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생존율이 여전히 낮은 질병이다. 보건복지부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3∼2017년 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5년 뒤 살아있을 가능성(상대생존율)은 70.4%다. 1993∼1995년에 42.9%이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올라갔지만 여전히 10명 중 3명이 5년 내 목숨을 잃는 셈이다. 과학자와 의사들은 암 생존율을 더 높이려면 조기 진단과 함께 치료 이후 예후 관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암의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고 치료 후 경과까지 철저히 감시하는 암 진단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일부 진료과목에선 AI가 전문의보다 암 조기 진단 정확도가 더 높다.
구글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구글 헬스의 스콧 마이어 매키니 연구원 연구팀은 “AI가 유방암 조기 진단 정확도에서 방사선 전문의를 능가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1일자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진과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 미국 노스웨스턴대도 참여했다.
연구팀은 AI에 미국 여성 3097명과 영국 여성 2만5856명의 유방암 진단 영상을 학습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AI와 방사선 전문의 6명에게 처음 보는 X선 영상 500장을 제시하고 유방암 여부를 판단하게 했다. AI의 오진율은 전문의보다 낮았다. AI가 암이 아닌데 암이라고 판단한 비율은 전문의보다 영국 여성의 영상은 5.7%, 미국 여성은 1.2% 낮았다. 암에 걸렸는데 암이 아니라고 판단한 비율도 AI가 전문의보다 각각 9.4%와 2.7% 낮았다.
연구팀은 지난해 5월 AI가 폐암 진단에서 최고 94.4%의 정확도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이는 방사선 전문의보다 5∼11% 높은 정확도다. 연구팀은 당시 “AI가 4만2290개의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자료를 학습하면서 전문의도 보지 못한 암의 패턴을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의대 연구팀이 지난해 개발한 AI의 피부암 조기 진단 정확도도 95%에 이른다는 결과도 나왔다.
최근에는 암 치료 이후 경과를 예측하는 방법에서 탁월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EKN·리켄) 고급지능프로젝트 야마모토 요이시로 연구원은 인간이 만든 전립샘암 예후 예측 기준보다 더 정확도가 높은 AI 예측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지난달 18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AI에 일본의대병원(NMSH)이 지난 20년간 보유하고 있던 전립샘암 환자 1만3188장의 자료를 학습시켰다. 그 결과 지금까지 가장 정확하다는 예후 예측 기준인 ‘글리슨 점수’보다 더 정확한 예측 결과를 얻었다.
암의 예후 예측이 중요한 이유는 개인마다 재발과 전이 위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암 세포의 크기, 분화, 형태, 나이, 성별 등 다양하다. 송교영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같은 종류의 암이라도 사람에 따라 재발 확률이 달라질 수 있다”며 “개인에 맞는 치료를 위해선 예후 예측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강경훈·배정모 교수 연구팀도 AI로 대장암 조직 슬라이드를 분석해 재발 및 전이 위험이 2∼3배 높은 환자를 선별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배 교수는 “기존에 알려진 예후 인자들과 함께 진단에 활용하면 재발 위험성이 높은 대장암 환자를 더 잘 찾아내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