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9년 기해년(己亥年)도 이제 10여 일만을 남기고 있다. 게임업체들도 올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올 2020년 경자년(庚子年) 맞이에 한창이다.
다양한 게임사들이 주목받던 한해였지만, 그중에서도 올해는 체질개선과 내실다지기로 반전에 성공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로 시선을 돌려볼만 하다.
블리자드는 올해 상반기까지 설립자인 마이크 모하임의 퇴사, 그리고 중국 게임사인 넷게임즈와 공동 제작하는 '디아블로 이모탈' 등으로 초심을 잃었다는 평가와 함께 수백 명 규모의 구조조정까지 겹쳐 뒤숭숭한 상태였다. 하지만 전동진 블리자드 코리아 대표 체제로 절치부심하여, 블리자드는 자사 IP(지적재산권)의 영향력 강화와 꾸준한 소통, 모멘텀이 확보된 다양한 신작 발표를 통해 반전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이머 소통, IP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다>
블리자드의 행보 중 돋보이는 것은 국내에서 불멸의 IP라고 할 수 있는 '스타크래프트'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를 토대로 꾸준히 게이머들을 위해 소통에 나섰다는 점이었다.
우선 블리자드는 지난 2017년에 '스타크래프트'를 현대화 시킨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출시한 후, 올해 추가 콘텐츠 '전설의 목소리'를 내놓아 큰 호평을 받았다. 전설의 목소리는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팬이라면 절대 모를 수 없는 엄재경, 전용준, 김정민 등 유명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게임 내에 구현해 넣은 것으로, 게이머들은 '이 목소리들로 해설을 들을 수 있다니 꿈같다' '내가 프로게이머가 된 것 같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블리자드는 8월에 '스타크래프트'의 새로운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스킨 콘텐츠 '스타크래프트: 카툰'을 출시해 '스타크래프트' 매니아들을 흡족케 했다.
'와우'의 초창기 시절을 돌려달라는 게이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행보도 주효했다. '와우'는 15년 동안 7개의 확장팩 등을 거쳐 발전해온 세계적인 인기 MMORPG(다중접속롤플레잉온라인게임)으로, 현재의 모습도 좋지만 게이머들은 15년 전 그 추억을 다시 경험해달라는 요청을 지속했고 블리자드는 이를 수락해 지난 8월에 '와우 클래식'을 출시했다. 결과는 대 성공.
게이머들은 '와우' 초창기 시절인 아제로스의 세계관에 열광했으며,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타리서치 측은 '와우 클래식' 출시 초반에 '와우'를 즐기는 전체 이용자 수가 2배 이상 늘었고 매출 또한 전달 대비 223% 늘었다고 밝혔다.
<꾸준한 업데이트와 e스포츠로 내실을 다지다>
라이브 서비스 중인 게임들의 꾸준한 업데이트도 블리자드의 평가를 바꾸는데 일조했다.
디지털 카드게임 '하스스톤'의 경우 어둠의 반격, 용의 강림 등 2개의 대형 확장팩을 선보이며 게이머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영웅 무리인 탐험가 연맹과 대악당 라팜이 이끄는 악의 연합 잔악무도와의 대결을 배경으로 한 이 확장팩에서 게이머들은 '하스스톤'의 새로운 세계관과 전략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또 다른 블리자드의 메인IP인 '오버워치'에도 다양한 업데이트가 진행됐다. 서포트 및 아군 진영을 강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영웅 바티스트의 등장은 게임의 구도를 바꾸는 참신한 시도였다. 또 한국 게이머들을 위한 특화 부산 맵의 출시, 그리고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오버워치 레전더리 에디션'을 출시하면서 플랫폼 확장에도 신경쓰는 모습도 돋보였다.
액티비전과의 협업을 통한 신작 출시도 블리자드의 주요 이슈였다. 블리자드는 액티비전이 퍼블리싱하고 인피니티워드가 개발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를 지난 10월에 블리자드 스토어를 통해 내놓았으며, PC방 서비스도 담당하면서 콘텐츠 사업 확장안을 명확히 했다.
마지막으로 올해 블리자드의 행보에 e스포츠 대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블리자드는 '오버워치'와 '스타크래프트' 등의 자사 e스포츠 리그에 주력했으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게임별 대회 평균 / 최고 시청자 수를 보면 블리자드 게임들은 '리그오브레전드'와 '배틀그라운드'와 함께 가장 메이저한 e스포츠 종목으로 활약하고 있다.
<디아블로4-오버워치2 깜짝 공개..열기 뜨겁다>
이렇게 국내외에서 내실을 다진 블리자드는 새로운 모멘텀이 될 신작 게임으로 또 다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1월 미국 애너하임 콘벤션 센터에서 열린 블리즈컨에서, 블리자드는 '오버워치2', '디아블로4', '와우' 신규 확장팩 '어둠땅'을 깜짝 공개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게이머들의 열광적인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먼저 '오버워치2'는 전 세계 5천만명 이상의 게이머들이 즐기고 있는 '오버워치'의 IP를 확장한 후속작으로, 윈스턴, 트레이서 등 기존 '오버워치' 영웅들과 새롭게 추가되는 영웅들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스토리 임무와 협동 플레이, PVP 모드 등 새로운 즐길거리를 대폭 추가한 게임이다.
협동 모드인 영웅 임무에서는 영웅들의 레벨을 올리고, 능력치를 강화하는 RPG 요소로 '오버워치'와는 다른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라인하르트의 화염 강타를 시전하면 인접한 적에 불이 붙거나, 트레이서의 펄스 폭탄을 변경해 치명적인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등 불리한 전세를 역전할 추가적인 힘을 얻게 되는 식이다.
또 다른 기대작 '디아블로4'는 '디아블로3'의 10년 뒤 일을 다루고 있으며, 팬들의 바람대로 초심으로 돌아가 더 어둡고, 호쾌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특히 시리즈 최초로 오픈월드 방식으로 제작돼 탈것을 타고, 케지스탄(Kejhistan)의 작열하는 사막은 물론, 스코스글렌(Scosglen)의 늑대인간이 들끓는 푸르른 삼림, 메마른 평원(Dry Steppes)의 거칠고 투박한 황야 등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며, 파티를 맺고 거대한 필드 보스를 상대하거나, 자유로운 PVP도 즐길 수 있다고 밝혀 큰 호평을 받았다. 공개된 직업은 야만용사와 원소술사, 드루이드 3종이며 이후 2종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와우'는 신규 확장팩 어둠땅이 추가되며, 격전의 아제로스에서 공통의 적으로 떠오른 실바나스 사태를 해결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확장팩에서는 게이머들이 '와우' 최초로 사후 세계를 모험하게 되며, 저주받은 자의 탑 토르가스트 등 새로운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이러한 블리자드의 행보에 게임업계에서는 블리자드가 주춤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전성기 시절처럼 재도약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리자드가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아 기쁘다."며 "특히 기존 게임들의 안정적인 운영과 e스포츠를 통한 관심 집중, 디아블로4와 오버워치2 등 기라성 같은 차기작들이 대기하고 있어 당분간 블리자드에 사각은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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