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수면, 음식… 생활습관 고치니 체중 ‘쏙’ 건강 ‘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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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17> 김선신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알레르기내과 교수

한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여성 보디빌더가 덤벨을 들고 포즈를 취한 사진이었다. ‘초콜릿 복근’이 인상적이었다. 알고 보니 사진 속 인물은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알레르기내과 김선신 교수(50)였다.

상당히 강도 높은 운동을 했으리라 짐작했다. 대학병원 의사로 있으면서 보디빌딩을 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과정과, 보디빌딩의 건강 효과에 대해 묻기 위해 김 교수를 만났다. 요즘도 초콜릿 복근을 유지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김 교수는 “2주 정도만 강도 높게 운동하지 않으면 복근은 다 사라진다. 휴대전화 속의 사진으로만 추억하고 있다”며 웃었다.

○ 보디빌딩의 추억

김선신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라이프스타일 의학으로 건강을 관리한다. 음식에 소금을 치지 않거나 드레싱 없이 채소를 먹는 것도 그중 하나다. 김 교수가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선신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라이프스타일 의학으로 건강을 관리한다. 음식에 소금을 치지 않거나 드레싱 없이 채소를 먹는 것도 그중 하나다. 김 교수가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 교수가 보디빌딩에 도전한 것은 3년 전이었다. 평소에도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했었다. 그러다가 개인적 사정으로 헬스클럽을 옮기게 됐는데, 그곳의 트레이너가 보디빌딩을 권했다. 상상하지도 못한 제안이었다. 당시 김 교수의 나이가 만으로 47세였다. 무리한 운동을 하다가 자칫 다치거나 병이 날까봐 걱정이 됐다. 겁도 났다. 그러니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았다.

그 무렵 김 교수의 심리적 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갱년기 증세까지는 아니더라도 약간의 우울함과 권태감을 느끼고 있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보디빌딩 제안이 들어온 것. 잠시 망설였지만 김 교수는 결국 보디빌딩에 도전하기로 했다.

운동 기간은 16주로 잡았다. 앞의 13주 동안 매일 3시간씩 운동했다. 헬스클럽의 장비를 이용해 근력 운동을 1시간 정도 했다. 길게는 1시간 반까지 근력 운동을 했지만 그보다는 유산소 운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마지막 3주 동안에는 운동 강도를 더 높여 매일 5, 6시간씩 운동했다. 이때도 유산소 운동의 비중을 높였다.

보디빌딩이라 하면 당연히 근력 운동의 비중이 높을 것 같은데 의외다. 김 교수는 “남자와 여자의 운동법이 다르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남자들은 주로 근육을 울퉁불퉁하게 키우는 ‘벌크 업’이 목표이기 때문에 고강도의 근력 운동이 필수다. 반면 여자들은 불필요한 지방을 빼서 근육을 팽팽하게 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여자들은 16주 안에 복근이 팽팽하게 보일 정도로 몸매를 만들 수 있다. 남자라면 16주 안에 벌크 업 하는 것이 불가능하단다.

16주 동안 김 교수는 병원과 헬스클럽, 집만 오갔다. 그만큼 운동에 집중했다. 그 결과 탄탄한 몸매를 얻을 수 있었다. 보디빌더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심지어 보디빌딩 대회까지 나갔다. 김 교수는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에 성공하고 나니 모든 것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 후로 김 교수는 보디빌딩을 중단했다. 체중은 유지하지만 일부러 근육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초콜릿 복근도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다시 보디빌딩을 할 의향도 없다고 한다. 나아가 보디빌딩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했다. 보디빌딩이 몸매를 예쁘게 해 줄 수는 있어도 건강까지 좋게 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

김선신 교수가 3년 전 보디빌딩을 하던 때의 모습. 김선신 교수 제공
김선신 교수가 3년 전 보디빌딩을 하던 때의 모습. 김선신 교수 제공
보디빌딩을 하다 보면 근육을 도드라지게 보이기 위해 건강에 해로운 행동을 할 때가 많다고 했다. 이를테면 대회에 나가기 전 이틀 동안은 거의 물을 마시지 못했다. 몸 안의 수분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마저도 몸에 좋지 않은데 한증막 같은 곳에서 땀을 더 뺐다. 김 교수는 “이런 걸 반복하다 보면 콩팥에 손상이 갈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단기간에 운동량을 늘리는 것도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량은 일주일에 150∼300분이다. 보디빌딩을 하면 이 운동량을 하루에 끝내버린다. 이 경우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나와 몸을 해칠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김 교수는 “보디빌딩은 한 번 도전해 볼 수 있지만 건강을 챙기려는 목적이라면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라이프스타일 의학으로 건강관리

김 교수는 자신만의 건강 철학이 따로 있다고 했다. 매일매일 조금씩 더 건강해지는 것. 김 교수는 이를 ‘라이프스타일 의학’이라 불렀다. 미국에서 비롯된 이 학문은 예방의학의 일종이다. 생활습관을 개선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것. 김 교수는 이 학문을 배우기 위해 2012년 미국 스탠퍼드대에 연수를 가기도 했다.

김 교수는 “운동과 식이요법 등에 대해 전반적인 작전을 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사실 김 교수에게도 ‘작전’이 필요했다.

김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통통한 편이었고, 그 때문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일부러 헐렁한 옷만 골라 입었고, 색상도 검은색을 선호했다.

