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9월 26일, 서울스마트시티센터에서 서울산업진흥원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그리고 에이빙뉴스 주관으로 '2019 비즈니스 콘서트'가 열렸다. 2019 비즈니스 콘서트는 지밸리(G-VALLEY) 내 기업을 포한 국내 스타트업을 글로벌 미디어와 유튜브 등을 통해 알리는 행사로 구로구청·벤처기업협회·하이서울기업협회·하이G밸리 경영자 포럼 등이 후원사로 참여했다.
당시 만난 스타트업 ‘조이펀(대표: 정상권)’을 행사가 끝난 뒤, 다시 만났다. 조이펀은 혼합현실(MR, Mixed Reality)과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기술을 활용한 피트니스 기기 '조이핏(Joy Fit)'과 조이핏을 활용한 '조이피트니스(JoyFitness)'를 출시한 스타트업이다. 조이핏과 조이피트니스가 무엇인지는 아래 사진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재미있었다. 아니, 반가웠다. VR, MR을 활용한 소비자 친화형 제품을 참 오랜만에 만났다. 2~3년 전, 조이펀과 유사한 제품을 개발, 출시한 스타트업들이 꽤 있었지만, 최근 약 1년 사이에 지속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은 조이펀이 처음이었다. 오히려 ‘VR 콘텐츠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VR은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 등 부정적인 소식만 자주 접했다. 그래서 반가웠고, 고마웠다.
이에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조이펀 사무실을 찾아 정상권 대표를 만나 지금까지 어떻게 조이핏과 조이피트니스를 준비했고, 개발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디지털콘텐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꿈꿨지만…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스타트업과 만나면 항상 이 질문으로 시작한다. 조이펀은 어떤 스타트업인지 궁금하다.
정상권 대표(이하 정 대표): 조이펀, 영어로 ‘Joy’와 ‘Fun’이다. 그 뜻대로 재미있고, 즐거운 삶의 요소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되어 보자는 의미다. 좀더 넓게 사회가 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기를 바라는 뜻도 담았다(웃음).
조이펀은 2015년에 설립했다. 설립 당시 아이템은 지금의 조이핏, 조이피트니스가 아니었다. 게임, 동영상,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개인들이 돈을 모아 투자할 수 있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꿈꿨었다.
IT동아: 지금의 와디즈와 비슷하게 들린다.
정 대표: 정확하게는 와디즈보다는 텀블벅에 가까운 의미지만, 맞다. 엄밀하게 말하면 크라우드펀딩이라기 보다 투자사에 가까운, 지분투자을 생각했다. 2015년 당시에는 영세한 디지털콘텐츠 개발사나 1인 개발자가 많았다. 이들을 돕고 싶었다. 2013년 아이디어를 가지고 특허를 출원했고, 2015년 특허 등록이 완료되면서 조이펀을 설립했다.
지금은 크라우드펀딩을 일반 대중들도 많이 알고 있지만, 그 때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거의 없을 때였다. 열심히 준비했다. 만약 호러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가 참여한다면, 이를 알리기 위해 웹페이지를 으스스한 공포 분위기로 만들어 펀딩을 유도하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발로 뛰고 있었다.
그렇게 2015년 10월 26일 조이펀을 설립했는데, 2016년 들어서 사회 전체가 크라우드펀딩에 대해서 주목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정부도 크라우드펀딩을 위한 정책과 규제를 내놓았고. 여기서 발목을 잡혔다(웃음). 여러 조건 중에 크라우드펀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자본금 10억 원 이상을 충족해야 했다. 스타트업에게 그런 큰 자본이 어디 있겠나.
스타트업이니까 스타트업이 힘들어하는 어려움과 문제점을 더 잘 알기에 시작했던 첫 아이템인데… 그렇게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
모바일 3D를 개발하겠다는 도전
IT동아: 그래서 다시 시작한 결과가 지금의 조이펀인가.
