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곳곳에 울려퍼진 치유의 음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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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의료원 음악회 개최
‘코로나19 극복’ 작은 음악회… SNS 공연 생중계로 희망 전해

원형준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바이올리니스트.
영남대의료원(의료원장 김태년)은 22일 권역 호흡기 전문질환센터 1층 로비에서 개원 41주년 기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음악회를 열었다. 연주는 원형준 바이올리니스트와 서수민 첼리스트가 맡았다.

음악회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도 생중계됐다. 실제 공연이 이뤄지는 장소에는 객석을 앞뒤 좌우 2m 이상 간격으로 배치해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지켰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영남대의료원 라이브 방송에는 130명이 넘는 인원이 접속해 아름다운 선율을 감상했다. 바쁘게 오가던 의료진들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클래식 연주를 들었다. 병실의 환자와 보호자는 이동하지 않고도 모니터로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 오랜만에 병원 곳곳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수민 첼리스트.
서수민 첼리스트.

김태년 영남대의료원 의료원장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매월 2∼3회 이상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행복한 로비 음악회’를 열었다”며 “코로나19 지역 확산이 거세지면서 몇 달 동안 모든 음악회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김 의료원장은 “오랜만에 병원 곳곳에 치유의 음악이 울려 퍼져 질환과 싸우느라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영남대의료원은 개원 41주년을 맞이해 지역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외부 음악회를 기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외부 행사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명지병원과 대구1생활치료센터에서 원형준 바이올리니스트가 음악회를 기획했다는 내용을 접하고 병원 내 작은 공연을 준비했다.

영남대의료원은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가 가장 많은 지역에 있다. 병원 관계자는 “지역 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의료진과 모든 교직원이 몇 달 간 비상사태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음악으로 잠시나마 사람들이 걱정과 시름을 잊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고자 공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원형준 바이올리니스트와 서수민 첼리스트는 3월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치료받고 있는 명지병원의 음압격리병동에서 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특별 공연을 기획한 바 있다. 4월에는 대구1생활치료센터에서 코로나19 격리 환자를 위한 치유 음악회를 열어 깊은 울림을 전했다. 원 바이올리니스트는 코로나19 이전에 남북한 합동 공연에 집중했다. 음악이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예정돼 있던 모든 공연이 취소되고 설 무대가 사라졌다. 그는 이런 시기에 음악인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연주 영상을 올렸고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명지병원에서의 연주회는 이렇게 성사됐다.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과학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병원체 서열과 스파이크 단백질의 구조를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스지에 발표됐다. 이 연구의 핵심 멤버인 마르쿠스 뷸러(Markus J.Buehler) 교수가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감독을 위한 솔로 바이올린 편곡을 진행 중이다. 원 감독은 “코로나19 맞춤형 음악을 곧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원 감독은 “코로나 사태 종식에 음악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뇌과학연구소와 협업해 음악이 면역력에 미치는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의료#영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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