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우주가속팽창이론’은 잘못된 관측에서 출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0일 03시 00분


이영욱 연세대 교수팀 문제제기
“기준점 ‘초신성 밝기’ 관측에 오류”

초신성은 밝기가 늘 일정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은하의 나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1a형 초신성 폭발 상상도. 유럽남방천문대 제공
초신성은 밝기가 늘 일정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은하의 나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1a형 초신성 폭발 상상도. 유럽남방천문대 제공
한국의 천문학자들이 우주가 점점 빨리 팽창하고 있다는 천체물리학 이론인 ‘가속팽창’ 이론과 이를 뒷받침하는 ‘암흑에너지’의 존재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11년 노벨상까지 받은 이론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이영욱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와 강이정 칠레 제미니관측소 연구원 연구팀은 5일(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제235회 미국천문학회 총회에서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논문은 학술지 ‘미국천체물리학저널’ 1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약 100년 전만 해도 천문학자들은 우리은하 너머에도 우주가 있는지 잘 몰랐다.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1924년 안드로메다은하 관측을 통해 우리은하 외부에도 은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혔다. 1929년에는 우주가 마치 풍선이 부풀 듯 점점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과학자들은 우주가 은하처럼 중력이 강한 천체의 영향으로 다시 수축할지, 반대로 계속해서 점점 빨리 팽창할지를 두고 논쟁을 벌여왔다.

1998년 천문학자들은 관측을 통해 우주가 약 40억 년 전부터 더 빨리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당시 연구진은 우주에서 동일한 빛을 내는 일종의 ‘등대’를 찾은 뒤, 이들의 밝기를 비교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여기서 사용한 기준점 등대가 1a형 초신성이다. ‘백색왜성’이라는 작고 어두운 노년기 별이 폭발하는 현상이다. 연구진은 초신성 1a형을 관찰한 결과 지구에서 아주 먼 초신성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어둡게 보였고, 이 초신성들이 훨씬 빠른 속도로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은 우주가 가속팽창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라는 것이다. 당시 이런 연구 결과는 천문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고 201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이런 해석에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별이 태양계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사용하는 초신성의 밝기에 의문을 제기했다. 연구팀은 미국과 칠레의 천체망원경을 이용해 59개의 은하를 관측한 결과, 1a형 초신성의 밝기가 동일하지 않은 점을 확인했다. 초신성들은 은하 나이에 따라 처음에는 밝다가 점점 어두워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들은 관측 데이터를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통계 처리하는 과정(표준화)에서 이를 고려하지 않아 먼 은하의 초신성이 오히려 더 어둡게 보이는 결과를 낳았고 이를 근거로 우주가 가속팽창하는 것처럼 잘못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오래된 초신성은 그 이후에 만들어진 초신성과 별의 크기가 다를 수 있는데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최근 우주배경복사가 더 이상 암흑에너지가 뒷받침하는 표준 우주모형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연구가 나오고 암흑에너지를 개입시키지 않고도 설명 가능한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며 “앞으로 5∼10년은 추가 관측을 해야 확실한 결론을 얻을 수 있겠지만, 새로운 우주모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송용선 천문연 이론천문센터장은 “이번 연구는 초신성을 이용한 가속팽창 발견 연구 방법의 문제점을 제기한 것”이라며 “우주가속팽창 자체는 다른 여러 방법으로도 증명돼 있는 만큼 관련 연구자의 향후 논쟁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우주가속팽창이론#가속팽창#암흑에너지#초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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