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전문가들 “갤럭시 폴드 문제 해결 가능해”
“삼성전자, 사용상 주의점 제대로 고지안한 것은 잘못”
“폴리에틸렌 섬유 옷을 사 입고 불장난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하는 거랑 같은 꼴이다.”
“사용자들은 말랑말랑하면서 유리같이 강하게 만들어 달라는 건데 그런 물질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로 만들어 달라는 것인데, 기술자로서 이는 쉽지 않다.”
결국 출시 연기로 이어진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의 결함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은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태생적 한계라고 입을 모았다. 상식을 넘어선 미국 언론의 ‘조롱’에도 분개했다.
기존 스마트폰 형태를 완전히 바꾸는 새로운 ‘폼 팩터’(form factor, 제품형태) 도입에 따른 태생적 시행착오인데 삼성전자가 애초에 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초반 대응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디스플레이 전문가들 “갤럭시 폴드 문제 해결 가능하다”
2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문제가 된 갤럭시 폴드에서 상·하단 디스플레이 노출부 충격과 이물질에 의한 디스플레이 손상 현상이 발생했다.
화면 깨짐 현상과 힌지(경첩) 내부 이물질 발생 문제다. 삼성전자가 당초 해명한 ‘화면보호막’ 제거 여부와 상관없이 생긴 문제다. 결국 폴더블 폰의 특징인 ‘접는 부분’에서 사달이 난 것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화면을 20만번 이상 접었다 펴도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사실 상·하단 디스플레이 노출부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가지는 태생적 한계다. 갤럭시 폴드는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으로 프레임 상·하단을 잘라서 접히도록 한다. 하나로 된 디스플레이를 상·하단이 절단된 프레임에 끼우면 접을 때 틈이 발생하고 그만큼 내구성이 약해진다.
디스플레이 손상 현상도 이 ‘틈’으로 이물질이 들어갔기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부드러운 디스플레이와 단단한 프레임 ‘틈’ 사이로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 이를 접으면 이물질은 프레임보다는 디스플레이에 더 큰 영향을 준다. 자연스럽게 디스플레이 손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문제를 해결할 핵심은 디스플레이와 프레임 사이의 ‘틈’을 얼마나 정교하게 막느냐로 모아진다. 이에 대해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은 “틈을 최대한 줄이는 것은 어렵지 않은 기술”이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 출신의 김학선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디스플레이로 사용되는 유연재를 활용해 그 틈을 메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술적으로 어려운 기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정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실감소자 연구본부장도 “약간의 틈 사이로 이물질이 들어간 것이라면 그 부분을 막는 조치를 하면 된다”며 “어려운 기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IM사업부 개발 담당이었던 업계 관계자도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라며 “이 틈을 메우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것일까. 김 교수는 “재설계를 요하는 정도는 아니고 그 부분만 보완을 하면 된다”며 “2~3개월도 안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수주 내에 출시 시점을 재공지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출시까지 이르면 수주, 늦으면 하반기 출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화면보호막 논란은…“폴리에틸렌 섬유에 불장난한 격”
갤럭시 폴드는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를 보호하기 위해 단단한 강화유리 대신 투명 폴리아미드(PI)를 사용한다. 폴더블 폰 화면을 보호하는 마지막 판이 플라스틱 필름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기존 스마트폰보다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이 본부장은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폴리아미드는 아직 강화유리처럼 단단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날카로운 것으로 찌른다든가 세게 치면 깨질 수도 있고 스크래치도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국 언론에서 화면보호막을 일부러 벗겨 오류를 나게 하는 것은 “폴리에틸렌 섬유에 불장난을 하고 지적하는 격”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OLED를 보호하기 위해 강화유리를 덧붙인 기존 스마트폰과 시작부터 다르다. 새로운 폼팩터 제품은 그에 맞는 ‘사용 설명서’가 필요한데 삼성전자가 이를 간과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본부장은 “사용자들은 말랑말랑하면서도 유리 같은 강한 보호막을 만들어 달라는 건데 그런 물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삼성전자가 사용자에게 사용상 주의할 점을 충분히 고지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학선 교수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서 보호필름을 떼는 것은 컴퓨터를 분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폴리에틸렌 옷에는 다림질을 하지 말라고 설명서에 쓰여 있듯 삼성전자가 이 부분에 대해 ‘경고문구’를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서 화면보호막은 뗐다 붙였다 할 부품이 아니다”며 “애초에 삼성전자가 화면보호막이 벗겨지지 않도록 마감을 제대로 못한 것은 문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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