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피를 마셔도 잠이 잘 와.” “오후에 커피 마시면 늦게까지 잠에 못 들고 가슴이 뛰어.”
사람에 따라 커피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 체질 탓일까?
커피의 각성효과는 ‘카페인’ 때문이다. 몸에 들어온 카페인은 간에서 분해된다. 카페인의 분해가 잘 될수록 각성효과가 빨리 사라진다. 카페인이 간에서 분해되는 과정에는 CYP1A2(이하 카페인 분해 효소)라는 효소가 필요하다.
카페인 분해 효소 효율이 유전적, 환경적 요인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2002년 덴마크의 라즈무센 비비(Rasmussen BB) 연구팀은 378쌍의 쌍둥이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담배 또는 여성의 경구 피임약 복용 등도 카페인 분해 효율에 영향을 주지만 유전 요인이 가장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결과에 도달했다.
카페인의 분해 효소의 효율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15번 염색체에 있다. 카페인과 유전자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 유전자 염기서열 특정 부분의 변이가 A형인 사람을 빠른 대사자(fast metabolizer) C형인 사람을 느린 대사자(slow metabolizer)로 나누기도 한다.
C형의 경우에는 카페인분해가 느려서 카페인이 일으키는 각성 효과를 길게 받는다. “나는 낮에 커피 한 잔만 마셔도 밤에 잠들지 못해”라고 말하는 사람은 C형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커피를 마셔도 잘 자는 사람은 A형 유전자를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빠른 분해자와 느린 분해자의 차이는 각성 효과 외에도 건강 문제에도 영향을 끼친다. 2007년 토론토 대학의 아메드 엘 소엠(Ahmed El-Sohem)과 하버드 대학의 매릴린 코넬리스(Marilyn C. Cornelis)는 치명적이지 않은 심장 마비를 겪은 2014명을 대상으로 일일 커피소비량을 조사하고 유전자를 검사했다. 매일 같은 양의 커피를 마셔도 C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A형 유전자를 가진 사람보다 커피에 의한 심장마비 위험이 더 많이 증가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알더라도 자신의 유전자형을 모르면 커피를 마셔도 좋은지 아닌지 알 수 없어 무용지물이다. 현재 유전자 검사 결과를 분석해 질병 위험을 예측하는 서비스가 각국에서 연구·개발 중이며 일부는 상용화됐지만, 개인별 맞춤 식단 추천 같은 생활 밀착형 정보 제공에 이르기까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미래 기술이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과학과 의학이 쌓아올린 기준을 따르는 게 합리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카페인에 대해 하루 Δ성인 400밀리그램(mg)이하 Δ임신부는 300mg이하 Δ어린이·청소년 체중 1kg당 2.5mg 이하로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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