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협회 기선완 회장
국내 자살률 OECD 국가 중 2위… 스트레스 많은 사회 분위기 탓
빈곤-건강문제로 노인비율 높아… 정부예산 늘리고 대책 마련해야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기선완 교수(정신건강의학과)가 최근 한국자살예방협회 제6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기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충남대 의과대학원에서 자살 연구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이사,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기획조정 실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중앙정신건강사업 지원단 위탁책임자, 인천 서구정신건강복지센터장으로 활동하며 지역사회 정신건강, 알코올 중독 치료, 자살 예방 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현재 자살예방협회는 중앙자살예방센터를 중앙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자살 예방 관련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과 프로그램 개발, 농약안전보관함 보급사업, 예방 관련 종합학술대회 개최를 주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관련 단체들과 연대해 제도적 개선을 위한 정책적 제안과 언론 홍보 활동을 하면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 경쟁과 극심한 스트레스, 자살률 높여
국내 자살률은 2017년 기준 24.3명으로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정부가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을 제정하고 2013년부터 5년에 한 번씩 전국 단위의 실태조사를 하는 이유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18 자살실태조사’를 보면 사망자들 거의가 ‘자살 징후’를 보이지만 주변에선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기 교수는 “극단적 선택은 경쟁적이고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적 분위기와 연관이 있다”면서 “한국은 특히 노인의 자살률이 높은데 노인들의 소외와 빈곤, 만성적인 통증을 비롯한 건강 문제가 노인의 자살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이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양극화에 따른 소득 분배의 문제, 사회 응집력이나 지역공동체의 유지 여부, 과다한 음주나 약물 남용,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의 문제 등이 모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자살 실태조사’에서는 고통 받는 상황에서 자신이나 타인의 자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허용적 태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힘든 상황에서 발생한 극단적 선택에 대해 동정하거나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생명을 문제 회피나 해결 수단으로 여기게 되는 인식이 증가한 것이다.
기 교수는 “극단적 선택은 우리 주변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임에도 특정 개인의 문제로 생각해버리는 경향이 있다”며 “자살은 개인의 회복탄력성이나 정신적 나약함의 문제가 아닌 사회공동체 문제로 다루고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자살 예방 전 영역에서 함께 해야
자살 예방은 보건영역에서만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문화, 경제, 예술 등 전 영역에서 함께 동참하고 공동으로 노력해야 해결이 가능하다. 기 교수는 “국가적 차원에서 예방을 위한 예산을 늘리고 정책을 정비해 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면 자살은 예방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특히 사회적인 편견을 줄여 조기에 전문가의 개입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져 있다. 경제적·사회적 취약층의 어려움이 가중되면 자칫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 교수는 “한국자살예방협회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현재 재정적으로 많이 곤란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회의 재정적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다시 높아지고 있는 자살률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임기 중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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