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10% 확보… 現重과 협업 강화
서빙-청소 등 지능형 로봇 공동개발… 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도 협력
구현모 사장 ‘AI컴퍼니’ 선언 이후 LG전자 등과 ‘차세대 먹거리’ 공략
통신사에서 ‘인공지능(AI) 컴퍼니’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KT가 연일 AI 연합군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구현모 KT 사장은 현대중공업과 LG전자, LG유플러스 등 다양한 기업들과 AI 협력 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첫 전략적 투자처로 현대중공업 자회사인 현대로보틱스를 선택했다.
KT는 16일 서울 종로구 KT 사옥에서 현대로보틱스에 50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와 함께 향후 지능형 로봇, 제조업 디지털 혁신 등을 위한 사업에 협력하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구 사장과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참여하는 AI·디지털 혁신 사업 협력위원회도 설치한다.
현대로보틱스는 2017년 현대중공업지주의 로봇사업부로 설립돼 올 5월 별도법인으로 분사했다. 기업가치는 약 5000억 원으로 평가됐으며 이번 계약으로 KT는 현대로보틱스 지분 10%를 확보하게 됐다.
KT는 지난해 10월 AI 컴퍼니 전환 선언을 전후로 현대중공업과 긴밀하게 협력했다. 2월 KT가 주창한 ‘AI 원팀’에 현대중공업이 기업으로서는 처음 합류했고, 4월에는 현대로보틱스와 합작한 2세대 기가지니 호텔로봇을 선보였다. 5월에는 현대건설기계와 함께 ‘5G 스마트 건설기계·산업차량 플랫폼 공동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현대로보틱스 지분 투자 및 협력 협정에 따라 양사는 향후 지능형 서비스로봇 개발, 자율주행 기술 연구, 스마트팩토리 설치 등에서 사업 기회를 함께 발굴할 계획이다. KT는 지능형 로봇과 자율주행기술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현대로보틱스는 하드웨어 개발 및 제작을 각각 담당해 서빙 로봇, 청소·보안 로봇 등을 공동 개발한다. 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선 KT가 통신기술, 보안 상품을 제공하고 현대로보틱스가 로봇 솔루션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처럼 KT가 AI 연합군 공고화에 나선 것은 산업계의 디지털 전환 등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이 통신사의 ‘차기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1∼3월) 기준 KT 별도 B2B 매출은 전년 대비 8.2% 증가한 6748억 원이다. 이 중 AI·디지털 전환 등 신성장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28.5% 증가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5세대(5G) 무선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하는 가운데 B2B AI·디지털 전환 시장은 통신사 입장에서 아직 블루오션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디지털 혁신과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는 제조사 입장에서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정기선 부사장은 “앞으로 제조업체의 경쟁력은 단순히 제품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시장 흐름을 읽고 변화하는 것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KT와 폭넓은 사업협력을 통해 현대중공업그룹이 디지털 혁신으로 세계 리딩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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