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존재하는 최강의 생명체는?” 많은 사람은 최악의 환경에서도 살아온 바퀴벌레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니다. 가장 강한 생명력을 가진 생명체는 곰벌레다. 독특한 생김새의 수생 무척추동물인 곰벌레는 길이가 0.3∼0.5mm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진공 상태인 우주 공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지구 생명체다. 그런데 놀랍게도 곰벌레는 무더위에 치명적으로 약하다. 덴마크 연구진의 연구에서 곰벌레가 활동 상태에 있을 때 섭씨 37.1도에서 하루 노출시키니까 반 정도가 죽었다. 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곰벌레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다면 곰벌레보다 훨씬 더 약한 인간은 어떨까.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올여름도 역대급 폭염이 예상된다고 각국 기상예측기관들은 말한다. 미국 해양대기청과 영국기상청은 올해가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가장 더웠던 해가 2016년으로 이때는 엘니뇨의 영향이 컸다. 그런데 2019년은 엘니뇨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전 세계의 온도가 치솟으면서 역대 두 번째로 기온이 높은 해를 기록했다. 특히 유럽 지역으로 엄청난 폭염이 강타했다. 2019년 7월 말, 프랑스 남부 지방에서는 낮 최고 기온이 무려 46도를 기록했다. 파리의 기온이 42.6도로 최고 기록을 깼다. 바다는 더 뜨거웠다. 2019년 해수온도는 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 그런데 말이다. 2019년의 무더위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2020년 1월 전 지구의 기온이 가장 높았고 2월과 3월은 두 번째로 기온이 높은 달이었다. 우리나라 기상청도 올여름이 2018년에는 못 미치지만 역대급 폭염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문제는 올여름에는 폭염만이 아니라 코로나19까지 창궐한다는 점이다. 세계기상기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폭염 시즌에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폭염이 지속되면 저소득층의 경우 에어컨이 있는 쉼터 같은 곳을 찾는다. 에어컨은 폭염을 해결해주는 반면 코로나19 비말을 확산시켜 감염 위험을 높인다. 더욱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쉼터를 찾지 못할 상황에는 저소득층에서 폭염 희생자가 다수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와 폭염에 모두 취약한 노인들의 경우엔 더 위험하다. 저소득층이나 노인층에서 다수의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면 이는 곧 의료 붕괴를 초래해 대규모 사망자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해오던 폭염대책으로는 안 된다. 코로나19 영향을 포함한 새로운 폭염대책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을 경우 코로나19보다 폭염으로 인한 사상자 발생이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 2003년 유럽을 휩쓴 폭염으로 프랑스에서만 1만5000여 명이 죽었다. 충격을 받은 프랑스는 새로운 법을 만들어 재난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2019년 프랑스는 2003년보다 더 강력한 폭염이 찾아왔다. 그러나 사망자는 1500여 명밖에 되지 않았다. 기온은 더 올라갔는데 피해는 왜 줄어들었을까. 대비만 잘하면 피해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 실제적인 폭염대책이 세워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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