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49)는 비만 분야에서 떠오르는 베스트닥터로 꼽힌다. 비만과 관련해 여러 편의 논문을 국내외 저널에 게재했다. 최근에는 간헐적 단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주목받기도 했다. 의학 프로그램인 EBS 명의에서 비만과 대사증후군 진료 분야의 명의로 선정된 적도 있다.
사실 나이가 들면 생리적으로 매년 2kg씩 찌게 돼 있다. 그런데 이 교수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체중이 똑같다. 체지방량도 그대로다. 옷 사이즈도 달라지지 않았다. 비결이 있는 것일까. 이 교수에게 건강법을 물었다.
○ 한강 둔치에서 매일 8km 걷고 뛰어
이 교수는 3개월 전부터 한강 둔치에서 저녁 운동을 하고 있다. 빠르게 걷기와 달리기를 병행한다. 저녁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여느 중년 남녀와 다르지 않다. 최근 피로감이 심해졌고 기력이 크게 떨어져 운동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퇴근하고 서울 반포에 있는 집에 도착하면 오후 9∼10시가 된다. 처음에는 매일 3km 이상 걸어 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천천히 거리를 늘려 요즘은 동호대교까지 왕복 8km를 다녀온다. 그 다음에는 1시간 이내에 8km를 왕복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빨리 걷기만으로는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다. 이 교수는 뛰기를 병행했다. 아직까지는 체력이 좀 달린다. 최고 기록은 1시간 5분. 이 교수는 곧 가능할 거라며 웃었다.
사실 달리기 위주로 운동한다면 이 목표는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이 교수는 “2∼3km를 연속으로 달리는 게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고강도 운동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걷기와 달리기를 반복하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게 운동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를 ‘서킷 트레이닝’ 방식이라고 말했다. 서킷 트레이닝은 중간에 쉬지 않고 종목을 바꿔 가면서 강도를 올리거나 내리는 운동 방식이다. 만약 자전거를 15분 동안 탄다면 같은 속도로 페달을 밟는 것보다 ‘1분은 천천히, 1분은 빠르게’를 반복하는 게 심폐 기능 향상에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한강 둔치에서의 저녁 운동에 이 교수는 상당히 만족하는 것 같다. 일단 선선한 공기를 쐬며 운동하는 게 상쾌하다. 힘들게 몸을 움직이다 보면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몸에 쌓인 화도 사라지는 기분이라고 한다. 운동하면서 음악을 듣는 즐거움은 덤으로 얻는 보상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당분간 한강 둔치에서 저녁 운동을 계속하겠지만 얼마나 갈지는 모른다. 날씨가 추워질 수도 있고, 운동 자체에 질릴 수도 있다. 그때는 관둘 것”이라고 말했다.
○ 수시로 운동 종목 갈아타기
이 교수의 발언을 잘못 받아들이면 ‘작심삼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교수는 “그런 게 아니다”라며 웃었다. 이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기와 장소, 상황에 따라 운동 종목은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교수는 “운동은 반드시 해야 한다. 하지만 의무감으로 하면 안 된다. 그러니 지겨우면 빨리 다른 걸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운동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운동 종목을 자주 바꾸면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즐겁게 운동한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곧 적응하게 된다는 것. 이 교수는 “격렬한 운동을 할 때 고비를 넘기면 엔도르핀이 분비되면서 평화로운 상태가 되는데, 이를 ‘세컨드 윈드(Second Wind)’라고 한다”며 “즐겁다면 이 상황에 이를 테고, 재미없다면 이런 경험을 느끼기도 전에 관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운동 철학에 따라 이 교수는 자주 종목을 바꿔 왔다. 3개월 이전에는 진료 시간 틈틈이 줄넘기를 했다. 이 교수는 벌써 20년 넘게 줄넘기를 꾸준히 해 오고 있다. 그 계기가 있었다.
이 교수는 ‘늦깎이’ 의사다. 동료 교수보다 4년 늦게 의사가 됐다. 자연계열 학과를 졸업한 뒤 다시 의대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보다 보람 있는 일,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 의대에 다시 들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네 살 어린 ‘친구’들과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일단 체력이 달렸다. 뭐든지 하자는 생각에 줄넘기를 시작했다. 틈틈이 짬을 내서 하기에는 줄넘기만 한 게 없었다.
처음에는 100회 정도 하고 줄넘기를 끝냈다. 다음에는 200회로 늘리고, 그 다음에는 300회로 늘렸다. 나중에는 대략 300회씩 3세트를 그 자리에서 했다. 총 1000회 줄넘기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분 정도. 시간은 길지 않지만 땀이 뚝뚝 떨어졌다. 이 교수는 “줄넘기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운동이면서, 동시에 짧은 시간에 운동 효과를 얻기에 가장 좋은 종목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후로도 수시로 운동 종목을 바꿔 왔다. 헬스클럽에서 몸을 만들기도 했고 권투, 스킨스쿠버, 승마, 스키, 골프에 도전하기도 했다. 등산도 자주 다닌다. 요즘에도 봄과 가을에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주말에 거의 매주 서울 근교에 있는 산에 간다. 청계산, 도봉산, 마니산 정도는 오전 일찍 가면 3시간 이내에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고 한다.