정 대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기에 많이 고민한 끝에 지금의 조이펀을 기획할 수 있었다. 과거 경험이 컸다. 2000년초 국내 이통사 3곳 중 한 곳에 휴대폰 게임을 기획, 섭외, 심사하는 일을 했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1세대 휴대폰을 지나 PCS와 카폰 이후 막 등장하던 피처폰 시대였다. 국내 이동통신 3사 모두 처음으로 게임을 휴대폰에 넣기 시작했던 때다.
당시에는 휴대폰 전문 게임을 개발하는 업체가 없었다. 직접 ‘이런 게임을 만들면 어떻겠느냐’, ‘이제 곧 휴대폰 게임 시장이 열릴 것이다’라고 설득하고 다녔다. 참 많은 게임 개발사 대표, 모바일게임 개발사 대표 등을 만났다. 강제로라도 한달에 한번은 만나야 했다. 이동통신 3사 중 한곳에서 모바일게임을 심사하는 역할이었으니.
그렇게 지내면서 2002년, 직접 게임을 개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독립했다. ‘로또 번호 생성기’라는 콘텐츠를 이제 막 컬러 휴대폰이 나오기 시작한 2002년말에 출시했다. 인기 많았다(웃음). 마침 인기 게임 테트리스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면서 국내 시장이 콘텐츠 저작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던 때라 가장 먼저 출시한 효과가 제법 컸다.
IT동아: 게임 개발과 모바일 분야에 자연스럽게 합류한 계기인 셈이다.
정 대표: 당시 만은 투자를 받았다. 지금처럼 전문적인 VC나 액셀러레이터로부터 받은 투자가 아니고, 사모펀드에 가까웠다. 게임이 새로운 투자 시장으로 인식되면서 ‘묻지마’식 투자가 종종 벌어지던 때였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참 건방졌다. 어린 나이에 30대 초중반반부터 큰 투자를 받으니, 무리를 했다.
그렇게 새롭게 개발한 아이템이 ‘모바일 게임 전용 3D 엔진 개발’이었다. N사, G사와 협력해 ‘모바일 3D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를 세웠다. 언론 등으로부터 주목도 많이 받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영건’이라는 말도 들었다(웃음).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여러 문제를 겼으면서 - 실제로 정 대표와는 이후로도 한참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 80명의 직원에서 1년 6개월 동안 아무 수익없이 월급을 주다가 사업을 정리했다.
가장 큰 문제가 나였다. 30대 중반. 어린 나이에 많은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몰랐다. 앞서 말했지만, 참 건방졌다.
다시 시작… 그리고 조이펀
IT동아: 2006년 사업 실패… 2015년 조이펀 설립까지 9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정 대표: 중국으로 갔다. 뭐라도 해보겠다는 심정으로. 그때부터 다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다행히 지난 경험 때문에 게임 개발사에서 많이 찾아줬다. ‘동전쌓기’를 개발한 e3net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기획하기도 했고, 이후로 회사를 많이 옮겼다. 조이펀 설립 전 마지막으로 일한 곳이 기능성 게임을 주로 개발하고 있는 블루클라우드다. 권선주 대표가 추구하는 게임을 표현하는 방식, 디자인적 이미지, 게임 시장을 바라보는 전략 등이 참 잘 맞았다.
IT동아: 이곳에서 조이펀의 기틀을 다지게 된 것인지.
정 대표: 결과적으로는, 맞다. 동작인식과 관련된 정부과제를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피트니스 업체와 협력하게 됐다. 블루클라우드는 동작인식과 관련된 기기를 개발하고, 피트니스 업체는 해당 기기에서 구동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했다. 그리고 다른 경쟁사들도 하나씩 등장했다. 대부분 피트니스 동영상을 사용자가 따라하는 방식인데, 사용자의 참여 동기 유도, 결과를 보여주는 방식 등이 조금씩 달랐다. 관련 사업을 기획하던 와중에 조이펀을 설립하며 나오게 됐다.
IT동아: 정리하자면, 마지막으로 재직하던 블루클라우드에서 디지털콘텐츠 크라우드펀딩으로 조이펀을 설립했지만, 크라우드펀딩 아이템을 포기하게 되면서 지금의 조이핏, 조이피트니스 아이템을 이어서 이전 경험을 살려 진행한 셈이다.
