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발표 시즌이 돌아왔다. 7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8일에는 물리학상, 9일 화학상 등 과학 분야 수상자가 잇따라 발표된다. 10일에는 문학상, 11일에는 평화상, 14일에는 경제학상 수상자가 공개된다.
이 시기가 되면 과학계도 올해 노벨상이 어떤 연구자에게 돌아갈지를 놓고 다양한 예측을 쏟아낸다. 2002년부터 매년 노벨상 수상자 후보군을 발표하는 학술정보 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지난달 25일 노벨상 후보군에 해당하는 ‘피인용 우수 연구자’ 19명을 발표했다. 논문이 많이 인용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과학자에게 영향을 준 연구라는 의미다. 2017년과 2018년에는 한국인 과학자나 국내 연구기관에 소속된 과학자가 후보로 올랐지만 올해는 없다.
가장 먼저 발표되는 생리의학 분야에서는 뇌세포에 빛 스위치를 달아 활성을 조절하는 신경과학 기술인 ‘광유전학’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노벨상에서 가장 강세를 보이는 유전학 분야가 광학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한 셈이다.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개발한 이 기술은 파킨슨병부터 기분장애에 이르기까지 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질병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할 혁명적인 기술로 꼽힌다.
일반인에겐 낯설지만 세포생리학도 유력 수상 후보로 수년째 물망에 오르고 있다. 세포의 삶과 죽음에 관여하는 윈트(Wnt) 신호전달경로를 밝힌 한스 클레버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교수와 면역세포가 자기조직 공격을 막는 현상을 발견한 미국 국립유대인연구센터의 존 캐플러 교수 및 필리파 매랙 교수가 권위자다.
물리학에서는 나노(10억분의 1)와 양자처럼 아주 작은 세계의 비밀을 밝힌 연구가 주요 수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현존하는 최고 슈퍼컴퓨터보다도 뛰어난 양자 컴퓨터공학, 혁명적인 차세대 물질로 손꼽히는 그래핀처럼 원자가 한 겹으로 된 2차원 소재를 개발한 과학자들이 후보에 올랐다. 최근 중력파 관측 등 천체물리에서 수상자가 다수 나왔지만 올해 4월 인류 최초로 블랙홀의 그림자를 촬영한 과학적 시도도 충분히 수상 물망에 오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학에서는 최근 초강세를 보인 생화학 분야가 올해도 수상자를 배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인간 게놈 지도 완성에 지대한 공헌을 한 DNA 염기서열분석법을 개발한 연구자 4명을 후보로 지목했다. 미국화학회의 ‘화학 및 공학 뉴스’도 최근 유전공학의 새로운 도구로 주목받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창시한 연구자들을 후보군으로 꼽았다.
전통적 화학 분야인 유기화학과 물리화학 분야도 여전히 후보군이 많다. 쌍극 고리 첨가 반응 등 새로운 반응법을 개발해 화합물의 수를 기하급수로 늘린 연구 업적과 리튬 이온 배터리 상용화에 기여한 화학자들이 물망에 올랐다.
노벨상을 받은 기초과학 연구는 아주 먼 훗날이 되어서야 인류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는 편견이 지배적이지만 일단 도입되면 ‘파괴적’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또 해당 연구가 노벨상 후광효과 덕분에 급격히 확산되기도 한다.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면역항암제 연구는 수상을 계기로 세계적 제약사들이 앞다퉈 관련 연구에 뛰어들게 할 만큼 큰 효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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