○ “운동을 밥 먹듯이 해야 한다”
이 교수가 외래 환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매일 한 시간씩만 운동하세요. 그렇게만 한다면 나머지는 모두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이런 말도 한다. “현재까지 치매를 고칠 수 있는 약은 없습니다. 다만 운동을 꾸준히 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증명됐습니다.”
이 교수는 이런 처방이 ‘빈말’이 아니란 사실을 직접 증명한다. 그 처방 그대로 이 교수 스스로가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처방을 당당하게 내릴 수 있단다.
사실 이 교수 또한 부정맥 증세가 있다. 피로가 누적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맥박이 빨라지는 빈맥이 나타난다. 이럴 때면 숨이 차올라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여기에다 의사 생활을 하면서 몸과 어깨 통증이 생겼다. 어쩌다 운동을 며칠 동안 하지 못하면 어김없이 이 모든 증세가 나타난다. 하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면 이런 증세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니 이 교수도 가급적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한다. 오전 5시에 일어나면 약 30분 동안 스트레칭을 한다. 이때 ‘플랭크’ ‘크런치’ 등 코어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자세도 곁들인다.
병원에서는 엘리베이터를 잘 타지 않는다. 주로 계단을 이용한다. 그것도 두 계단을 한번에 오르고, 한번에 내려간다. 이렇게 하면 오를 때는 스쾃 동작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내려갈 때는 평형감각을 키울 수 있다.
이 교수는 운동 외에도 식이요법에 신경 쓸 것을 주문했다. 일반적으로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 게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이런 생각에 반대한다. 탄수화물이나 지방을 의도적으로 멀리 하지 말라는 얘기다. 이 교수는 “정말 중요한 것은 양보다 질”이라며 “탄수화물과 지방을 줄이기보다는 균형적으로 식단을 꾸미되 고품질 영양소를 섭취한다면 굳이 식사량을 줄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곡류의 예를 들자면 단순당질인 백미보다는 복합당질인 현미나 통보리를 선택하는 식이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식품, 야채, 과일 그리고 되도록이면 가공하지 않은 ‘슬로 푸드’도 고품질 음식에 속한다.
▼ 운동은 보약이 아니라 ‘밥’… 당장 시작하라 ▼
유산소? 근력? 유연성?… 내가 즐거우면 최고!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이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때문에 일단 헬스클럽에 등록부터 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혹은 누가 해 보니 효과가 좋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무턱대고 그 운동을 배우기도 한다.
이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단 운동하려는 마음을 먹는 것은 높이 사줘야 한다”면서도 “운동을 제대로 하는 방법을 알아두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체로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유연성 운동 등을 많이 한다. 그런데 어떤 종목을 골라 어떤 식으로 운동해야 할까. 이 교수의 조언을 참고하자.
① 일단 시작하라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아무리 계획을 많이, 치밀하게 세워도 실제로 운동하지 않으면 아무런 필요가 없다. 이 교수는 “운동이 보약이라고 하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운동은 보약이 아니라 밥이다. 매일 밥을 먹어야 하듯이 매일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시작하라는 뜻이다.
② 즐거운 종목을 선택하라
어떤 운동이 좋을까. 주변 사람들의 권유를 참고할 수는 있지만 맹신해서는 안 된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운동 종목과의 ‘궁합’도 사람마다 다르다. 첫 번째 선택 기준은 즐거움이다. 이 교수는 “나 또한 명상, 태극권 등 두루 해 봤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누군가에게는 그 운동이 최적이겠지만 내게는 복싱처럼 다소 격한 운동이 오히려 흥미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교수는 복싱을 두 달 동안 배운 적도 있다.
③ 건강 상태를 반영하라
특히 중년 이후에는 이 원칙이 중요하다. 이런저런 질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맞춤형’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당뇨병 환자가 공복에 운동을 하거나, 고혈압 환자가 무거운 기구를 들어올리는 운동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관절이 좋지 않은 사람이 등산을 해서는 안 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④ 코어 근육을 강화하자
코어 운동은 요즘 대세로 떠오른 운동이다. 코어는 몸의 중심축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척추, 등, 골반, 횡경막 근처의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코어 운동이다. 코어 근육을 키우면 몸의 자세가 바르게 된다. 또한 허리 통증 같은 것도 줄어든다. 이 교수 또한 집에서 코어 운동을 자주 한다. 이 교수가 추천하는 코어 운동으로는 ‘플랭크’ ‘브리지’ ‘크런치’ ‘버드도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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