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서구의 암(癌)으로 불리는 대장암은 서구식 식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지난 20년간 국내에서도 급격히 늘어났다.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장암 발생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4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국내에서 위암 다음으로 많이 발병하는 암이 대장암이다. 인구 10만 명당 17.1명이 대장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이는 위암(10만 명당 15.7명)보다 높은 수치다.
동아일보는 1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대장암 조기 검진을 활성화하기 위한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 진행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김남규 교수가 맡았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와 박소희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조영석 교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한윤대 교수 등이 발표 및 토론자로 참여했다.
○ 예방이 가능한 유일한 암임에도…
2016년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983년 암 사망자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위암 사망자 수를 앞질렀다. 대장암 사망자 수는 폐암과 간암에 이어 사망자 수 3위다. 암으로 죽는 사람 10명 중 1명은 대장암으로 사망하는 셈이다.
대장암은 예방이 가능한 유일한 암이라고 불릴 만큼 조기 검진을 통해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대장암은 조기 발견 시 5년 생존율이 95.3%에 달한다. 하지만 말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10%대로 뚝 떨어진다. 조기검진을 활성화하면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좌담회에 참여한 교수들은 현재 시행하는 대장암 검진 방법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만 50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무료 국가대장암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대변에 남아 있는 혈액을 검사하는 분변잠혈검사를 매년 실시하고 양성 반응이 나오면 대장내시경을 사용해 진단하는 식이다.
그러나 분변잠혈검사는 ‘질병을 가진 사람에게서 양성이 나올 확률’을 뜻하는 민감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한윤대 교수는 “대변을 빠른 시간 내에 병원에 제출하지 못할 경우 변이 변질될 수 있고, 변의 혈흔 여부를 검사하는 것이어서 대장암 환자가 아닌 항문질환 환자들이 양성 판정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분변잠혈검사 자체에 한계가 있다 보니 검사를 받는 비율도 낮다. 2016년 기준 분변잠혈검사 참여율은 35.7%에 그치고 있다. 또 분변잠혈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 중 절반만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다. 차재명 교수는 “수검자 1000명 중 1명만이 국가대장암검진 프로그램을 통해 대장암을 발견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 유전자 이용한 새로운 검사법 ‘각광’
전문가들은 분변잠혈검사보다 더 정확하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검진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영석 교수는 “분변잠혈검사의 가장 큰 장점은 비침습적, 즉 몸에 고통을 주지 않고도 실시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분변잠혈검사를 대체하는 새로운 검진 방법을 도입하려면 역시 고통 없이 검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최근 분변을 이용하면서도 정확도를 90%까지 높인 대장암 검사 방법이 새롭게 개발됐다”며 “민감도와 정확도를 높인 조기 진단 기술이라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가 소개한 대장암 검진 방법은 대장암 때 많이 발견되는 유전자인 ‘신데칸-2(Syndecan-2)’를 찾아내는 기법이다. 정상세포가 암세포가 될 때 유전자가 변하는데, 신데칸-2를 통해 이런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암센터는 신데칸-2를 이용한 대장암 검진을 통해 민감도와 특이도(질병이 없는 환자에게서 음성이 나올 확률)가 90%에 이른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김남규 교수는 “신데칸-2에 기반한 ‘얼리텍 대장암 검사’는 기존 분변잠혈검사보다 민감도와 정확도가 높고, 장을 깨끗하게 비울 필요가 없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 전 중간단계 검사로 상당히 의미 있는 검사”라며 “이 검사를 통해 향후 많은 환자들이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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