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적 흐름은 개인을 지배한다. 아무도 안 써서 '제로'페이라는 소리와 개인카드(신용+체크+선불)가 백만 번 사용될 때 고작 여섯 번 꼴로 사용된다는 비보가 들려오던 지난날.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도 제로페이(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에 등을 돌렸다.
해당 서비스가 시장에서 외면을 받은 덴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중 한가지를 꼽자면 사용할 곳이 적다는 점이다. 제로페이의 설립목적은 영세 사업자에 대한 지원의 성격이 강했다. 당연히 사람들 발길이 드문 가게와 전통시장 등이 주 지원 대상이었다. 정부 차원의 많은 홍보와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제로페이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까닭이다.
팍팍한 고구마 같아 체할 것 같던 제로페이. 변화가 시작된 건 지난 4월이다. 일각에서 가맹점 10만호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든 순간, 연이어 들려온 낭보. CU, GS25, 세븐일레븐 등 전국 4만 3000여 편의점이 이달부터 '문호를 개방'한다는 소식이었다. 주요 고속도로 휴게소 25곳도 사용처로 등록했다. 파리바게뜨와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프랜차이즈 매장들도 참여를 선언했다. 오는 7월에는 택시 결제도 가능해진다. 이 정도면 퍽 괜찮아졌다.
고객용 제로페이 사용법
*본 기사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기준으로 작성했다.
제로페이는 다른 말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다. 쉽게 말해 결제를 스마트폰으로 하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 스마트폰의 QR코드 인식기능을 통해 상대방에게 돈을 보내는 방식이다. 뱅크페이(bankpay)나 페이코(payco), 머니트리(moneytree) 등 많은 모바일 결제 앱이 제로페이를 지원한다. 이중 자신에게 맞는 앱을 설치, 실행한 후 [제로페이]를 터치하면 카메라 앱이 실행된다. 카메라로 QR코드를 잡으면 결제(송금)가 진행된다.
흔히 사용하는 네이버 앱으로도 결제할 수 있다. 기존에 앱을 사용하던 사용자들은 따로 회원가입을 할 필요도, 앱을 새로 설치하는 수고도 필요치 않다. 다만, 네이버 앱을 사용하지 않았거나 로그인 없이 사용했다면 결제를 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앱스토어(구글 플레이스토어 또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네이버 앱을 설치한 후 실행한다. 앱을 켜 좌측 상단에 있는 석 삼(三)자 모양의 메뉴 아이콘을 누른다. 로그인 페이지가 나올 텐데 네이버 ID가 없다면 회원가입을, ID가 있다면 로그인을 한다.
가입절차를 마치고 다시 같은 아이콘을 누르면 네이버페이 [시작하기]란 글자가 보인다. 해당 글자를 터치한 후 화면을 살짝 내리면 [카드/계좌 등록]이란 글자가 나온다. 이걸 눌러 자신의 은행계좌와 카드(체크/직불/현금)를 등록한다. 이때 결제 비밀번호 6자리도 같이 설정한다. 네이버페이(제로페이)를 사용할 때마다 입력해야 하는 비밀번호인 만큼 잊어버리지 않게 주의하자.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상점에서 물건을 사면 물건 금액만큼 상점 계좌로 바로 돈이 빠져나가는 직불거래 형태다. 이 때문에 계좌이체 개념이 아닌 신용카드는 사용할 수 없다. 위 과정을 거쳐 네이버 앱을 실행하면 우측 상단에 조그만 [QR 결제]란이 뜬다. 검지로 툭 쳐 화면을 넘기면 결제 비밀번호(6자리)를 입력하라는 창이 등장한다.
미리 설정한 비밀번호를 누르면 바코드가 생성된다. 이 바코드를 점원에게 보여주면 결제 완료. *아직 편의점을 제외한 일부 가맹점에서는 바코드 결제가 되지 않을 수 있음. 신기술의 역동성을 체감하고 싶다면 바코드 화면 밑에 생성된 카메라로 상점의 QR코드를 찍어보자. 상점 이름과 함께 결제금액 입력란이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상점 이름이 맞는지, 점원이 알려주는 금액이 맞는지 확인 후, 송금하면 제로페이 클리어. 오늘부터 당신은 얼리어답터다.
