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OS가 있다면, 데스크톱에는 크롬OS가 있다. 크롬은 구글이 개발한 리눅스 기반의 운영체제로, 가볍고 편리한 데다가 무료 서비스다. 윈도우 10만큼 유연하게 활용할 순 없지만, 웹서핑이나 문서 작업 등 간단한 기능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크롬 OS는 구형 저사양 컴퓨터에서도 원활하게 돌아가고, 인터넷 웹앱 중심으로 동작해 구형 컴퓨터나 초소형 PC에도 안성맞춤이다.
이에 따라 크롬OS를 초소형 PC의 끝이라 할 수 있는 USB형 컴퓨터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52g 장치에 컴퓨터 하드웨어와 윈도우 8을 담은 인텔 컴퓨트 스틱 같은 USB형 컴퓨터가 있었지만, 사양이 낮고 활용도도 애매해 USB형 컴퓨터의 가능성만 보여주고 끝났다. 하지만 크롬 OS는 윈도우보다 단순하고, 저사양에서도 원활하게 동작해 USB형 컴퓨터 구축에 더욱 알맞다.
USB에 컴퓨터를 담는 것은 비효율적이지만, 운영체제가 담긴 USB를 꽂아서 어떤 컴퓨터든 내 컴퓨터로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럼 평소에 USB를 꽂아 작업하다가도, 필요할 때 들고 나가서 꽂기만 하면 내 컴퓨터가 나타나는 그런 그림이 그려진다.
구글 크롬 OS를 USB에 넣는 발상, 웨인 OS
USB에 운영체제를 담겠다는 발상을 현실로 옮긴 IT기업이 있으니, 바로 우리나라 IT 스타트업인 웨인(Wayne. INC)이다. '웨인 OS'는 오픈 소스인 크로미움 OS를 USB 플래시 드라이브에 담도록 개발된 버전으로, 지난 2월 정식 버전을 공개한 뒤 4월에도 두 번째 정식 버전을 공개하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웨인 OS는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배포되고 있으며, 컴퓨터에 USB를 꽂고 다운로드받은 파일의 인스톨러 파일을 실행해 따르기만 하면 된다. 이때 사용되는 USB는 USB 3.0이나 그 이상 버전이 권장되며, 신뢰성이 높은 유명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좋다. 설치가 완료되면 곧바로 웨인 OS 사용 준비가 끝난다.
다만 부팅 과정은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웨인 OS 진입 과정이 바이오스(BIOS)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바이오스란 컴퓨터 운영체제 중 가장 기본적인 입출력을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로, 컴퓨터의 기초 데이터 흐름을 관장한다. 부팅 시 F2/F8/F10/Del 키 등을 눌렀을 때 뜨는 조작 화면이 바이오스다. 바이오스 진입 후 부팅 장치를 웨인 OS가 탑재된 USB로 설정해주면 되는데, 바이오스 진입 과정이나 부팅 우선순위 설정은 컴퓨터 제조사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제조사 홈페이지를 통해 진입 방법과 부팅 설정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부팅 우선순위 지정이 끝난 뒤 재부팅 하면, 컴퓨터가 웨인 OS로 동작한다. 언어를 한국어로 설정하고, 구글 계정과 인터넷 연결을 끝내면 웨인 OS를 쓸 수 있다. 웨인OS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장공간이 USB를 따른다는 점이다. 크롬OS를 일반 컴퓨터에 설치할 때 쓰는 네버웨어(NEVERWARE)의 경우, USB에 운영체제를 담을 순 있지만, 그 자체를 저장 공간으로 쓸 수 없어 USB형 컴퓨터로는 곤란하다. 반면 웨인OS는 USB 저장공간을 운영체제용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컴퓨터처럼 데이터를 저장하고 운반할 수 있다.
설정이 끝난 웨인 OS를 활용해보자. 웨인 OS 부팅 속도는 컴퓨터가 아닌 USB 속도를 따른다. USB 3.0만 지원된다면 HDD보다 부팅 속도가 빠르다. 간단한 계정 정보를 입력하고 메인 화면으로 진입하면 기존에 사용하던 윈도우 크롬 브라우저나 구글 정보가 미리 동기화돼있다. OS에서 웹 서핑이나 사진 및 영상 감상, 노트북 밝기나 음향 설정 등 기본 기능이 제공되며, 문서 다운로드나 저장, 확인까지 지원한다.
설정상 저장 공간은 약 16GB로 확인되는데, 이는 캐시 메모리 개념의 공간이다. 웨인 OS상에서 다운로드하면 16GB 저장공간에 임시로 저장되는데, 실제로는 이 16GB가 아닌 USB 저장 공간 내로 파일이 옮겨진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연결된 컴퓨터의 저장 장치를 외부 저장장치처럼 표기한다는 것이다. 만약 윈도우 10 기반 컴퓨터에서 듀얼 OS 개념으로 활용한다면, 별도의 저장장치를 거칠 필요 없이 내부 저장소에서 옮기기만 하면 된다. 반대로 웨인 OS에 저장한 데이터는 윈도우 10에서 일반 USB처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참고로 동작 중 USB가 분리되면 그대로 정지되니 주의하자.
가장 현실적인 '손 안의 운영체제'
웨인 OS는 USB만 꽂으면 어떤 컴퓨터든 크롬북으로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운영 체제다. 기본적으로 USB형 컴퓨터가 필요한 사람, 그리고 구형 컴퓨터에 가벼운 OS를 탑재하는데도 알맞다. 또한 개인이나 교육 용도의 무료 운영체제가 필요한 경우에도 적합하다. 보안이나 특수 목적 용도로 윈도우 10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이중 운영 체제를 원한다면 이상적인 선택이다.
매번 바이오스를 통해 부팅 경로를 지정해야 해 일반 사용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지만, 이는 웨인 OS의 문제가 아니라 x86 컴퓨터 자체의 구조 때문이라 어쩔 수 없다. 웹 기반 작업이 주류면서, 내 손안에 운영 체제를 다루고 싶은 사용자라면 웨인 OS를 만나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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