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COVID-19)는 우리의 소통 방식을 바꿔놓았다. 대다수 국민은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며 확산을 막는데 집중하고 있다. 근무 방식에도 어느 정도 변화가 생겼다. 사업장으로 출근하는 직원이 많지만 일부는 집에서 원격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재택 근무'를 시행하는 곳이 늘었다.
기업뿐 아니라 교육계에도 원격 바람이 불었다. 모든 학교가 개강을 4월 초로 연기한 가운데, 일부 학교는 온라인 화상 교육을 도입해 학구열을 불태우는 중이다. 대학가도 마찬가지다. 감염 확산을 막으면서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온라인 화상 도구를 도입한 곳이 많다. 지금 소개할 경희대학교는 화상 수업을 위한 도구로 시스코의 웹엑스(Webex)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경희대학교 내에서는 화상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유인태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화상으로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수업에서 쓰이는 것과 동일한 시스코 웹엑스를 사용했다. 유 교수는 먼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점에 대해 우려했다. 하지만 IT기술의 발전으로 지금처럼 안전하게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수업이 가능한 부분은 다행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수업용 도구는 아니지만 간단한 것이 장점
기자가 궁금했던 부분은 웹엑스의 장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현재 국내에서는 다양한 화상회의 혹은 회상교육 서비스가 있다. 웹엑스 외에도 줌(Zoom), 구글 미트(Google Hangouts Meet), 아마존 차임(Amazon Chime) 등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서비스가 있음에도 유 교수는 웹엑스의 매력을 어디에서 느낀 것일까?
그는 다양한 화상 회의 서비스는 많지만 어떻게 온라인 및 실시간 원격 강의 수업에 접목해 쓰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각 대학이 상황에 맞춰 운영하면서 소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비록 웹엑스는 실시간 미팅 도구이지 수업용 도구는 아니기 때문에 제한적인 부분은 있지만 편의성이 뛰어나고 학습관리시스템(LMS)와 연동해 상호작용과 수업, 출결 처리 등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또 다른 장점은 대화방을 생성한 이(호스트)와 사용자가 카메라와 마이크 등 주요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실제로 웹엑스는 사용자가 마이크와 카메라를 켜고 끌 수 있다. 화면 하단에 있는 아이콘을 한 번 클릭하기만 하면 된다. 대다수 화상 회의 서비스가 이를 제공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어떤 교수님이 한 화상 회의 서비스 내에서 온라인 강의를 진행했는데 학생 약 50여 명 가량이 접속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어떤 학생이 자신의 마이크를 끄지 못한 상태에서 게임을 실행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소리가 강의 내내 입력되는 상황에서 이를 제어하지 못해 난처한 상황이 이어진 것이죠. 웹엑스는 그런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온라인 이론 수업이지만 교육 자체는 상호작용을 고려해 진행 중이라는 것이 유 교수의 설명이다. 대화를 하면 해당 화면이 크게 표시되며, 다른 화면에는 자료를 전송할 수 있다. 이 외에 이모티콘과 폴링(설문조사) 등 교감이 가능한 기능도 제공되어 제한적이지만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하다고. 그는 비록 모니터 위에 표시되는 화면이지만 학생들의 얼굴을 볼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아직 일부 교수는 화상 회의 서비스 사용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시스코의 도움으로 경희대학교 내 많은 교수들이 웹엑스로 학생들과 소통하며 교육 열의를 이어가도 있다고 한다. 도구 사용에 있어 교수와 학생 모두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이 유 교수의 생각이다. 대다수는 이런 환경에 적응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교수와 강사는 대학 차원에서 주축이 되어 도움을 주고 있단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그는 "과거에 비해 더 고도화 되어 있다. 학생들 대다수가 기술적 흐름에 익숙해져 있다"고 말하며, 비록 도입 초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점차 안정화 되었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여기에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교수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
온라인이기에 어려운 점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는 온라인 강의. 분명 강의실에 학생들을 모아 놓고 진행하는 강의와 다를 수 밖에 없고, 한계가 따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촬영해 놓은 영상을 재생하는 인터넷 강의처럼 말이다. 이에 대해 유인태 교수는 "맞습니다. 학생들과 소통하며 수업을 하지만 강의실만큼은 아니다"라며 온라인에서의 한계를 언급했다.
