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넘어 시작한 ‘철인3종’… 기록 욕심 버리면 환갑 넘어도 너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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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10> 최용훈 분당서울대병원 치과 교수

최용훈 분당서울대병원 치과 교수는 올해 처음으로 철인3종 경기에 도전했다. 최 교수는 건강도 유지하고 체력 훈련도 겸하기 위해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최용훈 분당서울대병원 치과 교수는 올해 처음으로 철인3종 경기에 도전했다. 최 교수는 건강도 유지하고 체력 훈련도 겸하기 위해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나이가 들면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적절히 배합하는 게 최선의 운동법이다. 무리한 운동은 관절을 다치게 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40대 이후에 수영, 사이클, 마라톤을 쉬지 않고 이어하는 철인3종 경기 같은 과격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고 말하는 의사들이 많다.

최용훈 분당서울대병원 치과 교수(44)는 다르다. 최 교수는 강도를 조절하면 40대 이후에도 철인3종 경기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 또한 올해 철인3종 경기에 도전했다.

최 교수는 치아 보존 분야에서 중견 베스트 닥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치료가 어렵다고 여겨지면 치아를 빼내고 임플란트를 심는다. 최 교수는 자연 치아를 유지하려는 편이다. 보존하기 어려운 치아를 뽑아내 치료한 후 다시 이식하는 수술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늘 환자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철인3종 경기는 고사하고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할 여유도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출퇴근 시간만 잘 활용해도 충분히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 최 교수의 철인3종 경기 도전기를 들어봤다.

○ 달리기로 비만 극복

최 교수는 호리호리하다. 몸에 군살이라곤 없어 보인다. 오히려 살짝 마른 듯한 느낌이다. 이런 최 교수도 30대 초반까지는 체중이 90kg에 육박하는 비만 체형이었다. 게다가 운동을 너무 싫어했고, 심지어 관심조차 없었다.

군의관 시절에 운동이란 것을 처음 했다. 훈련 목적으로 달렸다. 부대 한 바퀴를 돌면 2km. 처음에는 한 바퀴도 힘들었는데, 계속 달리다 보니 익숙해졌다. 나중에는 매일 10km 정도는 달려야 개운한 기분이 들 정도가 됐다. 은근히 동료들과 경쟁하기도 했다. 몸도 가벼워졌다. 체중도 80kg 밑으로 내려갔다. 그렇게도 운동을 싫어하던 사람이 언젠가부터 ‘운동 마니아’가 돼 있었다.

2006년엔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했다. 대회에 출전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했다. 그동안 충분히 운동했으니 풀코스라고 해서 크게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30km 정도 달렸을 때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찾아왔다. 한 출전자가 쓰러져 의사의 응급조치를 받고 있는 장면을 보자 숨이 더욱 막혀 왔다.

간신히 완주했지만 성취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최 교수는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그 후로 5개월 동안 무릎이 아파서 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으니 후유증이 상당히 컸던 셈”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교훈은 얻었다. 자신의 기량을 과신하거나 객기를 부리다가는 꼭 다친다는 사실을 말이다.

○ 철인3종에 도전하다

부상을 당하고 난 후 달리기에 대한 흥미가 조금은 떨어졌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자전거를 접하게 됐다. 열심히 달려도 한 시간에 9km 갈까 말까 한데, 자전거로는 20∼30km를 갈 수 있다니. 자전거에 빠져들었다. 휴일에는 자전거를 끌고 한강 둔치로 갔다. 2008년 현 근무지로 자리를 옮기면서 승용차를 버리고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시작했다.

수영은 2010년에 가서야 배웠다. 당시 네 살 된 아이가 풀장에서 노는 것을 보고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단다.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하면 아버지로서 자식을 구해야 하지 않겠어요?” 막상 수영을 시작한 후로는 1시간 정도 쉬지 않고 물속에서 놀 수 있을 정도까지 실력을 올려놓았다.

