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게임빌의 행보는 한마디로 '침과대단(枕戈待旦 : 항상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는 군인의 자세를 뜻하는 고사성어)'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8년에 출시했던 '로열블러드' 실패의 후유증이 여전한 가운데, 게임빌은 "많이 배웠다"는 내부 자성과 함께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단행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고군분투하며 비장한 모습을 보였던 한 해였지만, 결과적으로 게임빌은 2019년에도 좋은 실적을 내지 못했다. 노력에 비해 실적이 따라오지 못하여, 2019년 1~3분기에 125억 원(1분기 41억, 2분기 59억, 3분기 25억)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정확히 집계되지 않은 4분기까지 포함하면 적자폭은 조금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속된 적자와 함께 지난 2015년 19만5천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주가는 현재 3만원대 초반을 가리키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게임빌에 대한 주식시장의 평가는 '지켜보자'로 정도로 굳어져 있는 수준이다.
다만 단순히 2019년만 놓고 분석해보면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별이되어라'가 여전히 굳건한 매출원이 되어주고 있고, 신작 RPG인 '탈리온'과 '엘룬'이 성과를 내면서 3분기의 적자폭이 상당수 감소했다.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아진 점도 긍정적이며, 세 게임 모두 글로벌과 RPG 노하우 축적이라는 게임빌의 취지와 방향성에 잘 맞다.
'탈리온'은 지난 2018년 10월에 일본, 이후 2019년에 유럽, 북미에 진출했고 2019년 6월에 한국 런칭을 하면서 글로벌 순차 서비스에 맞춤표를 찍었다. 일본 서비스부터 버그 수정과 밸런스 수정에 총력전을 펼쳤고, 그 결과 '탈리온'은 2019년 8월 경부터 일 매출 1억 원 정도를 기록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엘룬' 또한 대만에 첫 런칭을 한 후 6개월간의 폴리싱(다듬질)을 거쳐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런칭 초반에 일 매출이 거의 나오지 않던 게임이었지만, 6개월 뒤 글로벌 시장에서 일 매출 2억2천만 원을 기록하는 등 괘도에 올랐다. 이 또한 게임빌의 글로벌 RPG 개발 및 운영 노하우가 자리잡혀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게임빌이 '로열블러드'의 실패 이후 '밸런스 폴리싱' 부서를 신설해서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지사와 연계해 게임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하면서 밸런스를 잡는 전담 부서를 설립한 것으로, 이 팀이 카드RPG나 MMORPG에 대한 글로벌 노하우를 쌓고 또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게임빌의 가장 큰 자양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글로벌 RPG가 선전한 반면, 2019년에 게임빌은 충격적인 실패도 맛봐야 했다. RPG와 함께 또 다른 모멘텀의 큰 축으로 준비해온 '스포츠' 분야가 참패한 것. 실제로 게임빌은 '게임빌프로야구 슈퍼스타즈'와 'NBA NOW'이 주저앉으면서 적자행진 탈출은 물론, 모멘텀 확보에 큰 타격을 입었다.
국내에만 출시된 '슈퍼스타즈'는 '리니지2M'과 같은 날 출시되는 등 악재가 겹쳐 스타팅 효과를 받지 못했고,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게임성, 잦은 버그 등으로 현재 국내 오픈마켓 순위 40위권에 머물면서 신작임에도 '세븐나이츠', '쿠키런'과 같은 기존의 스테디셀러들을 넘어서지 못했다. 호주 등 일부 글로벌 출시를 진행한 'NBA NOW'는 거론하기 힘든 수준의 매출 성과와 게이머 피드백을 받고 대책회의에 한창이다.