의대에 들어간 후로도 스스로를 관리하지 못했다. 운동할 시간이 없었고, 식습관도 엉망이었다. 특히 탄수화물을 많이 먹었다. 아침에는 달콤한 빵과 떡을 주로 먹었고, 국수도 엄청 좋아했다. 먹는 속도도 빨라서 과식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둘째 아이를 낳은 다음부터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여러 운동을 섭렵했다. 수영도 했고, 테니스도 했으며, 심지어 폴 댄스까지 했다. 하지만 대부분 1년을 넘기지 못했다. 지겨워서 그런 적도 있고, 나름대로 충분히 관리했는데 운동 효과가 없어서 포기한 적도 있다.

이렇게 자신을 돌아본 후에 체계적으로 작전을 짰다. 라이프스타일 의학을 배우면서 스스로 체험에 돌입한 것. 그 결과 연수를 마칠 때쯤에는 옷 사이즈가 조금 줄어 있었다. 신체를 측정해보니 근육의 양이 늘어나 있었다.

김 교수는 “라이스프타일 의학에서는 △운동 △식이 △수면 △스트레스 △음주 △흡연 등 6개 분야로 나눠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비흡연자이기 때문에 5개 분야에서 목표를 정하고 이행했다.

먼저 운동 분야. 1시간 유산소 운동에 30∼40분 근력 운동을 했다. 가급적 1주일에 3회 이상 유지하려고 했으며 지금도 그러고 있다.

식이 분야에서 변화가 두드러졌다. 드레싱 없이 채소를 먹기 시작했다. 소금은 완전히 퇴출시켰다. 매콤한 청양고추로 대체하긴 했지만 소금 없이 음식 맛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3주가 고비였다. 그 고비를 넘기고 3개월을 버티니 심심한 맛에 익숙해졌다. 6개월이 지난 후로는 그 맛을 즐기게 됐단다. 김 교수는 “채소나 멸치 등에 나트륨 성분이 들어있다. 소금을 전혀 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충분한 소금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락도 싸가지고 다녔다. 인터뷰가 진행된 이날 도시락 메뉴는 귀리밥에 드레싱 없는 채소, 두부조림, 우거지, 멸치, 콩나물이었다.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하루 5, 6잔을 마시던 커피를 1잔으로 줄였다.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서는 재미있는 일에 도전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보디빌딩도 이런 계획에 따라 도전했던 것. 요즘에는 팬플루트를 배우고 있다. 김 교수는 “1년에 한 개 정도는 나 자신을 위해 투자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너무 피곤할 때 집에서 와인 한 잔 정도를 마신다. 최근에는 그것마저도 완전히 끊었다.

김 교수는 “습관을 고치겠다고 결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건강에 나쁜 습관 목록을 만든 뒤 그중 하나를 선택해서 3개월 동안 고치면 된다. 단, 여러 개를 동시에 고치겠다고 달려들지는 말라고 한다. 그랬다가는 하나도 고치지 못하고 무너질 수 있단다.

▼ 천장 보고 누워서 무릎 밀기… 5세트씩 반복하면 ‘빨래판 복근’ ▼

김 교수 추천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코어 근육 키우기’

중년 이후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근육이 감소한다. 따라서 평소에도 근력 운동을 해 주는 게 좋다. 특히 척추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코어 근육’을 키워야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 김선신 교수가 집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운동을 추천했다.

① 누워서 무릎 밀기

천장을 보고 누운 뒤 무릎을 굽힌 상태로 들어올린다. 굳이 직각 상태를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 이때 허리는 살짝 바닥에서 뜨게 한다. 엉덩이는 당기는 느낌이 들게 한다. 이 상태에서 두 손으로 무릎을 민다. 반대로 무릎은 몸쪽으로 끌어당긴다. 5초씩 5세트를 반복한다. 복근 강화에 좋다.

② 짐볼 스트레칭

짐볼을 준비한다. 짐볼이 없다면 딱딱한 의자로 대체해도 좋다. 머리를 짐볼에 대고 다리를 십일 자로 벌린 상태에서 허리를 들어올린다. 이때 무릎이 벌어지지 않도록 발에 힘을 준다. 이 동작이 익숙해지면 한 발을 들어올린다. 배와 등 근육 강화에 좋다. 5초씩 5세트 반복.

③ 옆으로 다리 들기

고무 밴드를 준비한다. 고무 밴드를 묶어 허벅지에 건다. 정면을 보고 선 뒤 한쪽 발을 그대로 위로 들어올린다. 이때 골반에 힘을 준다. 단, 다리를 들어올리면서 몸에 반동을 줘서는 안 된다. 들어올린 상태에서 다리를 멈추면 운동 효과가 커진다. 힘들면 벽을 짚고 운동해도 좋다. 엉덩이와 허리 근육 강화에 좋다. 왼쪽과 오른쪽 번갈아가면서 5회씩 5세트.

④ 계단 제대로 오르기

계단 오르기는 다리 근력 강화에 좋다. 다만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무릎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계단을 오르는 요령을 알아둬야 한다. 우선 발부터 내딛는다. 발이 바닥에 닿으면 상체를 약간 앞으로 숙인 자세를 만든다. 이어 엉덩이와 허벅지에 힘을 주면서 계단을 오른다. 계단에서 내려갈 때 무릎에 더 무리가 갈 수 있다. 가급적 계단 내려가기는 피하도록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보디빌딩#생활습관#생활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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