그러나 이런 온라인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중이라는 것이 유 교수의 설명. 예로 강의 중간에 임의로 학생을 호출해 질문을 한다거나, 내용을 이해했다면 아이콘을 누르라는 식이다. 이런 형태로 온라인 강의의 한계인 학생 참여 및 출결 문제도 해결하는 중이다.
강의 자체도 문제지만 또 다른 어려움은 바로 네트워크 대역 및 저장공간 확보다. 아무래도 1시간 이상 영상을 기록해야 하는 데다 여러 자료가 더해지므로 강의 자료가 누적될수록 저장 용량도 계속 증가하게 된다. 현재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자체 구축한 학습관리시스템(LMS – Learning Management System)에 모든 영상을 담을 수 없게 된다.
경희대학교는 이 상황을 대비해 별도의 저장공간을 준비하는 중이다. 하지만 저장공간을 증설하는 과정에서 예산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학교 차원의 준비도 필요하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 향후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상황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대역 확보 및 적절한 분배도 필요하다. 유 교수는 일반적으로 강의 개설자가 평균적으로 초당 약 3MB 가량의 전송 대역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대학 내 네트워크 자원은 한정적이므로 어떤 교수가 어느 시간에 화상 강의를 진행하는지를 따져 네트워크 자원을 활용하고 있다. 강의를 시청하는 학생 또한 최대한 안정적인 네트워크 환경에서 접속해야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강의를 진행할 때 최대한 만족할 수 있는 대역폭을 제공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강의를 녹화하라고 이야기 합니다. 웹엑스는 진행한 내용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저장은 클라우드 혹은 PC에 저장 가능한데 만약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추후 요청하거나 공지 등에 의해 복습 차원에서 영상을 등록, 재교육하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정신적·체력적 어려움도 뒤따른다. 실제 1시간 남짓 모니터를 바라보며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하고 그에 따른 자료 준비도 필요하다. 유 교수 또한 "편견은 아니지만 강의실 수업을 하는 게 강사 입장에서 피로도가 낮다"라고 말했다. 웹엑스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2주 가량 도구를 익히며 어색함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한 교수도 많다고.
온오프라인 결합하는 '블렌디드 러닝'으로 가는 전환점 될 듯
대학교에서 적게는 1~2주, 많게는 1개월 가량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수그러들면 비로소 학생들과 함께 강의실에서 수업을 하겠지만 사태가 더 장기화된다면 어떻게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학 임직원 및 학생들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강의 진행 방식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유인태 교수는 온라인으로 1개월 가량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부 강의 진행은 가능해도 사이버대학은 아니기에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론 교육은 가능하더라도 실습과 연구 등이 병행되는 수업이나 예체능 계열은 상호 교감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온라인 방식으로는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시작됐지만 이를 계기로 향후 비상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게 됐다. 또한 온라인 강의를 다방면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우리는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도 최소한의 규모로 계속 운영해 나갈 예정입니다. 예로 전공보다 교양 과목 중 대형 강의가 있는데 약 100~200여 명 가량 모입니다. 지금까지 강당에서 진행했다면, 향후 웹엑스를 활용하면 공간과 이동 시간, 비용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비록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지만 이것이 곧 수업 방식 자체가 온라인으로 전환된다는 의미은 아니라는 게 유 교수의 입장이다. 강의실(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수업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는데다 모든 전공마다 각각 특징들이 있어서다.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공존하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실습과 연구 등 공간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오프라인 강의를, 단순 이론 교육이라면 온라인으로 인프라와 자원을 절약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교육부 차원에서 정책을 준비하는 것이 환경과 사회 전반적 측면에서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모두 담을 수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그 정도로 유인태 교수는 현재 사태를 걱정함과 동시에 현재와 미래의 교육을 묵묵히 준비해 나가고 있었다. 한편, 이렇게 온라인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비록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것이어도 이런 일이 아니라면 유인태 교수와의 만남도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IT 기술이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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