문제는 두 게임 모두 국내 및 해외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IP를 활용한 게임이라는 점이다. '게임빌프로야구 슈퍼스타즈'는 10여년에 걸친 글로벌 인지도를, 'NBA NOW'는 해외에서 굉장히 인지도가 높은 IP라는 점에서 게임빌의 게임 제작 및 운영 능력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일부 게임빌 개발자들은 게임빌의 개발 능력이 떨어진다기 보다, 업무 경직성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상명하복이 철저한 구조다보니 게임이 문제가 있어도 제대로 의견을 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게임이 개선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로열블러드'의 실패 이후 그런 점이 개선되어 RPG 라인업이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는 것처럼, '슈퍼스타즈'와 'NBA NOW' 등의 스포츠 분야 또한 도약을 위해서는 시스템적인 개선이 절실해 보인다.
그러면 2020년은 어떨까. 실제로 2020년 올해 게임빌의 비전도 이같은 행보와 괘를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 신작을 연이어 출시한 게임빌 입장에서는 캐주얼 레이싱 게임인 '프로젝트 카스 고(Project CARS GO)' 외에 올해 특별한 신작 출시 계획이 없다.
즉, 게임빌은 기존의 '탈리온', '엘룬', '별이되어라' 등의 RPG 라인의 견고한 매출 확립과 함께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와 'NBA NOW'를 제 괘도에 올려놓는 것이 지상과제다.
'별이되어라'는 5년 넘게 게임빌의 핵심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여전히 매력적인 게임이지만, 계속 새로운 등급을 만들어내면서 파워 인플레 현상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플린트에서 특유의 개발력으로 극복해가고 있긴 하지만 고도의 기획력을 통해 한템포 쉬면서 체제 정비를 할 필요가 있다.
'탈리온'과 '엘룬'은 내부 폴리싱에 이어 글로벌 게이머들과의 실시간 소통을 통해 더욱 실적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탈리온'은 서비스 안정화가 된 만큼 분쟁 중심으로 싸움터를 넓힌다면 성장 가능성이 있다. '엘룬' 또한 밸런스를 더욱 고도화하고 즐기는 맛을 보강한다면 지금 이상의 성적을 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는 시리즈가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가 7천만 건에 이르며, 누적 해외 매출 비중이 52%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IP파워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 잘 다듬어서 글로벌 지역에 내보낸다면 승산이 있다.
'NBA NOW' 또한 IP파워 덕분에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엄청난 게이머 유입이 되고 있는 만큼, 가을 시즌 시점에 완전 개편을 통해 완성도 높은 버전2를 낸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올해 게임빌의 유일한 신작인 '프로젝트 카스 고'는 영국 유명 레이싱 게임 개발사인 슬라이틀리 매드 스튜디오(Slightly Mad Studios)가 개발중인 게임으로, 모바일에 맞는 간단한 조작이 특징이다.
개발사 특유의 미려한 그래픽이 돋보이지만, 개발팀이 모바일에 대해 첫 도전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게임빌 미국 지사와의 협력을 통해 모바일에 최적화된 개발과 시스템, 운영을 보여주는지가 관건이 될 예정이다.
한편, 만약 2020년인 올 해도 영업적자를 낼 경우 게임빌은 코스닥 시장 규칙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게 된다.
게임빌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신작 흥행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방법, 업무 효율성 증대를 위한 대규모 슬림화, 그리고 자회사인 컴투스 지분을 50%까지 늘려 연결대상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 등의 방법이 거론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별이되어라', '탈리온', '엘룬'에 이어 '게임빌프로야구 슈퍼스타즈', 'NBA NOW'가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괘도에 오르고, 여기에 '프로젝트 카스 고'까지 흥행에 성공한다면 게임빌은 자력으로 적자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부분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게임빌 입장에서는 효율성을 위해 슬림화를 고민하거나 컴투스 주식을 대거 사들이는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서게 된다.
다만, 게임빌이 지난해 서울 서초동 사옥까지 매각해 지난해 8월부터 600억 원 상당의 컴투스 주식을 추가 사들이고 있지만, 자금 사정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컴투스를 연결대상 자회사로 편입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비용 효율화 등을 통한 흑자 전환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으며, 실제로 올해 중에는 업무효율성과 슬림화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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