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연구 및 비즈니스 컨설팅 커뮤니티 '오컴(대표 편석준)'은 회원들이 모여 '마이펀치라인(My Punch Line)'이라는 소규모 테이블 세미나를 수시로 열고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남들보다 아주 조금은 잘 아는 지혜나 지식, 경험 등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자리가 '마이펀치라인'입니다. 본지에서는 오컴과의 콘텐츠 제휴를 통해 '마이펀치라인' 세미나 내용을 요약, 공유합니다. 마이펀치라인 세미나 참여는 '온오프믹스' 사이트를 통해 가능합니다.
이번 '마이펀치라인' 5회 연재는 오컴 회원인 석혜탁 칼럼니스트가 발표한 '리테일 트렌드 속 비즈니스 기회 모색'의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석혜탁 칼럼니스트는 리테일 비즈니스 현장의 각계각층 인사들을 취재하고, 다양한 형태의 오프라인 점포를 직접 방문하며 분석한 리테일 트렌드 보고서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를 발행했습니다. 리테일 분야로 취업을 희망하거나, 관련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읽어보면 좋습니다.
필자가 지난해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를 출간했을 때, 감사하게도 꽤나 많은 매체에서 이 책을 조명해주었다. 필자의 관심은 얼마나 많은 곳에 기사화됐는지가 아니라, 제목이나 부제 혹은 리드 문장 등 어떤 측면에 초점을 맞춰 기사가 작성됐는가였다.
한 경제지는 책을 소개하는 제목을 <소비자는 '놀이터 같은 쇼핑몰' 원한다>로 뽑았다. 또 다른 매체의 제목은 <물건 사러 간다고? 나는 힐링하러 가>였다. 모 주간지는 <패션회사가 패션 아닌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하는 이유는?>이라는 문구로 필자의 책을 소개했다.
쇼핑, 이젠 '가격 경쟁'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전쟁'에 집중해야
출판사의 보도자료는 한 종류였는데, 꽤나 다양한 제목의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쇼핑, 유통 등이 키워드로 들어가면 '가격'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쇼핑은 '놀이터', '힐링',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단어와 조응되는 경우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었다. 요컨대 쇼핑은 점점 엔터테인먼트화하고 있는 것이다. 기사의 렌즈도 그렇고, 책의 제목도 그렇고, 현 트렌드도 그렇다.
원고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내용을 전개하고자 한다. '쇼핑의 엔터테인먼트화'와 '한 단계 진화된 1코노미 트렌드'이다.
재미없는 쇼핑에 미래는 없다
오락기가 가득한 샤넬 매장. '오락기'와 '샤넬'의 연결이 부자연스러운가? 지난해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서 선보인 오락실 컨셉의 샤넬 팝업 스토어 '코코 게임센터'는 빅 히트를 쳤다.
검은색과 빨간색, 분홍색 등을 주된 색으로 구성한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일단 눈길을 끈다. 이는 뷰티 유튜버들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SNS상에 널리 전파된다. 자동차 게임의 핸들에는 샤넬 문양이 크게 박혀 있고, 게임 스크린을 보면 요소요소에 샤넬 화장품이 비치되어 있다. '코덕(코스메틱 덕후)'들의 천국이다.
인형 뽑기 형태의 크레인 게임을 통해 샤넬 화장품 샘플을 득템할 수도 있고, 제품을 테스트해보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샤넬 매장에서 샤넬 제품을 찾아 떠나는 코덕들의 분망한 움직임은 롤플레잉 게임 속 캐릭터의 여정과 구조적 상사성(相似性)을 띤다. 이때 게임과 쇼핑의 내러티브는 한 쌍이 된다. 이런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의 마법을 명품 브랜드 샤넬이 절묘하게 간취해낸 것이다.
홈쇼핑에서 걸그룹의 컴백 무대가 열렸다. 음악전문 채널이 아닌 롯데홈쇼핑에서 컴백 무대를 가진 아이돌 그룹은 방송 1시간도 되지 않아 신규 음반 세트와 굿즈를 완판하는 데 성공했다.
