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마스터 사업단장 김열홍 고려대안암병원 교수
표준치료 실패한 환자 유전자 분석 향후 초기 환자 등 치료에도 활용
환자 75% 효과 없는데 치료 고통…유전자 분석으로 부작용 줄어들 것
미래의 암 치료에 대해 자문에 응해 준 김열홍 고려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61·사진)는 K-마스터 사업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
K-마스터 사업은 정부 지원을 받아 고려대안암병원이 2017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암 정밀 의료를 위한 진단과 치료법을 개발하는 사업인데, 전국 55개 기관의 종양내과 의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49개 병원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암 환자의 유전자 정보를 구축하고 있다.
김 교수는 “올 1월 현재 5000여 명의 암 환자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으며 사업이 만료되는 내년 12월까지 1만 명의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후 유전자 데이터는 국립보건원 산하 기관으로 이송된다. 정부가 사업을 관장하게 된다는 뜻이다.
현재 이 사업단은 표준 치료에 실패한 암 환자들의 조직을 확보해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적절한 치료제를 찾는다. 환자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필요할 경우 다국적 제약사들이 임상시험 중인 약을 곧바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암 환자들의 유전자 데이터가 축적된다. 이 데이터에는 환자의 임상 경과, 유전자 변화 정보는 물론 어떤 약을 썼더니 어떤 효과가 있더라는 식의 정보도 담겨 있다. 이런 데이터가 쌓이면 향후 암 환자는 물론 암 의심 환자나 초기 환자들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1만 명의 유전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외국의 데이터를 참고하면 환자에게 맞춤형 처방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항암제의 효능은 상당히 좋아졌다. 종류도 다양하다. 최초의 항암제는 암 세포 주변을 완전히 ‘폭격’하는 형태였다. 독성이 강해 그만큼 환자의 고통도 컸다. 2세대와 3세대 항암제를 거쳐 최근 각광받고 있는 4세대 세포치료제는 암의 특성에 맞춰 작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환자의 고통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지금까지는 이 약을 써 보고, 듣지 않으면 다른 약을 쓰는 방식이 많았다. 김 교수는 이런 암 치료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턱대고 항암제를 쓰는 게 옳지 않다는 것. 똑같은 약이라도 환자에 따라 반응과 치료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최적의 약만 찾아 처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항암 치료의 경우 제대로 효과를 보는 환자는 25% 정도다. 나머지 75%는 큰 효과가 없는데도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항암 치료를 받는다. 유전자 분석이 활발해지면 이런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암 정밀 의료가 발전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김 교수는 “암 환자 생존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뿐 아니라 치료의 부작용도 줄어든다. 환자가 효과도 없는 항암제를, 고통을 참아가며 맞아야 하는 사례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암의 경우 암 조직만 떼어내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기가 쉽다. 하지만 고혈압, 당뇨, 치매 등과 같은 만성중증질환은 특정 부위만 떼어내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다른 질병으로 정밀 의료를 확대 적용하는 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암 분야에서 정밀 의료가 효과를 본다면 고혈압이나 당뇨병, 치매 등과 같은 질환에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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