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테크]엔씨소프트 수원 스튜디오 가보니
게임속 실사같은 그래픽 얻기위해… 3D 스캔-효과음 전문 시설까지
정체기 국내시장 벗어나 활로 모색… “블록버스터급 만들어 美-유럽 공략”
“레디 액션!”
온몸에 마커 60개를 붙인 두 살 브리타니스패니얼(견종) ‘엘티이’는 꼬리를 흔들며 조련사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150m²(약 45평) 규모 스튜디오의 사방에 배치된 카메라 100대는 마커가 반사한 적외선을 감지해 엘티이의 세세한 동작을 그래픽으로 나타냈다. 추후 보완 작업을 거쳐 게임 속에 실사 같은 그래픽으로 재탄생할 기초 자료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날 엘티이는 ‘걷기’ ‘공 물어오기’ 등 총 20개의 동작을 연기했다. 엘티이가 지치거나 지겨워하는 기색을 내비치면 스태프는 간식을 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으며 주연 배우(?) 관리에 진땀을 쏟았다. 그렇게 동작 하나당 “OK” 사인이 나기까지 10여 분이 걸리는 강행군이 4시간 동안 이어졌다. 마치 SF 영화 촬영장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었다.
21일 경기 수원시 광교역 인근에 있는 엔씨소프트 ‘모션캡처 스튜디오’에서 이뤄진 실제 촬영 현장 모습이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처럼 게임 속 캐릭터의 실감나는 표정이나 움직임을 그래픽으로 구현해내기 위한 전문 촬영소이다. 엔씨는 본사 지하 일부 공간을 활용하던 모션캡처 스튜디오를 6월에 이곳으로 확장 이전했다.
엔씨는 이 밖에 3차원(3D) 스캔 스튜디오와 폴리 스튜디오(효과음 등 촬영) 등 그래픽과 음향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전문 촬영시설을 갖췄다. 국내 게임사 중에는 넥슨과 펄어비스 등이 이러한 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가 2016년에 처음으로 모션캡처 스튜디오를 만들자 다른 게임업체도 뒤따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게임업체가 큰돈을 들여 영화 스튜디오 못지않은 게임 스튜디오를 짓는 까닭은 국내 게임업계가 놓인 내우외환의 위기 상황과 무관치 않다. PC 기반의 온라인게임에 치중해온 국내 게임시장은 더 이상 게임 이용자가 늘지 않는 정체 상태에 빠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게임 이용률이 2015년 74.5%에서 올해 65.7%까지 떨어졌다. 미국에 이어 세계 최대 게임시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2017년부터 국내 게임사에 판호(유통 허가권) 발급을 하지 않고 있다.
상황을 반전시킬 돌파구가 절실한 게임업체들이 주목한 것이 ‘실제보다 더 진짜 같은’ 게임이다. 사실감과 몰입감을 극대화해 게이머들에게 게임하는 재미를 되찾아주자는 것이다. 정희석 엔씨소프트 비주얼캡처 스튜디오 실장은 “콘솔(비디오게임) 게임처럼 스토리와 영상미가 결합한 ‘트리플 A(블록버스터)’급 게임을 만들어 북미나 유럽 등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엔씨는 현재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콘솔 버전 게임이나 고사양 PC게임 등에 스튜디오에서 확보한 영상·음성 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정 실장은 “확보한 자료들은 사내 디지털 라이브러리를 통해 각 개발팀이 공유하고 활용하고 있다”며 “게임의 시청각적 완성도를 높여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장기적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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