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진단기술로 국내 특허 1호 타이틀 땄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5일 03시 00분


노경태 국군의학硏 책임연구원
“적은 시료로 1시간내 진단 가능… 민간 기업 5곳에 기술 이전도”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건수는 14일 0시 기준 70만 건을 넘는다. 전체 인구의 약 1.3%, 국민 100명 중 1명꼴로 진단 검사를 받은 셈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특정하는 유전자를 이용한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방식과 최대 10명씩 검체를 묶어 진단하는 ‘취합 검사법’ 등 다양한 진단 기술을 도입해 온 결과다. 해외에서는 신속한 진단에 따른 조기 방역 모범 사례로 한국을 거론하고 있다.

최근에는 진단 기술이 하나 더 늘었다. 코로나19 진단 기술 관련 국내 특허 1호라는 타이틀까지 붙었다. 주인공은 국군의무사령부가 개발한 ‘코로나19 역전사고리매개등온증폭법(RT-LAMP)’이다. 2월 11일 코로나 진단 기술로 가장 먼저 특허 출원해 2개월 만인 지난달 20일 등록을 마쳤다.

RT-LAMP 진단 기술 개발의 주역인 노경태 국군의무사령부 국군의학연구소 책임연구원(사진)을 13일 대전 유성구 국군의학연구소에서 만났다. 그는 “RT-LAMP 기술을 이용하면 1시간 만에 진단을 할 수 있으며 정확도는 95%에 달한다”며 “RT-PCR의 절반 이하인 2μL(마이크로리터·1μL는 0.001mL)의 시료로도 분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RT-LAMP는 RT-PCR와 비슷하게 환자의 타액이나 코, 목구멍 등에서 검체를 채취한 후 특정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식별해 감염 여부를 판별한다. 다만 RT-PCR의 경우 가열과 냉각의 온도 변화를 통해 유전자를 증폭시키는 반면 RT-LAMP는 섭씨 55∼72도 사이의 동일한 온도에서 유전자를 증폭시킨다.

노 책임연구원은 “특정 유전자를 증폭하는 데는 짧은 DNA 조각인 ‘프라이머’가 쓰이는데 RT-PCR는 2개의 프라이머를 이용하는 반면 RT-LAMP는 4∼6개를 쓴다”며 “온도 변화 시간이 필요 없고 프라이머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적은 시료로도 1시간 내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 책임연구원팀은 2017년부터 국방부 예산사업과 국군의학연구소 내부 연구과제를 통해 RT-LAMP 연구를 진행해 왔다. 노 책임연구원은 “군에서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인 말라리아, 아데노바이러스 감염 등을 진단하기 위해 연구했다”며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만 알면 어떤 바이러스나 진단이 가능하다. 코로나19용 기술을 빠르게 개발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RT-LAMP는 군 내 임무 수행 현장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노 책임연구원은 “민간과 달리 군은 현장에서의 임무 수행이 대부분이라 현장에서의 신속한 진단을 통한 대응이 중요하다”며 “RT-LAMP는 야전에서 휴대성, 신속 탐지, 육안 탐지 가능, 사용 편리라는 장점을 갖췄으며 숙달되지 않은 사람도 검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RT-LAMP가 신속성을 갖춘 대신 거짓 양성이 자주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우려한다. 노 책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거짓 양성은 프라이머 반응 시간이 길어지면 발생하게 된다”며 “거짓 양성이 안 나오는 시간까지만 프라이머를 반응시키는 방식으로 부작용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RT-LAMP는 현재 민간 진단키트 기업 5곳에 기술 이전됐다. 이들 중 일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출품목 허가도 받아 미국과 영국 등에 수출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작 국내에서는 긴급사용승인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의료기술이어서 아직 검증이 덜됐다는 게 식약처의 입장이다.

대전=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코로나19#진단기술#국군의학연구소#특허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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