m의 바람이 분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속 17m에서 태풍이라고 하는데 태풍보다 거의 2배 가까운 아주 강한 바람이 불다 보니 만에 하나 오늘 같은 날 동해안에 산불이 발생하면 이거 못 끈다. 거의 대형 산불이 된다"며 "2000년 고성 산불, 2005년 양양 낙산사 산불, 2013년 포항 산불 같은 게 바로 오늘 같은 기압배치에서 만들어졌던 것이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한편, 전날 오후 7시 52분경 발생한 포항 남구 대송면 운제산 산불은 약 12시간 만인 이날 오전 8시 완전 진화됐다. 포항시는 이번 산불로 산림 3ha(헥타르)가 탄 것으로 추산했다. 진화 과정에서 시는 주변 7개 마을 주민 100여명에게 대피령을 내렸으며, 불을 끄던 공무원 2명이 각각 탈진과 발목 골절로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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