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 이하 RPA)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인 '로봇'이 사람의 행동과 작업을 대신하는 기술이다. 이미 특정 논리와 알고리듬을 통해 정형 데이터를 다루는 산업 전반에 고루 투입된 상태며, 차츰 그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RPA를 도입한 분야는 금융 및 보험 업계인데, 바로 정형 데이터인 숫자가 기본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뱅킹이나 다이렉트 보험 가입 등이 대중화되면서, 네트워크상으로 쏟아지는 데이터는 폭증하는데 이를 모두 수작업으로 처리하기란 곤란한 것도 RPA 도입을 견인하고 있는 추세다. 이미 많은 은행 및 보험 업계가 RPA로 처리할 수 있는 ▲ 개인여신 자동기한 연기 ▲ 카드 가맹점 계좌 검증 ▲ 비대면 카드심사 ▲기업체 휴폐업 정보 조회 등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RPA를 단순 업무 보조 역할을 넘어 기업 전체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디지털 전환)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흐름도 관측되고 있다. 농협중앙회(회장 이성희)는 현재 전국 1,118개 농축협과 10만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앞서 4월 1일을 기점으로 디지털농협 구축을 위해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방식의 포털 시스템, 'NH RPA포털'을 구축했다. 이에 IT동아가 'NH RPA포털'을 구상한 NH농협 중앙회 미래경영연구소를 방문해 얘기를 들어보았다.
안재홍 과장과 김도철 차장은 NH농협중앙회 미래경영연구소 소속, 4차산업혁명 추진 센터 소속이다. 미래경영연구소에 대해 소개를 요청하자 안 과장은 "4차산업혁명 추진센터는 농협 계열사별로 추진하고 있는 4차 산업 대응을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부서다.
핵심은 전 부서 간 정보 격차를 줄이고, 디지털 전환을 이룸으로써 동반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들의 역할은 큰 계열사의 디지털 전환 과정과 사례를 각 계열사와 법인이 함께할 수 있도록 조율하고, 대외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NH농협중앙회의 디지털 전환에서 RPA의 역할은 무엇일까. 김 차장은 "농협 계열사 전체에서 RPA를 도입한 첫 사례는 2018년 농협 은행이고, 이후 NH 투자증권이 RPA를 도입했다. 농협중앙회의 도입은 세 번째 순서인데, 앞서 두 사례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농협중앙회가 도입한 NH농협 RPA포털은 각 직원이 의견을 내고, 필요한 RPA를 중앙에서 만들어 계열사 전체가 공유하는 형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8일부터는 전국 농축협 전체가 디지털 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NH미래혁신센터를 출범해 RPA 설루션 적용 및 제안에 나선 상황이다.
NH농협 RPA포털은 농협 RPA와 관련된 업무, 개발, 배포까지 모두 진행하는 포털 사이트다. 가장 큰 특징은 직원이 RPA 적용 사례를 제안하거나, 적용 결과를 공유할 수 있고, RPA 봇을 앱스토어처럼 다운로드받아 본인 업무에 도입할 수 있다. 많은 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10만 임직원 모두가 효율적으로 RPA를 운용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해 고민한 기색이 역력했다. 또한, 간단한 작업이더라도 가능한 많은 사원이 쓸 수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5분을 단축해도 10만 명이 쓸 수 있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계산이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에 유아이패스와 타임게이트를 채택한 이유도 명확하다. 단순히 RPA 자동화 개발 뿐만 아니라, 태스크 마이닝(자동화 대상 업무를 파악하고 분석)과 태스크 캡처(RPA 제작에 필요한 자료 수집), 프로세스 마이닝(동작 체계 분석 및 개선 작업)같은 RPA 도입 전 기획부터, 로봇과 사람의 협업 관계, 이후 자동화 평가까지 RPA도입 전후 체계를 모두 아우르기 때문에 유아이패스를 선택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포털 개발과 스크립트 개발을 실현한 것이 타임게이트다. 타임게이트는 기업용 IT 설루션 업체로, RPA 적용 이후의 디지털 전환 과정까지 고려한 표준화 작업을 제안하고, 농협에서 제시한 세부적인 개발 방법론까지 맞춰왔다고 한다. NH농협 RPA포털의 등장 배경에는 두 기업의 노력이 있었다.
NH농협 RPA포털은 이제 시작이지만, 이는 농협 전 계열사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첫걸음이다. 안재홍 과장은 "RPA를 포털 형태로 구현하는 것은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지금껏 사례가 없었던 이유가 가장 크다. 지금의 결과는 충분히 만족스러우며, 추후에도 유아이패스와 타임게이트의 지원을 통해 전 계열사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이루리라 본다"고 말했다.
김도철 차장은 "디지털 전환과 미래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 업무다 보니, 우리 역시 사상과 철학을 가지고 미래지향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한 것이 NH농협 RPA포털이다. 무사히 첫발을 내디딘 만큼, 전국 10만 농·축협 임직원이 디지털 소외 없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업계는 4차 산업혁명에 가장 보수적인 분야라는 인식이 있다. 까다로운 정부 규제를 준수함과 동시에, 동종 업계에 대한 경쟁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 여기에 IT기술과 금융이 결합한 핀테크 기업의 위협까지 가세하며, 기성 금융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아니, 변화하지 않는 금융사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2020년을 디지털 혁신 추진의 원년으로 삼고, 전국 대표 유형별 농·축협 시범 적용 및 주요 법인 확산에 나선다. 이후 2021년 전국 농·축협에 디지털 기술을 확산하고, 중앙회 차원에서의 RPA 지원에 나선다. 이번 RPA 사업은 2022년에는 전국 농·축협이 안정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일상에 도입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 RPA를 전사적으로 도입함으로써, 미래 사회를 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시점에서 RPA는 투자 개념이며, 보조 인력의 대체재 역할에 충실하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의 발전으로 능동적인 논리를 수행하는 RPA 기술이 나타나는 시점에 RPA를 도입하는 것은 늦는다. 결국 지금 시점에 RPA에 투자하는 금융사가 추후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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