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과학상 발표가 7∼9일 끝났다. 물리학상과 생리의학상에서는 우주의 기원부터 세포의 적응까지 기초과학 업적이 크게 주목받았고, 화학상은 세계인의 삶을 변화시킨 실용적 배터리 기술에 돌아갔다. 10일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수상 업적의 과학적 의의를 들어봤다.
○ 우주거대구조 연구와 태양계 밖 행성 관측 기틀 세운 천문학자들
물리학상은 두 가지 서로 다른 업적을 세운 학자 세 명이 수상했다. 하나는 우주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설명한 물리우주론이고, 다른 하나는 외계행성의 발견이다.
송용선 한국천문연구원 이론천문센터장은 “우주론은 물리학과 천문학의 융합학문이다. 제임스 피블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 두 가지 다른 학문이 어떤 방식으로 융합해야 하는지 해답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우주의 시초부터 우주배경복사가 나오기까지 물리적 과정과 우주의 95%를 구성하지만 아직 정체를 알지 못하는 암흑물질 및 암흑에너지 연구에 공헌했다는 것이다. 피블스 교수의 또 다른 업적은 빛으로 수백만∼수천만 년 가야 하는 거리에 걸친 우주거대구조 연구를 설계했다는 점이다. 송 책임연구원은 “우주의 시초에는 주변과 밀도가 10만분의 1 정도 차이가 나는 작은 비균질 상태가 존재했다”며 “피블스는 우주거대구조의 씨앗이 생성되는 과정과 진화하는 과정을 이론으로 연구해 은하의 형성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이를 관측하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외계행성 발견은 우주에 대한 편견을 깬 것이었다. 오대현 국가기상위성센터 선임연구원은 “태양과 비슷한 별에 외계행성이 존재할 것이라는 논의는 16세기부터 있었지만, 행성은 별보다 많이 어두워 관측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대신 학자들은 행성이 별 주변을 공전할 때 별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현상을 관측해 행성을 찾았다. 미셸 마요르, 디디에 쿠엘로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 팀은 자체 개발한 관측 장비로 페가수스자리 51번 별의 흔들림을 관측해 행성의 존재 사실을 확인했다.
오 선임연구원은 “외계행성 발견 자체도 놀랍지만, 발견한 행성이 목성보다 조금 가벼운 거대한 가스행성임에도 별 주변을 4.2일에 한 번씩 공전한다는 점이 더 놀라웠다”며 “목성의 공전주기가 12년에 이르는 것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속도”라고 말했다. 그 대신 별과 행성 사이 거리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20분의 1에 불과했다. 오 선임연구원은 “다른 학자들이 외계행성계가 태양계와 비슷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매여 있던 반면 이들은 고정관념 없이 데이터를 바라봐 외계행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산소 감지하는 세포 ‘분자스위치’ 발견한 생리의학상
생리의학상은 세포의 산소 감지 메커니즘을 밝힌 세 학자에게 돌아갔다. 그레그 서멘자 미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와 피터 랫클리프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교수는 EPO 유전자에서 저산소반응인자(HRE)와 여기에 결합하는 단백질인 HIF의 존재를 밝혀냈다.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계속 만들어지려면 신장에서 내보내는 단백질인 ‘EPO’가 나와야 한다. 저산소 상태일 때 EPO가 많이 만들어지는데, 그러자면 세포가 산소를 감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수상자인 윌리엄 케일린 미 하버드대 데이나파버연구소 교수는 희귀 유전질환인 폰히펠린다우병을 연구하다 이 병과 관련 있는 유전자(VHL)가 HIF 분해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교수는 “정상 상태에서는 HIF를 분해하지만, 저산소 상태에서는 HIF를 안정화시켜 HRE에 결합하게 해 다양한 유전자를 발현시키고 이것이 저산소 상황 극복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발견한 산소 감지 메커니즘은 빈혈과 암, 대사성 질환, 심장마비, 뇌중풍(뇌졸중) 등과 관련이 있다. 이 교수는 “HIF 양을 높여 빈혈을 치료하려는 시도가 긍정적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HIF를 억제하면 암 혈관 생성을 억제해 항암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았다.
○ 일상 바꾼 발명에 주어진 화학상
화학상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활물질(실제로 전자를 내보내고 받는 물질)을 개발한 세 연구자에게 돌아갔다. 이현욱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및화학공학부 교수는 “리튬은 만들 수 있는 전압의 정도(전위)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 가운데 가장 낮은 물질 중 하나”라며 “리튬으로 음극을 구성하면 양극에 어떤 물질을 구성하더라도 전압을 높게 만들 수 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존 구디너프 미국 텍사스대 교수는 1970년 리튬코발트산화물이라는 양극 활물질을 처음 개발했다. 이 교수는 “100을 충전하면 99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현재 리튬이온 전지 양극 활물질의 시초가 됐다”고 말했다. 1972년 스탠리 휘팅엄 미국 빙엄턴대 교수는 이황화타이타늄을 이용한 리튬 배터리를 개발했다. 하지만 충전과 방전이 계속되면 리튬이온이 뾰족한 모양의 금속이온으로 변환되며 분리막을 찢고 전지를 망가뜨려 상용화가 어려웠다. 이 교수는 “이후 요시노 아키라 일본 아사히가세이 명예연구원이 음극 활물질을 흑연 계열로 바꿔 리튬 배터리에서 리튬을 사실상 제거했다”며 “리튬은 이온으로만 존재해 오늘날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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