이처럼 최 교수는 처음부터 철인3종 경기를 염두에 두고 달리기와 자전거, 수영을 배운 게 아니다. 어쩌다 보니 철인3종의 세 종목을 모두 하게 됐던 것이다. 최 교수가 본격적으로 철인3종에 뛰어든 것은 지난해부터다. 자전거 동호회의 멤버와 함께 대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각각 즐기던 세 종목을 연이어 훈련하는 게 힘들었다. 길이 50m의 풀장을 15바퀴 돈 후에 자전거로 40km를 질주했다. 이어 쉬지 않고 곧바로 달렸다. 처음에는 상당히 벅찼다.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니 실력이 붙는 것 같았다.

올해 4월 대구시장배 철인3종 경기 대회에 출전했다. 첫 도전. 훈련 당시와 마찬가지로 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를 완주했다. 약 2시간 30분대의 기록이었다. 아마추어 동호회 수준의 최고 기록은 대체로 2시간 초반대다. 정식 선수들도 1시간 반을 넘는다. 나쁜 기록이 아닌 셈. 이달에는 충북 충주 탄금호에서도 철인3종 경기가 열린다. 최 교수는 두 번째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

철인3종 경기의 매력에 대해 최 교수는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호수에서 수영도 하고, 고풍스러운 도시를 달릴 수도 있는 게 철인3종 경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 최 교수는 “나이가 더 들더라도 이 운동을 계속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기록에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외국에는 환갑이 넘는 동호인도 꽤 많다”라고 덧붙였다.

○ “중년 세대도 철인3종 가능하다”

최용훈 교수는 실력을 과신하지 않고 평소 꾸준히 훈련하면 중년 이후에도 철인3종 운동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최용훈 교수는 실력을 과신하지 않고 평소 꾸준히 훈련하면 중년 이후에도 철인3종 운동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아무리 그렇다 해도 관절을 다치기 쉬운 중년 세대에 철인3종 경기는 무리가 아닐까. 부상 위험이 클 텐데 굳이 이런 과격한 운동을 할 필요가 있을까. 이에 대해 최 교수는 “그렇지 않다. 50대 이후에도 고강도 운동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단, 조건이 있단다.

첫째, 자신의 체력이나 실력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최 교수는 “사고 현장을 몇 번 봤는데, 부상자 대부분이 젊었을 때 꽤 운동을 잘했던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20, 30대의 ‘추억’만 믿고 무턱대고 달려들었다가 다친다는 것. 최 교수는 다른 이와 경쟁하지 말고 자신과의 싸움에 충실할 것을 권했다. 지나치게 자신의 운동 능력을 믿는 것도 금물. 철저하게 준비하고 늘 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기록에 집착하지 말고 즐겨야 한다. 최 교수는 “세 종목을 모두 잘해서 철인3종 경기를 완주해야 한다고 큰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좋다. 본인에게 맞는 종목 위주로 하되 운동 종목을 서서히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셋째, 꾸준히 개인 훈련을 해야 한다. 이 점이 최 교수가 가장 강조하는 대목이다. 최 교수는 “평소에 훈련을 하지 않으면 사고 확률도 커진다”며 생활 속에서 개인 훈련을 꾸준히 할 것을 추천했다. 최 교수의 경우 매일 집에서 병원까지 약 7.5km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그러다가 매주 1회 정도는 일부러 목적지인 병원을 지나쳐 40∼50km를 더 달린 후 병원으로 돌아온다. 이런 식으로 모자란 운동량을 채우는 것. 최 교수는 따로 헬스클럽에 다니거나 근력 운동을 하지 않는다.

운동에 빠지다 보니 생활 습관이 건강해진 것은 덤이다. 체중은 72kg을 유지하고 있다. 이 체중을 지키기 위해 야식을 끊었고, 회식을 하더라도 오후 8시 무렵에는 끝낸다. 최 교수는 “직원과 가족 모두 저녁이 있는 삶이 생겼다고 좋아한다”며 웃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철인3종#달리기#사이클#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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