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태 국군의학硏 책임연구원
“적은 시료로 1시간내 진단 가능… 민간 기업 5곳에 기술 이전도”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건수는 14일 0시 기준 70만 건을 넘는다. 전체 인구의 약 1.3%, 국민 100명 중 1명꼴로 진단 검사를 받은 셈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특정하는 유전자를 이용한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방식과 최대 10명씩 검체를 묶어 진단하는 ‘취합 검사법’ 등 다양한 진단 기술을 도입해 온 결과다. 해외에서는 신속한 진단에 따른 조기 방역 모범 사례로 한국을 거론하고 있다.
최근에는 진단 기술이 하나 더 늘었다. 코로나19 진단 기술 관련 국내 특허 1호라는 타이틀까지 붙었다. 주인공은 국군의무사령부가 개발한 ‘코로나19 역전사고리매개등온증폭법(RT-LAMP)’이다. 2월 11일 코로나 진단 기술로 가장 먼저 특허 출원해 2개월 만인 지난달 20일 등록을 마쳤다.
RT-LAMP 진단 기술 개발의 주역인 노경태 국군의무사령부 국군의학연구소 책임연구원(사진)을 13일 대전 유성구 국군의학연구소에서 만났다. 그는 “RT-LAMP 기술을 이용하면 1시간 만에 진단을 할 수 있으며 정확도는 95%에 달한다”며 “RT-PCR의 절반 이하인 2μL(마이크로리터·1μL는 0.001mL)의 시료로도 분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RT-LAMP는 RT-PCR와 비슷하게 환자의 타액이나 코, 목구멍 등에서 검체를 채취한 후 특정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식별해 감염 여부를 판별한다. 다만 RT-PCR의 경우 가열과 냉각의 온도 변화를 통해 유전자를 증폭시키는 반면 RT-LAMP는 섭씨 55∼72도 사이의 동일한 온도에서 유전자를 증폭시킨다.
노 책임연구원은 “특정 유전자를 증폭하는 데는 짧은 DNA 조각인 ‘프라이머’가 쓰이는데 RT-PCR는 2개의 프라이머를 이용하는 반면 RT-LAMP는 4∼6개를 쓴다”며 “온도 변화 시간이 필요 없고 프라이머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적은 시료로도 1시간 내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 책임연구원팀은 2017년부터 국방부 예산사업과 국군의학연구소 내부 연구과제를 통해 RT-LAMP 연구를 진행해 왔다. 노 책임연구원은 “군에서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인 말라리아, 아데노바이러스 감염 등을 진단하기 위해 연구했다”며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만 알면 어떤 바이러스나 진단이 가능하다. 코로나19용 기술을 빠르게 개발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RT-LAMP는 군 내 임무 수행 현장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노 책임연구원은 “민간과 달리 군은 현장에서의 임무 수행이 대부분이라 현장에서의 신속한 진단을 통한 대응이 중요하다”며 “RT-LAMP는 야전에서 휴대성, 신속 탐지, 육안 탐지 가능, 사용 편리라는 장점을 갖췄으며 숙달되지 않은 사람도 검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RT-LAMP가 신속성을 갖춘 대신 거짓 양성이 자주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우려한다. 노 책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거짓 양성은 프라이머 반응 시간이 길어지면 발생하게 된다”며 “거짓 양성이 안 나오는 시간까지만 프라이머를 반응시키는 방식으로 부작용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RT-LAMP는 현재 민간 진단키트 기업 5곳에 기술 이전됐다. 이들 중 일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출품목 허가도 받아 미국과 영국 등에 수출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작 국내에서는 긴급사용승인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의료기술이어서 아직 검증이 덜됐다는 게 식약처의 입장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