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함께 감염병 확산 방지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같은 사례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황창규 KT 회장이 1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FAO 주최로 열린 ‘디지털 농업혁신’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가축전염병 확산 방지 플랫폼 개발을 제안했다. 그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로밍데이터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각종 감염병 확산을 막았던 경험을 글로벌 차원에서도 공유하겠다는 취지다.
KT는 2014년부터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한 질병 재해 차단을 위해 정부와 협업해 왔다. 첫 번째 시도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의 사전 예방이었다. 가축 감염병이 운반 트럭을 통해 주로 확산된다는 점에 착안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업해 가축 운반 트럭 운행 정보를 수집했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 발생 위험 지역을 예측하고 사전 검역을 강화했다. 2014년 12월부터 시행한 이 프로젝트 이후 2016년 말∼2017년 초 383건이었던 고병원성 AI는 2017년 말∼2018년 초엔 22건으로 줄었다.
정부와 KT는 이후 인체 감염병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KT는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감염병 확산 방지 시스템을 개발해 2016년 11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통신 로밍 데이터로 여행객의 전체 일정을 파악해 위험 국가를 방문한 경우 국내 도착 즉시 질병관리본부의 검역 안내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입국 심사장에서 여권을 스캔하면 검역 대상자라는 사실이 2차 공지된다.
황 회장은 “한국에선 2015년 발생한 메르스로 인해 1만6600명이 격리되고 19억 달러(약 2조2500억 원) 규모의 사회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며 “감염병 확산 방지 시스템 도입 이후 2018년 한국에서 메르스가 재발했을 때 1명의 확진자 외에 추가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가축 감염병도 예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최근 아시아 국가로 확산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위험 지역 방문객이 들고 온 생(生) 햄이나 육포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KT의 로밍 빅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방지 시스템을 수의사, 축산·가공 사업자 등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적용한다면 사람을 매개로 가축 감염병이 확산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이를 위해 FAO의 가축전염병 발생정보 수집과 공유, 각국의 축산농가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철저히 보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앞서 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 이미 로밍 데이터 기반 감염병 확산 방지 플랫폼의 글로벌 적용을 제안해 호응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KT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세계경제포럼(WEF),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와 협력하는 한편 가나, 케냐, 라오스 등에서 이미 해당 플랫폼 구축을 시작했다.
FAO가 이번에 황 회장을 초대한 것은 KT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으로 만든 사막형 온실에 관심을 가지면서다. KT는 지난해 하반기(7∼12월) 아랍에미리트(UAE)를 구성하는 7개 국가 중 하나인 샤르자에 사막형 온실을 구축한 바 있다. KT는 이번 행사에서 FAO와 태양광 스마트팜 등 농업 혁신 기술 교류를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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