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전 유성구 소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업체 솔젠트의 포장실. 간편자동화(LCiA) 컨베이어를 앞에 두고 작업자들이 일렬로 서서 한창 포장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첫 번째 작업자가 키트의 5개 구성품 중 3개를, 두 번째 작업자가 나머지를 상자에 넣었다. 곧바로 세 번째 작업자가 뚜껑을 닫자 다음 작업자가 라벨을 붙이고 밴딩해 아이스박스에 집어넣었다. 이 과정이 쉴새없이 반복됐다.
이같은 ‘흐름 생산 방식’ 덕분에 포장에 걸리는 시간은 500키트 기준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절반이나 줄었다. 앞선 작업 과정을 볼 수 있어 구성품의 이중 투입과 오투입 검수도 쉬워졌다. 커다란 테이블 한 곳에 용기를 늘어놓고 작업자 여러 명이 동시에 달라붙어 작업하던 이전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솔젠트가 이처럼 각 공정을 스마트화(化)함으로써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기까지 소요된 기간은 불과 6주, 투입 비용은 1억원이다. 그간 주당 생산성은 1만1900키트에서 2만571키트로 73%가량 증가한 반면, 용기 이물 불량은 40% 개선됐다.
작업방식의 개선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가 손을 맞잡으면서 시작됐다. 정부로부터 3번째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솔젠트는 기술력은 있었지만 몰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능력은 없었다. 제품화 과정은 물론 자재·제품의 구분관리 역시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등 대량생산을 위한 공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중기부는 중견·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 구축 시 대기업이 30%, 정부가 30%의 구축비용을 지원하는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사업을 통해 솔젠트를 적극 지원했다. 중기부의 요청을 받은 삼성전자는 솔젠트에 지난달 7일부터 스마트공장 전문가 멘토 20여명을 현장에 파견, 총 73개 과제를 발굴해 공정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먼저 시약 제조 공정의 레이아웃을 분석·재배치해 물류 동선의 이동 거리를 148m에서 98m로 34% 단축했다. 또 시약 정보를 담은 바코드를 자재와 완제품에 부착하고, 태블릿 앱을 적용해 실시간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재고 관리가 가능하도록 구현했다.
시약을 담는 큐브 용기의 독일 수입이 중단된 상황에서 용기의 전면 국산화 작업도 착수했다. 기존 용기의 캡에 들어가는 ‘오링’ 부품이 쓰이지 않는 금형을 새롭게 만들어 원가를 55%까지 절감했다. 금형 제작에는 삼성전자 휴대폰 금형을 제조하는 협력사인 인탑스와 윤일정밀이 참여해 정밀도를 높였다.
석도수 솔젠트 대표는 “모든 제품 가격에는 금형 가격이 포함되는데 삼성의 지원으로 금형 자체가 회사의 자산이 된 덕분에 원가를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과정은 석도수·유재형 솔젠트 대표, 김종호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지원센터장, 협력사 대표, 임직원 등 38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실시간 공유됐다. 피드백 등을 포함한 대화 분량만 A4용지 44쪽에 이른다.
김 센터장은 “단톡방을 통한 소통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새삼 느꼈다”며 “서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술술 찾아 오너십을 가지고 임하고, 처음 만난 직원들이 힘을 합쳐 6주간 결실을 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비전 확인기’를 도입해 담당자가 일일이 라벨의 인쇄 불량과 오·탈자를 수작업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의 오류를 대폭 줄였다. 다음달 15일까지는 큐브 라벨 부착 자동화를, 오는 30일까지는 분주 공정의 자동화를 마칠 예정이다.
강성천 중기부 차관은 이날 솔젠트에서 열린 ‘스마트공장 현장혁신 보고회’에서 “정부와 대·중소기업이 코로나19 대응과 중소기업 현장의 생산 애로를 해결하는데 함께 협력해 스마트솔루션을 찾고 성과를 낸 대표사례로서 의미가 크다”며 “중소기업의 현장혁신을 위해 스마트공장 지원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욱조 중소기업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삼성과 협력해 시스템·디지털화·초정밀 분야의 노하우를 진단키트와 코로나19 보건용품 기업에 이식해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이루고, 코로나19 극복에 힘을 보태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향후 스마트공장을 보급 중인 SD바이오센서, 코젠바이오텍 등 진단키트 업체들에 대해서도 스마트공장 현장혁신 보고회를 순차적으로 개최해 보급 성과를 확인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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