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동물은 자신의 부모에게서 사냥 방법을 배워 독립해 생존경쟁을 한다. 반면 사람과 유인원은 부모뿐 아니라 같은 집단내 동료들에게서도 생존기술을 배운다. 기존 학설에서는 돌고래는 모계를 통해 사냥기술을 배운다고 여겨졌다. 국제 연구진이 호주에서 돌고래의 행동을 10년이상 관찰한 결과, 부모뿐 아니라 동료에게서도 기술이 전파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위스와 독일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26일 생물 분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호주 서부 샤크만(Shark bay) 지역에 사는 돌고래 집단은 ‘쉘링’(shelling)이라는 기술을 사용한다. 돌고래가 소라과 같은 복족류의 껍질을 이용해 물 속에서 물고기를 잡은 다음 수면 위로 올라와 껍질을 흔들어 물을 빼내고 물고기를 먹는 것이다. 사람이 뜰채 낚시를 하는 것처럼 도구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것이다.
기존에는 이런 기술을 비롯한 생존기술을 윗세대에서 아랫세대로 즉, 수직 사회적 전달(vertical social transmission)을 통해 전승된다고 여겨졌다.
연구진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남방 큰 돌고래’(Indo-Pacific bottlenose dolphin)를 관찰하며 5300번 돌고래를 만났으며 이를 통해 1000마리 이상의 개체를 구분해 냈다. 연구진은 행동 관찰과 유전적 관계분석 등을 이용해 돌고래 집단 내 사회적 관계를 파악하고 쉘링 기술이 어떻게 퍼졌는지를 기록했다. 분석 결과 같은 부모·자식뿐 아니라 동료들 사이에서도 기술이 전파되고 있다는 점을 규명해냈다.
이번 연구를 시작한 취리히 대학 마이클 크뤼젠(Michael Krützen) 교수는 “자손이 아닌 동료 사이에서 사회적으로 기술이 전파된다는 사실은 유인원과 유사하다”며 “수명이 길고 두뇌가 발달한 두 포유류 동물은 진화 과정과 생존 환경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혁신에 능하고 문화적으로 행동을 전파하는 능력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자녀 사이에서만 생존 지식이 전파될 경우보다 집단 내 동료 사이에서도 지식이 전파될 경우, 집단 전체가 환경 변화에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환경이 변화했을 때 누군가가 효율적 생존 전략을 발견하면 집단 전체에 퍼지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적응과 생존에 유리하다.
책임연구자인 독일 콘스탄츠 대학의 소냐 와일드(Sonja Wild) 박사는 “돌고래를 비롯한 이빨이 있는 고래들은 어머니의 행동을 모방하는 학습 전략을 가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번 발견은 놀라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1년 전례없는 단기 해온상승이 상어 만에서 많은 물고기와 무척추 동물을 제거했다”며 “먹이 고갈이 돌고래들에게 동료들로부터 새로운 행동을 배우는 것을 촉진했을 수도 있고, 소라 같은 복족류가 죽어 남긴 껍질이 많아 ‘쉘링’ 기술을 학습할 기회가 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스위스 취리히대학(University of Zurich, UZH)의 인류학부 마이클 크뤼젠교수와 독일 콘스탄츠 대학(Universität Konstanz)의 소냐 와일드 박사에 의해 수행됐으며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National Geographic Society)의 지원이 있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