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구독자’ 유튜브 계정 매매가 230만 원

  • 신동아
  • 입력 2020년 5월 3일 08시 48분


늘어나는 계정 거래에 ‘먹튀’ 주의보

●‘수익 창출 승인’ 유튜브 계정 개당 80만 원에 팔려
●가짜 개인정보, 리워드 앱으로 ‘작업 계정’ 만들어
●한국인·외국인 누리꾼 동원 ‘구독자 늘리기’ 비즈니스
●구독자 1명당 160원, 댓글 1개당 400원, 조회수 1회당 10원
●판매자가 계정 양도했다 회수하면 사기죄로 고소 가능
●계정 거래하지 않는 게 사기 피해 예방하는 방법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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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초부터 유튜버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대 대학생 A씨. 그는 최근 2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가 됐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2만 명 구독자를 모은 건 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유튜브 계정을 230만 원 주고 구입한 덕분이다. A씨는 이 계정을 운영하면서 첫 달(1월분)에 200만 원가량 수익을 얻었다. A씨가 구입한 계정은 유튜브에서 ‘수익 창출 승인’을 받은 계정이다.

유튜브는 2018년 1월 16일부터 최근 12개월 동안 채널 구독자 수(1000명)와 총 시청 시간(4000시간)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수익 창출 승인을 내주고 있다. 그렇게 되면 유튜브 측이 영상 시작 전이나 중간에 짧은 분량의 광고를 삽입해 노출해 준다. 여기서 발생한 광고 수익의 55%는 유튜버가, 45%는 유튜브가 갖는다.

돈 주고 유튜브 계정 사는 사람들

온라인 카페 ‘중고나라’에 올라와 있는 유튜브 계정 거래 게시물.
온라인 카페 ‘중고나라’에 올라와 있는 유튜브 계정 거래 게시물.
A씨는 “유튜버마다 천차만별이지만 구독자 1만 명을 모으는 데 1~2년가량 소요된다. 그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사람도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구독자 수 확보에 드는 시간과 수고를 줄이려고 구독자 수 2만 명 계정을 구매했어요. 230만 원이 큰돈이라 많이 고민했지만 계정 구매로 얻는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에 제 결정에 만족합니다.”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들이 고수익을 올린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정 수준 이상의 구독자 수를 확보한 유튜브 계정을 사고파는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A씨처럼 돈을 주고 계정을 사서라도 수익을 상대적으로 빠르고 수월하게 얻으려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1800만여 명이 이용하는 국내 최대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는 유튜브 계정을 사고판다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4월 1~13일 이 카페에서 ‘유튜브 계정’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한 결과, 유튜브 계정을 사거나 판다는 게시물이 250건가량 검색됐다.

높은 수익을 얻으려면 구독자 수가 많아야 하니 유튜브 계정 몸값은 판매자가 부르는 게 값이다. 구독자 수가 1만 명 이상인 계정 가격이 200만~300만 원을 훌쩍 넘기 일쑤다. 실제 중고나라에는 ‘구독자 수 3만5000명, 500만 원에 처분’ ‘구독자 수 2만800여 명, 310만 원에 삽니다’ 등이 올라와 있다. 일부 게시물에는 ‘거래 완료’라는 글자가 표시돼 있다. A씨는 “간혹 구독자 수가 100만 명 넘는 유튜브 계정을 1억~2억 원에 사거나 팔겠다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 계정들이 실제 얼마에 거래됐는지는 확인하기 힘들다.

구독자 수가 1000여 명 수준에 불과해도 수익 창출 승인을 받은 계정은 너도나도 사려고 줄을 선다. 누리꾼 B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최근 중고나라에 수익 창출 승인을 받은 유튜브 계정 구매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B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계정을 구매하려는 이유로 “구독자가 한 명도 없는 상태에서 영상을 올리면 빠른 시일 내 구독자 수나 조회수를 늘리기 어려워 아예 계정을 사서 유튜버 활동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수익 창출 승인’ 계정, 80만 원에 거래

“유튜브에서 수익 창출 승인을 고지하는 e메일을 받기까지 대기 기간이 오래 걸립니다. 언제 승인이 나는지도 알 수 없어요. 그 기간에 수익을 얻지 못하는 게 아까우니 계정을 사서 기다리는 시간을 절약해 보려 해요.”

B씨는 “구글 애드센스 계정도 구매하려고 하는데, 만약 판매자가 수익 창출 승인 계정과 애드센스 계정을 함께 양도한다면 100만 원가량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구글 광고 계정을 뜻하는 애드센스 계정은 유튜브 계정과 연동된다. 광고주가 구글에 광고를 의뢰하면 구글은 개인 유튜브나 블로그에 광고를 띄우고 그 대가로 일부 광고료를 지급하는 구조다.

