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무제 무색하게 만든 96시간 연속 근무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11월 5일 15시 59분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게임사 직원이 연속 4일 근무 후 기절해서 응급실로 실려간 사태가 발생했다는 글이 올라와 주목을 받고 있다.

블라인드 글에 따르면 모 회사에서 글로벌 런칭 작업을 진행하는 중 오류 발생으로, 72시간 째 점검을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 직원이 4일째 퇴근을 하지 못하고 근무하다 응급실에 실려가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

또한, 해당 직원은 퇴사 예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연장 근무에 동원됐으며, 회사 내 수면실 같은 휴식 공간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인드 게시글 이미지(출처=인터넷커뮤니티)
블라인드 게시글 이미지(출처=인터넷커뮤니티)

블리인드 글에서는 게임과 회사명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조사 결과 에이프로젠게임즈가 서비스 중인 포트리스M의 개발사인 씨씨알컨텐츠트리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은 예상치 못한 오류로 인해 급박하게 점검을 진행하면서 연속 근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교대 근무를 진행했기 때문에, 블라인드 글처럼 96시간 연속 근무가 있었다는 글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한, 사실과 다르게 글을 올려 사건을 확대시킨 직원에 대한 법적 대응도 고려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블라인드에서는 정부에서 내년부터 근로자 50인 이상 중속기업까지 주52시간 근무제를 확대하는 등 직원들의 저녁 있은 삶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과도한 연속 근무가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회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포트리스M 이미지 (제공=에이프로젠게임즈)
포트리스M 이미지 (제공=에이프로젠게임즈)
지금의 사태가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의 주52시간 근무제 발언 이후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장병규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 글로벌 정책 컨퍼런스에서 언제 망할지 모르는 상황인 스타트업에 노동자의 노동 시간을 준수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주52시간 근무제가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20대 때에는 주 100시간씩 일을 했다며, 스타트업에 주52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국가가 나서서 개인의 일할 권리를 뺏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장병규 위원장의 이 발언은 급성장 중인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은 것이지만, 이번 사태만 봐도 현실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스타트업이 해외 기업들의 공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현실은 경영진에게만 성과가 집중되고, 혹독한 노동 환경에 방치되는 것은 일반 직원들이다.

특히, 스타트업, 중소 기업의 경우에는 자금 및 인원 부족으로 인해 일반 직원들에게 과도한 노동이 강요되는 경우가 더욱 많다. 장병규 위원장은 국가가 개인의 일할 권리를 강제로 빼앗는 행위라고 비판했지만, 현실은 중소 기업일수록, 노동의 강도는 더 심하고, 성과에 대한 보상도 약한 편이다. 직원들 입장에서 아무런 혜택도 없이 강요되는 것을 권리라고 하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다.

현행 법상 주52시간 근무제는 직원이 아닌 임원진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과도한 근무로 인한 사건 사고는 전부 일반 직원들에게 일어났지, 임원진에서 발생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남규 기자 kn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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