요지경 만물상 '삐에로쑈핑'은 어떤가. '쇼핑'이 아니라 '쑈핑'이라는 표기를 고수하는 이 익살스러운 매장은 공간 자체가 '즐거움'에 방점을 찍고 있다. 편의점이 만든 웹드라마 역시 단순한 판촉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사가 만드는 동영상 콘텐츠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필자가 지상파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 이 이야기를 하자, 당시 진행자였던 해당 방송국 소속 아나운서는 이런 흐름에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말한 적도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명품 매장이 오락실 컨셉의 팝업 매장을 오픈하고, 홈쇼핑이 음악 프로그램 역할을 대체한다. 또 각 유통사가 재미있는 공간과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현상에는 '재미없는 쇼핑에 미래는 없다'라는 인식의 교집합이 내재되어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어떤 종류의 산업에 종사하건, 이 트렌드를 간과해서는 최종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낼 수 없다. 가격과 제품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건 경쟁의 당연한 전제가 된 지 오래고, 이제 소비자의 웃음까지 이끌어내야 한다. 물론 그 웃음은 쇼핑의 맥락과 상품의 특성에 부합하는 '유의미한 웃음'이다. 그래서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혼족'의 품격을 유지해주는 1코노미 상품을 만들어라
'혼바비언'.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재미있게 표현한 신조어다. 혼밥러, 혼밥족 등과 유사한 의미를 갖는다. 10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혼밥'은 그리 보편화된 풍경은 아니었다. 2008년에 발간된 김신화 작가의 <혼자라도 즐거운 도쿄 싱글 식탁>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서울에선 남의 시선 때문에, 혹은 그냥 내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혼자일 때면 끼니를 건너뛰는 사람들에게 도쿄는 기회의 땅이다. 도쿄는 혼자 밥 먹는 연습을 하니 딱 좋은 도시니까."
예전에 읽었을 때는 이 구절이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비단 도쿄뿐 아니라 서울도 '혼자 밥 먹는 연습을 하니 딱 좋은 도시'가 됐다. 국내에서도 혼자 밥 먹는 문화가 확산했고, 혼바비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 단계 진화된 1코노미 트렌드를 놓쳐서는 도태하기 십상이다. 가령 제품 선택의 폭이 달라졌다. 최소 2명은 가야 먹을 수 있던 샤부샤부도 이제 혼자 먹을 수 있다. 외식기업 채선당은 1인 샤부샤부 전문점 '샤브보트'를 선보였다. '소고기 토마토 샤브', '소고기 커리 샤브' 등을 1만 원 내외의 가격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양도 혼자 먹기에 안성맞춤으로 나온다. 2인 메뉴를 시켜서 반 이상 남기는 일은 과거의 장면이 됐다. U자형 바(bar) 테이블을 마련해, 혼자 먹어도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도 혼바비언을 고려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삼겹살, 보쌈 등도 1인 메뉴로 등장하고 있을 정도로 혼밥 트렌드의 변화 속도가 가파르다. 또한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한 개의 음식을 주문해 점심 및 저녁식사를 해결하는 직장인도 많아졌다.
1인 가구의 성장세, 집단보다 개인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의 등장 등으로 앞으로도 혼바비언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입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일단 단순히 기존 음식을 소량화하는 수준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혼바비언의 까다로운 취향에 대한 세밀한 연구 없이, 무작정 혼밥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뼈아픈 실패를 부르기 십상이다. 기존 제품과 차별화한 맛, 독특한 디자인, 매력적인 네이밍이 필요하다. 이른바 '펀셉트(fun+concept)'에 대한 고민이 필수다.
'혼술(혼자서 음주)', '혼디(혼자서 디저트)' 제품과 연계하여 보다 창의적인 제품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오프라인 매장은 혼바비언의 품격을 유지해줄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섬세한 좌석 배치는 물론이고, 조명과 음악 등 인테리어와 매장 분위기까지 편안하고 세련되게 디자인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혼밥 외에 혼자 영화를 보거나, 요리를 하거나, 여행을 떠나는 사람 또한 증가 추세다. 이들을 위한 아이템 개발에 업계의 경계를 뛰어넘는 협력이 요구된다.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가격대와 전력 소모를 낮추어 출시한 일렉트로마트의 '혼족 주방가전'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리테일은 이종 산업 간 융합이 가장 활발하게 벌어지는 무대
유통 분야에 종사하든 제조업이나 IT, 문화예술, 기타 서비스 등 어떤 산업에서 일하건 리테일 트렌드에 대한 숙지가 절실하다.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할 때, 어떤 방식으로든 결국 유통을 거치기 마련이다.
리테일 트렌드를 꼼꼼하고 기민하게 살펴보면,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이종 산업 간 융합이 가장 활발하게 벌어지는 무대가 리테일이 아닌가 싶다. 패션과 IT가 결합하고, 자동차 회사가 복합쇼핑몰에 카페를 오픈하고, 게임 회사가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시대다.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고 싶다면, 리테일 트렌드에 눈을 돌려보자. 리테일에 종사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더욱 더 그 가파른 변화의 파고 속에서 창의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해보자. 리테일의 변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한 발자국 앞서 있는 것이다.
글 / 석혜탁 칼럼니스트(sbizconomy@daum.net) 정리 / 동아닷컴 IT전문 이문규 기자 m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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