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일단 ‘접은’ 갤럭시폴드, 내구성 강화해 5월내 ‘펼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4일 03시 00분


스크린 결함 논란에 美출시도 연기
삼성 “리뷰 제품, 설계 결함은 아냐… 문제 점검-추가 테스트후 보완 출시”
보호막 강제 훼손 말라고 안내 방침… 접는 경첩 틈 줄여 외부충격 최소화
이물질 들어간 경우는 정밀 분석중
외신 “피해 규모 줄일 올바른 조치”

삼성전자가 출시 전부터 스크린 결함 논란에 휩싸인 ‘갤럭시 폴드’의 미국 출시일을 결국 미루기로 했다. 다만 설계상의 결함이 아닌 만큼 소재를 보완하고 내구성을 강화해 5월 안에는 출시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갤럭시 폴드 리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점검하고 내부 테스트를 추가로 진행하기 위해 갤럭시 폴드의 출시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수주 내로 출시 일정을 다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6일 미국 시장에 4세대(4G) 버전을 세계 최초로 출시하고 5월 3일 유럽에 이어 5월 중순 국내에 5G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달 18일 가장 먼저 리뷰를 진행한 미국 매체들이 스크린 결함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주요 언론에 수십 대의 리뷰용 제품을 제공했는데 총 4대가 결함을 일으켰다. 두 대는 디스플레이 위에 붙어 있는 화면보호막을 강제로 떼어내 문제가 생겼다. 다른 한 대는 디스플레이 안쪽으로 이물질이 들어가 화면이 도드라지게 튀어나오고 고장이 난 경우였다. 나머지 한 대는 디스플레이를 반으로 접는 ‘힌지(경첩)’ 부분의 상단과 하단에 있는 각 0.6∼0.7cm 크기의 틈 사이로 충격이 가해지면서 생긴 결함이었다. 기존 스마트폰과 달리 디스플레이를 반으로 접으려면 접히는 부분까지 단단한 메탈 프레임으로 둘러쌀 수 없고 미세한 틈을 남겨놔야 하는데 이 부분이 외부 충격에 취약했던 것이다.

삼성전자는 세 가지 원인에 대해 각각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우선 ‘화면보호막은 디스플레이 모듈 구조의 한 부품이며 떼어내서는 안 된다’는 안내를 담은 주의사항을 사용법에 추가하고 판매원들에게도 이를 철저히 안내하도록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물질 때문에 결함이 발생한 샘플은 제조공정상에서 유입이 됐는지 아니면 사용하는 과정에서 들어갔는지를 분석 중이다. 제조공정상의 문제로 밝혀질 경우 추가 불량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 힌지 위아래로 뚫려 있는 틈의 폭을 0.6∼0.7cm보다 더 줄여 외부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출시 연기 여부를 두고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고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예정대로 출시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아예 정식 출시 전 마지막 점검 기회로 삼자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면서 몇 주만 미루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년 전 겪은 ‘갤럭시 노트7 발화 사태’의 학습효과도 이 같은 ‘신중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2016년 갤럭시 노트7의 첫 발화 이후 서둘러 교환용 제품을 냈다가 그마저도 같은 문제를 일으키면서 결국 ‘갤럭시’ 브랜드 최초로 노트7을 단종해야 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갤럭시 노트7 사태 이후 삼성전자 모바일 부문이 ‘서두르지 않고 완벽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원칙을 강조해 왔는데 최근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의 추격 속에 원칙이 흔들린 것 같다”며 “25년 넘게 ‘질(質) 경영’을 원칙으로 삼았는데 또 한 번 품질 논란이 발생한 것 자체가 아쉽다”고 했다.

외신들은 대체로 호평했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정식 판매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인 더버지는 “사전 주문한 고객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소식이지만 ‘취약한(fragile)’ 제품을 출하하는 것은 삼성의 명성뿐 아니라 떠오르는 폴더블폰 산업 전체에 해를 끼칠 것”이라며 “이번 출시 연기 결정은 확실히 올바른 조치”라고 평가했다. 포브스는 “삼성전자가 현명한 결정을 했다. 화면보호막이 디스플레이에 완벽하게 부착되도록 고치기 바란다”고 적었다. 한편 갤럭시 폴드에 대해 혹평과 조롱을 쏟아냈던 월스트리트저널의 조애나 스턴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갤럭시 폴드에 핫도그를 끼운 건 무례하게 굴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기분 나빴다면 사과한다”는 게 그의 글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갤럭시폴드#스크린 결함#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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