그렇다면 유튜브 계정 거래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기자가 4월 13일 유튜브 계정 판매상 3명과 접촉해 양도 방법과 가격 등을 문의해 봤다. 양도 과정을 알려면 유튜브 계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유튜브 계정에는 ‘본 계정 채널’과 ‘브랜드 계정 채널’이 존재하는데, 전자는 구글 회원 가입 당시 사용한 아이디로 개설한 채널, 후자는 자기 채널 이외 추가 연결한 다른 이의 채널을 의미한다. 본 계정 채널은 계정 주인인 당사자만 채널을 관리할 수 있는 반면, 브랜드 계정 채널은 본인 이외 다른 사람도 채널 관리가 가능하다.

유튜브 계정을 양도할 땐 브랜드 계정 채널을 이용한다. 구매자는 판매자가 알려준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판매자의 유튜브 계정에 로그인해 브랜드 계정 채널을 추가한 뒤 판매자의 본 계정 채널에 있던 모든 콘텐츠를 추가 채널로 이전한다. 그러면 기존 판매자 본 계정 채널의 구독자 수와 콘텐츠는 없어지고, 추가한 계정 채널에 구독자 수와 영상이 그대로 옮겨가게 된다. 이후 구매자는 본인만 로그인하도록 계정의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해당 계정에 자신의 금융 정보를 입력해 창출된 수익을 얻는다. 요컨대 추가 계정은 온전히 구매자가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A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판매자한테 구독자 2만 명인 유튜브 계정을 양도받았다고 했다.

대량으로 계정 팔면 십중팔구 ‘작업 계정’

수익 창출 승인을 받은 계정은 채널 1개당 80만 원대로 시장가가 형성돼 있다. 단순 계산하면 구독자 1명당 800원인 셈이다. 한 유튜브 계정 판매상은 “구독자 수가 계정 단가에 큰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댓글이나 ‘좋아요’ 개수, 평균 시청 시간 등에 따라서도 가격 차이가 난다. 특히 유튜브는 전 세계에서 이용하는 동영상 플랫폼이기에 한국인과 외국인 누리꾼들이 댓글을 남기거나 ‘좋아요’를 많이 누르는 채널을 가진 계정일 경우 더 높은 값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한번 노출된 영상은 앞으로도 꾸준히 노출되고 그만큼 조회수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에 영상 개수가 적더라도 최소한 10만~20만 뷰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이 1~2개 정도 있다면 해당 계정 단가는 다른 계정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한다. 앞의 판매상은 “영상 퀄리티는 물론 조회수, 개수, 분량 등에 따라서도 계정 단가가 차이 난다”고 부연했다.

판매상 중에는 계정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들은 이 많은 계정을 어떻게 보유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또 다른 판매상은 “십중팔구 ‘작업 계정’일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이 판매상에 따르면 작업 계정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를 활용해 가짜 개인정보를 만들거나 유튜브에 아직 가입하지 않은 이들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휴대전화 단말기를 개통한 후 유튜브 계정 가입 인증 절차를 거친다. 새롭게 생성된 개인 계정들을 이용해 작업 계정의 구독자 수나 조회수 등을 올린다. 이 같은 일련의 작업을 통해 작업 계정은 수익 창출 승인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광고나 영상을 시청하면 돈을 지급하는 리워드(reward·보상금)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동원되기도 한다.

구매자가 작업 계정을 구매해 사용할 경우 유튜브 감시망에 적발돼 ‘블록’(block·폐쇄한다는 뜻)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앞의 판매상은 “유튜버로 활동해 보기도 전에 돈 잃고 유튜브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계정 양도했다가 회수하면 사기죄 해당

기자가 유튜브 계정 판매상과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나눈 대화 내용.
기자가 유튜브 계정 판매상과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나눈 대화 내용.
계정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한 판매상에게 오픈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대화를 걸어봤다. 기자가 판매상에게 “해당 계정이 ‘작업 계정’일까 봐 걱정된다. 계약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구하자 “지금껏 문제 된 적이 없다. 그 계정을 보내줄 테니 계정을 살펴본 뒤 돈을 입금하라”고 답변했다. 기자가 “작업 계정인지 곧바로 분간하기 어렵다”며 계약서 작성을 재차 요구하자 그는 대화에 더는 응하지 않았다.

계정 거래가 늘어나면서 사기를 당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30대 안모 씨는 지난해 10월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접촉한 판매상한테 구독자가 1000여 명인 유튜브 계정을 사려다 사기를 당했다. 판매상이 안씨에게 70만 원을 송금받고 계정을 양도하지 않은 것이다. 안씨가 뒤늦게 카카오톡을 통해 판매상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이미 잠적해버린 뒤였다. 안씨는 “시세보다 계정 단가가 저렴하다는 생각에 무턱대고 돈을 보낸 게 후회된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구매자로부터 돈을 받고도 계정을 양도하지 않아 사기를 당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계정을 양도했다가 나중에 다시 계정을 회수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거래 과정에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협의해 비밀번호를 변경하지 않고 공유하다가 판매자가 비밀번호를 바꿔버리는 수법이다. 판매자는 비밀번호를 바꾸기 전 구매자의 금융 정보를 삭제하거나 콘텐츠를 다른 브랜드 계정으로 옮겨버린다.

