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TV 시리즈, 영화, 웹툰, 소설 등의 문화 콘텐츠들이 각각의 독자적인 영역을 파괴하고 크로스오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스파이더맨, 트랜스포머와 같은 인기 영화나 위쳐, 메트로2033 등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게임이 다수 등장해 큰 인기를 얻고 있고, 바이오하자드(해외명 레지던트이블), 툼레이더 등의 게임 원작의 영화가 등장하는 반대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
하지만 원작의 인기에만 답습해 원작 팬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 지난 23일 스가이문스테크놀로지에서 출시한 드래곤라자2의 경우 소설가 이영도의 작품이자 국내 판타지 장르에 한 획을 그은 드래곤라자와 퓨처워커의 IP를 활용했지만, 원작과는 다른 설정이 다수 등장해 많은 이슈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원작의 경우 절대적인 존재인 드래곤에게 인간은 '라자'를 통해 간신히 대화를 할 수 밖에 없는 존재로 등장하지만, 드래곤라자2에서는 각가지 속성의 드래곤을 타고 다닐 수 있으며, 드래곤과 인간을 이어주는 유일한 존재인 '라자'는 수집 카드 존재로 격하 시키는 등 원작과는 다른 설정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때문에 게임 자체는 일정 수준을 충족하는 게임성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원작 팬들에게는 그다지 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 그렇다면 유명 IP를 사용한 게임 중 원작 파괴에 가까운 모습으로 등장해 팬들을 경악시킨 사례는 무엇이 있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 미국 게임 시장을 초토화 시킨 아타리쇼크를 초래한 그 게임 'E.T'
게임 역사에 조금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아타리쇼크'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1983년 북아메리카 비디오 게임 위기'로 불리는 이 사건은 시 '39억 달러'에 이르던 미국 콘솔 시장의 규모를 불과 2년 만에 '1억 달러'로 추락시킨 것을 비롯해 수 많은 기업들이 파산한 엄청난 사건이었다.
이 엄청난 사건을 촉발시킨 게임이 바로 아타리에서 개발한 'E.T' 였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1982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자 이에 주목한 경영진은 황급히 천문학적 규모로 E.T의 판권을 사들인 후 크리스마스 시즌 전까지 '아타리'의 이름을 단 게임을 출시하라고 지시한다. 문제는 이 지시가 불과 크리스마스 시즌을 5주 앞둔 상황에서 벌어졌다는 것.
물론, '아타리'의 개발진은 최선을 다해 게임을 개발했지만, 5주만에 개발된 E.T는 캐릭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형편없는 그래픽과 반복되는 스테이지 그리고 온갖 버그와 게임이라고 부르기도 처참한 콘텐츠(그냥 이리 저리 움직이는 것이 다였다) 수준에 불과해 발매 직후 엄청난 반품사태를 겪게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수 십 만장의 게임을 찍어냈다는 것으로, 결국 이 E.T는 뉴 멕시코에 있는 자신들 소유의 땅에 몰래 묻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E.T의 손해를 메꾸고자 재고 아타리의 게임을 대량으로 덤핑 할인하여 팔게 되면서 시장 전체가 할인의 붐이 불게 만들었고, 결국 물량은 넘치는데 수요가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북미 게임사들의 줄도산이 시작되게 되었다. 잘 못 만든 게임 하나가 불러온 엄청난 나비효과인 셈이다.
- 이게 슈퍼맨이야 비행 시뮬레이션이야? '슈퍼맨
닌텐도 64로 발매된 슈퍼맨도 IP를 파괴시킨 게임 중에서 손꼽히는 불후의 명작(?) 중 하나다. 당시 CD가 보편화되면서 3D 게임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던 1999년 등장한 이 슈퍼맨은 닌텐도 64로 개발되어 당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TV 만화 시리즈를 배경으로 한 어드벤처 게임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막상 게임을 접해본 게이머들을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슈퍼맨의 파워와 히트비전 등 각종 능력을 활용한 액션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링을 통과하며, 목표 지점으로 이동하는 목적 없는 미니 게임과 온갖 버그로 점철된 3D 액션, 그리고 기괴할 정도로 괴악한 그래픽까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더욱이 지금은 3D 게임을 패드로 조작하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지만, 닌텐도 64로 발매된 슈퍼맨의 조작은 그야말로 최악이었고, 이 괴랄한 조작감으로 진행되는 미니 게임에 게이머들의 인내심은 바닥으로 치달았다.
놀라운 사실은 이 게임이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와 ‘슈퍼마리오64’ 등의 명작 게임을 선보인 닌텐도에서 개발했다는 것과 당시 TV 시리즈의 대 성공으로 슈퍼맨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상을 지닌 시기 나왔다는 것으로, 닌텐도에서 이런 괴작을 만들 수 있다는 아주 흥미로운 소재를 남긴 게임으로 남았다.
- 영화도 엉망인데, 게임은 더 처참했던 '스트리트 파이터 더 무비'
1994년 뜬금없이 등장해 세계 게이머들을 경악시킨 게임이 있었다. 바로 장 클로드 반담 주연의‘스트리터 파이터’가 그 주인공. 대전격투 게임의 명작인 스트리트 파이터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뜬금없이 가일(장 클로드 반담)이 주인공으로 나서는가 하면, 개연성이나 설정 등 여러 부분에서 원작 팬들의 이빨을 갈아 버릴 정도의 퀄리티로 역대 최악의 게임 원작 영화 중 손에 꼽히고 있다.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대전격투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의 IP를 활용한 대전격투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더 무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1995년 출시된 이 작품은 당시 모탈컴뱃 등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던 실사 스타일의 대전 격투 게임이었으나 어색한 조작, 당혹스러운 연출, 원작의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임성으로 당혹스러움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 게임이 캡콤이 아닌 저질 격투 게임을 만들기로 유명한 제작사인 인크레더블 테크놀로지스가 외주를 맡았다는 것이 주요했다. 지금 봐도 어이없을 정도의 퀄리티를 가진 게임을 다수 쏟아내던 이 개발사가 어떻게 이 외주를 맡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영화부터 그 영화로 개발된 게임까지 모두 엄청난 흑역사로 남는 재미있는 선례를 남겼다.
놀라운 것은 영화와 이 게임 모두 어느 정도 흥행은 달성했다는 것으로, 영화 자체가 미국 시장을 타겟으로 한 만큼 가일을 주인공으로 한 것이 통해 영화의 흥행은 물론, 비디오 등의 2차 미디어로 수익을 남겼고, 게임 역시 북미 지역만 출시되어 스트리트 파이터를 기억하는 북미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판매량을 선방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 북미 게이머들도 “속았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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