신기술을 사랑하는 당신을 위한 자그마한 혜택이 있다. 현재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의 소득공제율은 30%다. 신용카드는 15%.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직원 수 4인 이하) 점포에서 사용한 금액에 한해 40%를 공제해준다. 일반가맹점은 30%가 공제된다.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은 귀찮다. 결제 비밀번호(6자리) 설정 단계에서 지문 등록까지 마쳐 귀찮음을 덜어보자. 결제할 때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점주용 제로페이 사용법
준비물은 3가지. 사업자등록증, 대표자신분증, 통장 사본(법인 사업자의 경우 법인등기부등본과 법인인감증명서도 필요)이다. 신청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온라인으로 신청할 경우 홈페이지(www.zeropay.or.kr/main.do)에 가입하고 가맹점 신청 절차를 거친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1주 내외로 관리자의 허가가 떨어진다. 자세한 절차는 다음과 같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가맹점 관리]에 마우스를 올려놓으면 [가맹점 신청]이 뜬다. 가맹점 신청을 클릭하면 나타나는 6개 사항에 동의를 표하자. [사업자등록정보] 페이지가 보인다. 사업자등록번호, 매출액 등 사업자 정보를 입력하는 페이지다. 사업자등록번호, 상호, 사업장소재지 주소, 업태 등은 발급받은 사업자등록증에 나온 대로 동일하게 입력한다.
상시근로자 수에는 4대 보험에 든 근로자 수를 적는다. 상시근로자 수가 5인 이상이면 일반 가맹점, 4인 이하면 소상공인(운수업 등 일부 업종은 9인 이하)으로 분류된다. 일반가맹점은 수수료 1.2%가 책정된다.
직전 사업년도 매출액은 작년 매출액을 말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내야 할 수수료가 결정된다. 연 매출 8억원 이하인 소상공인은 서비스 수수료가 면제되고, 8억~12억 원은 0.3%, 12억 원 초과는 0.5%를 수수료를 내야 한다. 5인 이상의 근로자를 두고 있는 일반가맹점은 해당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가맹점 정보 입력]이다. 가맹점명, 가맹점주 명, 사업장 주소 등은 사업자등록증에 적힌 대로 입력한다. ID는 회원가입할 때 쓴 것을 입력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준비한 사업자등록증과 대표자신분증, 통장 사본을 스캔해 첨부한다. 스캔이 어려울 경우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올린다. 온라인 지원이 어려우면 가까운 동사무소나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직원 도움을 받아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이 끝나고 약 1주 후면 QR키트를 받아볼 수 있다. 오프라인으로 신청할 경우 3~4일 정도가 추가로 소요된다. 이 QR키트를 가지고 있어야 비로소 제로페이 가맹점이다.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코드를 스캔하거나, 상점 직원이 바코드 스캐너로 고객 스마트폰의 바코드를 스캔하면 결제 완료다. 다만, 상품 가격을 고객에게 알려줘야 한다. 카메라가 인식하는 QR코드는 상품 가격이 아니라 상점 계좌이기 때문이다.
제로페이 신청은 끝났다. 이제 앱을 설치해야 한다. 고객이 제로페이로 결제한 내역이 앱으로 전송되기 때문이다. 간혹 결제를 취소해야 할 때도 앱이 필요하다. 제로페이 매출액과 결제현황 등도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앱 설치는 크게 어렵지 않다. 우선, '제로페이 가맹점앱'을 설치한다. 홈페이지에 가입할 때 적었던 아이디와 이름, 생년월일을 입력한다. 그 후 간편비밀번호 6자리를 설정한다. 직원은 별도의 회원가입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동일한 앱을 설치하고, 가맹점관리번호와 이름을 입력하면 끝. 가맹점관리번호는 가맹점주가 '가맹점 현황'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이 상점에서 결제한 금액은 실시간으로 앱에 반영된다. 하지만 확인이 가능할 뿐 실제 입금은 하루 내지 이틀 정도가 걸린다. 소비자가 제로페이 앱을 통해 지불한 금액이 바로바로 입금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제액은 은행 기반의 제로페이 앱일 경우 하루가 걸리고, 간편결제 기반 앱일 경우 이틀이 걸린다. 건당으로 결제액이 입금되지 않고 하루치를 정산해서 영업일 기준 다음날 혹은 이튿날에 입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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