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꿈이 현실로… 1만2000개 위성 띄워 ‘우주 인터넷’ 시대 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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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인터넷 구축 ‘스타링크’ 첫발

스페이스X 제공
스페이스X 제공
‘세계 모든 곳에서 고속 인터넷에 접속하게 한다’는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꿈이 현실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지난달 24일 미국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우주 위성 인터넷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링크’의 1단계 위성 60기를 발사했다.

스타링크는 200kg대의 소형 군집위성 약 1만2000개를 수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지구 저궤도에 띄워 전 세계를 초고속 인터넷으로 촘촘히 연결하려는 계획이다. 1차로 2020년까지 약 720개의 위성을 550km 상공에 띄우고, 이후 1100∼1300km와 330∼340km 상공에 각각 수천 개의 위성을 추가해 총 3개 궤도에 군집위성을 배치한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빛과 전파로 우주를 관측할 때 스타링크가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머스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머스크의 이런 시도는 드론과 자율주행선박 등 무인이동체를 위한 통신시장과 6세대(6G) 이동통신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있다. 머스크의 또 다른 꿈인 초장거리 우주 무선 인터넷을 구축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페이스X가 지구 저궤도에 군집위성을 띄우는 첫 번째 이유는 속도다. 지상과 위성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데이터를 주고받는 속도가 빨라진다. 현재 위성통신에 널리 쓰이는 정지궤도 위성은 3만5786km 상공에서 지상과 정보를 주고받는다. 전파를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는 데 0.6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저궤도의 스타링크를 쓰면 이 시간을 수십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낮은 산에 오르면 멀리 볼 수 없듯 저궤도 위성은 넓은 범위의 정보를 다룰 수 없다. 스타링크는 1만 개가 넘는 위성을 촘촘히 띄워 이를 극복한다. 수많은 위성 덕분에 구석구석 ‘데이터 그늘’ 없이 싼값에 인터넷 연결이 가능해진다. 머스크는 스타링크 발사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못한 사람이나, 연결은 돼 있더라도 비싸게 이용해야 하는 사람, 안정적이지 못한 사람을 인터넷에 연결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가 값싼 인터넷 연결 혜택을 스타링크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철저히 비즈니스로 접근하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염인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성기술연구그룹장은 “가까운 미래에 드론과 해상 자율주행선박 등 무인이동체가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구 어디에서든 연결이 가능한 촘촘한 인터넷이 필요한데 스타링크는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 그룹장은 “또 세계적으로 다음 세대의 이동통신인 6G가 어떤 형태일지 논의가 한창인데 후보 중 하나가 위성으로 전 세계를 묶는 방식”이라며 “스페이스X는 이를 현실화해 미래 통신시장까지 선점하기 위해 대담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링크는 빠르면 몇 년 내에 현실화할 화성 유인 탐사를 위한 통신 인프라에도 활용될 수 있다. 화성까지의 거리는 최소 5500만 km로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38만 km)의 약 145배다. 태양을 중심으로 반대 방향에 놓일 때 최대 거리는 4억 km가 넘는다. 먼 거리를 여행하는 탐사선과 통신하려면 새로운 행성 간 인터넷 기술이 필요한데 중간에 정보를 중계해 주는 위성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계위성은 지구에서 화성 사이 모든 구간에 균일하게 분포할 필요는 없다. 지구와 화성에 통신을 위한 위성이나 궤도선을 집중적으로 띄워놓고 그 사이 구간은 고성능 통신 위성으로 끊김 없이 이어주면 되기 때문이다. 스타링크는 이런 행성 간 인터넷을 위해 지구 쪽에 촘촘히 설치되는 인프라로 직접 활용되거나, 관련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

화성 간 통신을 넘어선 원거리의 우주 인터넷이 성공하려면 인터넷이 끊길 때 정보 전송 실패를 극복하는 기술이 추가로 필요하다. 우주에서 보내는 무선 신호는 다른 천체에 의해 막히거나 태양이 내뿜는 입자에 교란돼 전송이 안 될 수 있다. 이 경우 정보를 최초 발신지로부터 다시 보내면 시간이 너무 지연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등은 중간에 정보가 끊기더라도 끊긴 위성에서부터 다시 중계가 재개돼 지연 시간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연내성네트워크(DTN)’라는 기술로, 정보를 중계하는 위성이 정보를 받아 저장했다 중간에 인터넷이 끊길 경우 다시 내보내는 게 핵심이다.

한국 역시 2020년 발사할 계획인 달 궤도선과의 통신을 위해 자체적으로 DTN 기술을 연구 중이다. NASA는 기존의 전파통신 대신 레이저를 이용한 통신으로 인터넷 용량과 속도를 10∼100배 늘리는 차세대 우주 인터넷 역시 연구하고 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머스크#인공위성#우주 인터넷#스타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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