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게임즈의 달빛조각사, 넥슨의 V4,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까지 한국산 대작들의 공습이 하반기에 집중되면서 상위권 순위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번에 출격하는 대작들은 현재 국내 게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게임사들이 자존심을 걸고 선보이는 게임들인 만큼, 막대한 개발비를 들여 퀄리티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어디로 눈을 돌려서 광고가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엄청난 마케팅비를 쏟아 붓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대작들이 공세가 집중되면 당연히 기존의 게임들의 순위가 흔들릴 수 밖에 없지만, 지난9월에 출시된 라이즈 오브 킹덤즈가 여전히 흔들림없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 시선을 끌고 있다. 라이즈 오브 킹덤즈는 도탑전기로 유명한 릴리스 게임즈의 모바일 전략 게임으로,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명들의 경쟁을 다룬 것이 특징이다.
아직 리니지2M이 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 변수이긴 하나, 리니지2M이 나온다고 해서 라이즈오브킹덤즈의 상승세가 꺾일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과거 삼국지M 부터, 총기시대, 로드모바일, 그리고 이번에 라이즈 오브 킹덤즈까지 중국산 모바일 전략 게임들 언제나 통한다는 공식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이렇게 중국산 모바일 전략 게임이 국내 시장에서 연이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장르에 내세울 만한 국산 경쟁작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 클래시 오브 클랜의 인기를 얻은 후 국내에서도 여러 개발사들이 모바일 전략 게임 장르에 도전장을 던졌으나, 모두 클래시 오브 클랜 아류작 수준에서 머물면서 장르 자체가 초토화됐다. 모두 흥행이 불확실한 전략 장르 대신 안전한 수집형RPG, MMORPG쪽으로 시선을 돌린 상태다.
하지만, 중국은 과거 부족전쟁이 인기를 끌던 웹게임 시절부터 전략 장르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것이 현재 모바일 시장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모바일 전략 게임 시대를 만든 클래시 오브 클랜이 나온게 7년 전이지만, 중국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비슷한 게임들을 계속 출시하면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쳐왔다. 단지 모바일 플랫폼으로 옮겨오는 것이 늦었을 뿐이지, 사람들이 모여서 땅따먹기 경쟁을 하는 것은 세계 어떤 게임사보다 더 풍부한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런 풍부한 경험 덕분에 과금 모델도 마치 심리학자가 설계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차원이 다르게 섬세하다. 보통 중국산 게임은 VIP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과도한 과금 유도가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라이즈오브킹덤즈는 이용자들이 돈을 쓰면서 플레이하는게 합리적이라고 느끼게 만들고 있다.
단적으로, VIP6을 달성하면 두번째 건설 대열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빠르게 건설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5~6만원 정도 써서 VIP 등급을 올리면 남들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만큼, 그냥 답답하게 플레이하는 것보다 오히려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 무과금을 고집하는 이들도 매일 주어지는 무료 상자에서 VIP 포인트를 획득해서 VIP 등급을 올릴 수 있으니, 억지스러운 과금 유도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아니다.
또한, 전략 게임의 핵심이 되는 연맹 시스템도 과금 시스템과 끈끈하게 연결시킨 것도 차별점이다. 보통 전략 게임의 경우 핵과금 이용자들이 초보들을 학살하기 때문에, 게임에 적응하기도 전에 다 이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게임은 누구나 다 자연스럽게 연맹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연맹에 가입하는 순간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연맹에서 상위 레벨 이용자들이 돈을 쓰면 쓸수록 하위 레벨 이용자들도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자신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연맹도 강해지기 때문에, 돈을 쓰면 쓸수록 보람이 느껴진다.
과거에는 중국산 게임이라고 하면 퀄리티가 낮은 양산형 게임들 뿐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 등장한 게임들은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면서 그래픽 퀄리티가 예전보다 확연히 올라간 상태다. 라이즈오브킹덤즈를 보면 중국산 게임이라는 사전 정보 없이는 서구권 게임이라는 생각이 드는 그래픽이며, 매우 깔끔한 인터페이스 덕분에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만든 게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선덕여왕이나, 영국의 사자왕 리처드 1세, 중국의 손무 등 각국을 대표하는 영웅들이 등장시키는 적극적인 현지화 정책을 펼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 최적화된 게임이라는 인식을 주고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 대만, 미국, 독일 등 많은 국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라이즈오브킹덤즈는 초반에 인기 배우 하정우를 기용한 연예인 광고를 앞세워 시선을 끌기는 했으나, 오랜 기간 전략 장르를 연구해서 쌓은 노하우에서 뿜어나오는 매력을 바탕으로 상위권에 완전히 안착한 상태다. 국내 게임사들이 외면하고 있는 전략 장르 게임인 만큼, 특별한 경쟁작도 찾아보기 힘들다. 비주류라고 전략 게임 장르에 대한 도전을 멈춰버린 한국 게임사들이 라이즈오브킹덤즈의 매출 순위를 보면서 오랜 기간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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