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만 75세인 임종소 씨(75·경기 판교)는 지난해 5월 경기 용인 메카헬스짐을 찾은 뒤 새 인생을 살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허리 협착(요추 3,4번)으로 오른발을 쓸 수 없어 병원을 찾았지만 주사를 맞아도 그 때뿐이고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헬스클럽을 찾았는데 새 세상을 만난 것이다.
“35년간 에어로빅을 했다. 에어로빅을 하러 다니며 ‘맞춤 운동 개인지도’라는 간판을 본 기억이 있어 찾게 됐다. 솔직히 긴가민가하는 심정으로 찾았다. 관장님께서 ‘운동으로 충분히 통증을 잡을 수 있다고 해서 바로 개인 레슨(PT)에 등록했다.”
주 3회 1시간씩 근육운동을 하니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졌다.
“신기했다. 통증은 사라졌지만 재발할 수 있어 계속 근육운동을 했다. 그러니 몸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 6개월 했을 땐 내가 거울을 봐도 놀랄 정도로 몸이 좋아졌다. 어깨도 펴지고 자세로 좋아지고…. 정말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43kg이던 체중도 46kg으로 3kg 늘었다. 근육량이 많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왜소한 몸매의 사람도 근육운동을 하면 근육량이 늘면서 체중도 는다.
“처녀 때 몸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처녀 때 46kg이었다. 딱 좋은 몸무게다. 매사에 힘이 넘치고 하루하루 사는 게 즐겁다. 과거엔 의자에 앉으면 엉덩이가 아팠는데 지금은 근육이 방석 역할을 해 아주 편안하다.”
임 씨는 박용인 메카헬스짐 관장(57)의 권유로 4월 14일 열린 부천시장기 제7회 부천 보디빌딩 및 피트니스대회에 출전했다.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 나이에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무대에 선다니…. 관장님 권유로 나가기로 했지만 비키니 옷을 받아보고 놀라 자빠졌다. 주요 부위만 빼고 다 노출이니…. 다시 관장님께 못하겠다고 했다. 관장님은 ’다른 사람은 입고 싶어도 몸이 안 돼 못 입는다. 회원님은 조건이 되는데 왜 그러시냐. 입어도 된다‘고 해 결국 입고 출전했다.”
첫 무대는 엉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어 망신이라는 생각에 얼굴이 울그락붉으락해 정신없이 대회를 치렀다.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몰랐다.”
5월 4일 경기 과천에서 열린 제24회 WBC 피트니스 오픈 월드 챔피언십에 다시 나섰다. 38세 이상 피규어 부분에서 당당히 2위를 차지했다.
“한 번 해봤다고 두 번째 무대에선 자신감이 붙었다. 40대 이상은 나 한명이었다. 1위가 39세였고 내가 75세니 좀 머쓱하긴 했다. 하지만 나도 하는데 다른 나이대 출전자가 없는 것을 보니 여자들이 나이 먹으면서 근육운동을 안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임 씨는 딱 2번 대회에 나갔는데 각 지역 보디빌딩 대회 주최측에서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보내오는 등 벌써부터 보디빌딩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버지 사업을 도와 일찌감치 생업에 뛰어든 임 씨는 결혼해 목욕탕을 운영하면서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새벽 5시부터 오후 9시까지 카운터에 앉아 있어야 했다. 배만 나왔다. 몸무게가 58kg까지 늘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35년 전 근처 에어로빅학원에 등록해 운동하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지 않다 시작하자 처음엔 여기저기를 매로 맞은 것처럼 아팠다. 잘 때 돌아누우면 갈비뼈가 무너지는 듯 통증이 왔다. 원장에게 너무 아프다고 했더니 6개월 해봐도 아프면 하지 말고 했다. 그런대 6개월 넘으니 진짜 아프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했다.”
평소 음악을 좋아했던 그는 빠른 음악에 맞춰 다양한 동작을 하는 에어로빅에 빠져 살았다. 매주 새로운 동작의 안무가 제공되는 것도 그의 흥미를 유발했다. 체중도 50kg까지 빠졌다. 에어로빅도 큰 즐거움이었지만 근육운동이 주는 즐거움이 더 컸다.
“솔직히 에어로빅 1시간은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간다. 음악에 맞춰 흥겹게 율동을 하면서 즐기다보면 금세 지나간다. 근육운동은 좀 지루하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 무게도 계속 올려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 하지만 근육운동을 하고나면 힘이 생겨 훨씬 활기차게 된다. 굽었던 어깨도 펴지고 몸에 균형이 잡혀 자세가 좋아지니 옷맵시도 좋다는 말을 듣는다.”
임 씨는 근육운동 PT를 위해 매일 오전 11시40분부터 오후 2시40분까지 3시간씩 식당에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한다.
“1회당 PT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근육운동은 바른 자세와 방법으로 해야 한다. 전문가의 지도를 받았을 때 효과가 크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는 운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다. 자식들도 있지만 내가 벌 수 있는데 굳이 손 벌리기 싫다.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기 위해 하는 아르바이트라 즐겁다.”
그는 52세 아들에 26세 큰 손녀까지 둔 ’할머니‘지만 나이를 잊고 살고 있다고 했다.
“솔직히 내 나이를 가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사람들 만나서 내 나이 얘기하면 놀라면서 ’60초반 정도로 보인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나이 때문에 뭘 못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TV를 보다가 나와 비슷한 연령대 분들이 병들어 고생하는 것을 보면 ’나도 저 나이인데‘라고 느끼기는 한다.”
임 씨를 보고 40대 후반인 며느리도 근육운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며느리가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지 하면서 못했는데 요즘 ’어머니 보고 용기 얻었어요‘라며 열심히 헬스클럽을 다니고 있다. 주변에서도 나를 보고 운동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내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이지만 나를 보고 다른 사람도 따라 한다면 그 보다 좋은 게 어디 있나.”
월요일엔 어깨, 수요일은 등, 금요일은 하체로 나눠 빠지지 않고 근육을 키우는 임 씨는 “힘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하겠다”며 “기회가 생기면 국제대회에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건강을 지키는 선에서 무리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내 나이에 욕심을 더 부릴게 뭐가 있다. 내 건강만 지키겠다는 생각이다. 이 나이에 선수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대로 유지하는 게 최고의 목표다. 실제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좀 무리했더니 관절에 통증이 오는 등 부작용도 있었다. 부담 없이 즐기면서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활용할 계획이다.”
임 씨는 처음 운동하는 사람들이게 무조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헬스클럽에 가서 보면 혼자 열심히 운동하는데 근육이 잡히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모든 운동이 그렇겠지만 특히 근육운동은 바른 자세와 방법으로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부상도 예방할 수 있다. 우리 몸을 젊게 하려면 투자도 해야 한다. 꼭 전문가의 자도를 받으면서 운동해야 한다.”
’75세 청춘‘ 임종소 씨는 자신 있게 말한다.
“나이 먹었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는 것은 죄악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자리보전하게 돼 자식들에게도 누가 된다. 아파도 포기하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 특히 근육을 키워라. 근육을 키우면 10년은 젊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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