정 대표: 맞다. 피트니스를 동작인식을 활용한 MR 방식으로, 게임처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할 자신이 있었다. 누구보다 피트니스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그리고 장치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고 자부했기 때문이다.
PT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IT동아: 왜 피트니스인가.
정 대표: 피트니스의 문제점을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사용자가 피트니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효율적인 운동을 위해서다. 하지만, 비싼 가격에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몸매를 가꾸는데 관심 많은 20-30대는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PT를 이용하길 원한다.
트레이너는 어떤가. 특정 시간대(출근 전, 퇴근 후 등)에만 고객 수요가 몰려 1:1 서비스를 지향하는 트레이너 입장에서 많은 회원을 관리할 수 없다. 또한, 회원들의 PT 서비스 연장율이 일정하지 않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피트니스장 즉, 헬스장 사업주도 마찬가지다. 트레이너의 잦은 이직에 따른 금전 및 시간적 손해를 겪고 있다.
IT동아: 조이펀의 제품과 콘텐츠는 이를 해결할 수 있나.
정 대표: 조이핏, 조이피트니스는 개인화된 피트니스 트레이닝 플랫폼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대면 피트니스 코칭을 바탕으로 각 사용자에 맞춘 개인화된 다양한 운동을 조합해 PT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추천한다. 또한, 트레이너의 시간과 공간 제약에 따른 매출 제한 문제 해결해 사업자가 추가 수익을 높일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인공지능 기술 활용이다. 사용자의 동작을 인식하고 분석할 때 비전인식 기반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했고. 올바른 동작으로 추천하는 시스템은 갖췄다. 동작인식과 함께 음성 인식을 더한 안내 시스템도 넣었다.
사용자는 국제 인증을 받은 운동 프로그램을 자신에게 맞도록 추천받을 수 있다. 개인마다 다른 근력, 몸동작 등을 분석해 추천하는 형태다. 트레이너는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콘텐츠로 올릴 수 있다. 쉽게 말해, 사용자가 조이핏 앞에서 운동할 때, 조이피트니스에 트레이너의 운동법을 소개할 수 있다.
IT동아: 조이피트니스 콘텐츠, 그러니까 운동 프로그램은 어떻게 개발했는지.
정 대표: 외부의 트레이너와 계약을 통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참고로 10월말, 기준 76종의 단위 운동 프로그램과 10종의 운동 프로그램 개발을 완료했다. 이제 곧 2차 콘텐츠를 업데이트한다. 복부 운동과 허벅지 운동, 여성체형보정(다이어트) 운동 등이다.
동작인식, 사람의 몸을 스캔하기 때문에 달라지는 체형과 예측되는 체력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 운동 후 교정되고, 달라지는 것을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IT동아: 헬스장과 트레이너, 사용자를 연결하는, 하나의 플랫폼이다.
정 대표: 맞다. 톱니바퀴처럼 어느 한쪽의 요구사항도 뺄 수 없는 구조다. 의견을 계속 받아들이고 있다. 인기있는 스타 트레이너가 자신의 프로그램을 소개할 수 있도록 계약도 준비 중이고, 사용자에게 동작 교정을 어떻게 알리는 것이 좋을까 계속 고민하고 개선하는 중이다. 음… 닌텐도 위의 게임과 같은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웃음).
조이핏과 조이피트니스 1차 완성은 지난 9월 23일 끝냈다. 이제 상품을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대형 헬스장 프랜차이즈에 제품 납품을 협의 중으로 운영되고 있는 센터에 지속적인 공급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바쁘다. 헬스장부터 협력업체, VC 등도 만나고 있고… 정신없이 지내는 중이다.
많이 부족하다. 아이템적으로도, 시스템적으로도, 자금적으로도….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투자도 필요하고, 조이핏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자금도 필요하다. 시장 확보를 위해 열심히 발로 뛰는 중이다. 다행히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아 조금씩 위안을 삼는다. 앞으로도 우리 조이핏, 조이피트니스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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