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HUBO)가 대전의 지역방송 뉴스 앵커로 깜짝 변신했다.
KAIST는 휴보가 14일 대전·세종·충청 지역 민방인 TJB 대전방송(대표이사 이광축)의 오후 8시 뉴스를 5분 간 진행하는 앵커 역할을 맡았다고 15일 밝혔다. 김현지 아나운서의 소개로 등장한 휴보는 이 방송이 개국 25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로봇 산업과 활약상을 다룬 2개의 기획 리포트를 소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언텍트(비대면) 사회로 변화하는 가운데 일상 속에 자리를 잡아가는 바리스타 로봇, 서빙 로봇, 수술 로봇 등의 활약상과 국내 로봇 연구 및 개발 현장 등을 소개하는 리포트였다. 이날 방송에 등장한 ‘휴보2’는 2009년 개발된 것으로 오준호 KAIST 교수 연구팀이 개발해 2004년 첫선을 보인 휴보의 후속 모델이다.
이재곤 보도국장은 “개국 기념으로 비대면 시대 더욱 주목을 받을 로봇을 다루기로 결정한 뒤 아예 기획 리포트의 소개도 로봇이 하도록 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와 추진했다”며 “국내 방송 사상 처음 시도한 것으로 아는데 시청자들이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휴보는 뉴스를 진행하면서 상체를 틀어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아나운서와 인사를 나누는 자연스러운 앵커 제스처를 선보였다. 휴보를 원격 조종하는 수트를 입은 연구진이 카메라 뒤에서 동작을 취하면 휴보가 그대로 따라 하는 기술이 적용돼 가능했다. 오 교수는 “우리 연구실에서는 ‘아바타 휴보’라 부르기도 하는데, 아바타는 움직임과 느낌을 쌍방향으로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에 엄밀하게는 맞는 말이 아니다”며 “아바타 기술로 가는 과정의 기술이라 봐야 한다”고 말했다.
휴보의 연구실 밖 나들이 경력은 화려하다. 2015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포모나에서 미 국방성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재난대응 로봇 경진대회 ‘다르파 로봇 챌린지(DRC)’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세계 유수의 로봇 연구팀을 제치고 1위에 올라 200만 달러(약 22억 원)의 상금을 차지했다 2017년 12월에는 오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탑승형 로봇인 FX-2와 함께 평창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나서기도 했다.
오 교수는 “코로나19로 점차 비대면화, 원격화, 무인화의 움직임이 촉진되는 데다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의 본국회귀)의 확산으로 자동화가 가속화되면 로봇에 대한 수요는 더욱 많아지고 있다”며 “이를 구현해야 하는 로봇 공학계의 움직임도 더욱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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