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감자 한 알도 집까지 바로 배달… 냉장고 혁명 이끌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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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B마트 연내 서울 전역 서비스”

13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만난 김봉진 대표는 “배달의민족이 냉장고에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3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만난 김봉진 대표는 “배달의민족이 냉장고에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넷플릭스가 TV의 시대를, 우버가 자가용의 시대를 바꿨습니다. 다음은 배달의민족이 냉장고의 시대를 바꿀 것입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대표(43)가 13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본보와 만나 내년 주력 사업으로 ‘B마트’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1, 2인 가구를 겨냥해 이마트(SSG), 쿠팡프레시도 하지 못했던 ‘식료품 바로 배달’을 하겠다는 것이다. B마트에선 감자 한 알, 자반고등어 한 마리, 생수 한 통도 바로 집까지 배달시킬 수 있다.

○ 일주일 치 장 봐서 냉장고 넣어두던 시대는 끝


아내와 세 아이를 둔 가장인 김 대표는 한국의 가족 구도가 변해가는 것을 눈여겨봐 왔다. 그는 “우리 때만 해도 주말이면 차를 몰고 대형마트에 가서 일주일 치 장을 봐 냉장고에 넣고 뿌듯해하던 문화가 있었다. 저녁도 아버지 퇴근 시간에 맞춰 온 가족이 둘러앉아 차려 먹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일하는 부부 따로, 학원 간 아이 따로 밖에서 먹는다. 큰 냉장고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B마트는 냉장고 안 식재료를 ‘최대 3일 치’까지로 줄이는 게 목표다. 당장 지금 필요한 재료를 꼭 먹을 만큼만 주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마트가 기획세트와 할인가로 승부해 왔다면 B마트는 초소량 구매와 즉시 배달로 승부한다.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앱) 안에서 B마트를 선택하면 각종 식재료와 간편식, 과자와 라면, 분유 등을 낱개로 시킬 수 있다. 올해 말까지 서울 전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구’ 단위마다 도심형 미래 창고를 지었다. 그는 “B마트는 창고에서 지름 3km짜리 원 안에 들어오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박스 단위로 배송 트럭에 실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친환경 비닐봉지에 소량을 담아 이륜차로 배달하기 때문에 한시간 안에 배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30분 단위로 ‘나중에 배달’을 선택할 수도 있다.

배달음식처럼 식재료를 바로 가져다주는 서비스는 국내에선 B마트가 처음이지만 해외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미국의 음식배달기업 도어대시가 최근 슈퍼마켓 품목을 추가했고 우버이츠도 식료품 배달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높다”면서 “배달의민족도 처음엔 배달전문점 서비스에서 점차 일반 식당 배달대행(배민라이더스)으로, 이어 식자재 배달까지 3단계로 나아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사라질 것에 대한 배려, 다가올 것에 대한 준비”


우아한형제들은 창업 이래 매년 연 매출 70%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의 맏형 격인 김 대표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의장직도 맡고 있다. 지난달 말 검찰이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를 기소하자 페이스북에 “이번 일로 스타트업계는 많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남기기도 했다.

보름여가 지난 현재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자 “사라질 것에 대한 배려, 다가올 것에 대한 준비”라는 말을 던졌다. 기존 시장의 생존권과 신산업으로의 흐름 모두를 염두에 둔 말이었다. “150만 명의 타다 이용자의 이익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으면 한다”고도 했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배달원의 법적 지위 문제와 기그 이코노미(Gig economy·빠른 시대 변화로 인한 비정규 프리랜서 근로) 확산에 대해서도 고민이 깊다. 최근 경쟁 서비스인 ‘요기요’ 오토바이 배달원 5명이 체불 임금을 받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어 노동자 자격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대다수 배달원이나 타다 드라이버 같은 기그 노동자들은 아직도 원하는 시간에, 고용자 없이, 여러 서비스에서 동시에 일할 수 있는 현재의 근무 형태를 선호한다.

김 대표는 “이러한 기그 노동자들은 기존의 법적 지위로는 담을 수 없는 새로운 근로 형태를 만들어 내고 있다”며 “단순히 다른 노동자들과 같은 일반 노동자로 규정하는 것도, 지금처럼 법적 테두리 없이 방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배달원들이 요구하는 근무 유연성과 소비자들이 요청하는 배달원 범죄 이력 조회, 고용자가 요구하는 필수 안전교육 등을 모두 반영하는 새로운 법적 지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우아한형제들#김봉진 대표#b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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