조준현 변호사(법무법인 더펌)는 이 같은 사례와 관련해 “판매한 브랜드 계정 채널을 삭제하거나 콘텐츠를 다른 채널로 이전하고 비밀번호까지 변경했다면 판매자가 구매자를 기망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판매자의 편취 의도가 분명하고 피해자가 돈을 송금한 사실을 증빙할 수 있다면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계정 거래 과정에서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수익 창출 승인을 받은 계정을 구매하는 대신 수익 창출 승인을 받도록 해당 계정의 지표를 키워주는 비즈니스가 조명을 받고 있다. 이른바 ‘구독자 늘리기 작업’인데, 업계 사람들에 따르면 바이럴 마케팅 업체들이 이 시장에서 ‘큰손’으로 꼽힌다. 바이럴 마케팅은 온라인에 입소문을 내는 기법을 말한다. 유튜브 채널을 활용한 마케팅이 큰 주목을 받으면서 바이럴 마케팅 업체의 도움을 받으려는 이도 느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구독자 수는 물론 ‘좋아요’, 댓글, 시청 시간을 늘려 수익 창출 승인을 받도록 바이럴 마케팅 업체가 계정을 전문적으로 관리해 준다. 중고나라 카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 등에는 ‘유튜브 구독자 작업 안전하고 빠르게 해드립니다’ ‘유튜브 계정 전문적으로 관리해 줍니다’ 같은 문구로 홍보하는 게시물이 많다.

누리꾼 동원해 댓글 달고 구독자 수 늘려

바이럴 마케팅 
업체의 
‘구독자 수 늘리기’ 
광고물.
바이럴 마케팅 업체의 ‘구독자 수 늘리기’ 광고물.
그렇다면 구독자 늘리기 작업은 어떻게 이뤄질까. 전문 업체가 영상을 제작해 의뢰인의 유튜브 계정 채널에 업로드하는 게 시작이다. ‘반려동물’ ‘아기’ ‘연예인’ 등 사람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주제나 이슈로 아이템을 선정한다. 업체는 이런 영상을 의뢰인의 유튜브 계정이 수익 신청 승인 조건을 갖출 때까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올린다. 영상이 업로드되면 업체 측이 확보한 한국인과 외국인으로 구성된 누리꾼들이 해당 영상을 끝까지 시청한 뒤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작성하는 등의 작업을 이어간다.

T마케팅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보통 의뢰인 유튜브 채널에 5분 분량 영상 3편과 1시간 분량 영상 1편을 제작해 업로드한다”며 “의뢰인의 요청사항에 따라 작업 내용과 소요 기간이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한 달 정도면 수익 창출 승인 조건에 부합하는 계정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과 외국인으로 이뤄진 누리꾼은 어떻게 동원할까. 앞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 누리꾼들의 정체는 앞서 언급한 리워드(보상금) 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한국에도 리워드 앱이 여러 개 출시돼 있는데, 업체들이 의뢰인의 유튜브 채널을 이 앱에 등록한다. 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해당 유튜브 채널로 접속해 댓글을 달거나 조회수를 올리는 작업을 수행한다.

T마케팅 업체 관계자는 “우리한테 구독자 늘리기 작업을 의뢰하는 고객 대부분은 자영업자나 기업이다. 최근엔 유튜브 채널을 키워 수익을 얻고자 하는 개인 고객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구독자 1명당 160원, 댓글 1개당 400원

작업 비용은 기간과 작업 내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누리꾼이 한국인일 때와 외국인일 때 비용 차이가 크다. 한국인 누리꾼일 경우에는 △조회수 1회당 10원 △‘좋아요’ 1회당 30원 △구독자 1명당 160원 △댓글 1개당 400원 △SNS 공유 1명당 90원이다. 외국인 누리꾼일 경우엔 △조회수 1회당 5원 △‘좋아요’ 1회당 15원 △구독자 1명당 80원 △댓글 1개당 200원 △SNS 공유 1명당 45원으로 시장가가 형성돼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인 1명이 한 편의 영상을 끝까지 시청한 뒤 조회수 1이 올라가고 댓글 1개가 늘어나며 ‘좋아요’ 개수가 1개 증가하고 구독자 수가 1명 증가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총 600원의 작업 비용이 소요된다.

S마케팅 업체 관계자는 “한 달 동안 조회수, ‘좋아요’, 구독, 댓글 등의 ‘토털 작업’을 하는 경우 총 40만~7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수익 창출 승인을 받을 때까지 해당 유튜브 계정을 관리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한 거래를 위해 계약서 작성은 물론 세금계산서 발행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는 “유튜브 계정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사기 등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상 개인정보를 거래하는 건 불법행위이지만, 계정 거래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계정 거래 자체를 하지 않는 게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5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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