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으로 장을 튼튼하게… 여행지 ‘물갈이 설사’ 예방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8일 03시 00분


낯선 환경, 상한 음식 바이러스 구토-복통-설사 일으키는 주범
유해균 막고 유익균 늘리는 유산균 떠나기 1주일 전부터 챙겨먹어야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즐거운 여행을 방해하는 불청객이 있다. ‘물갈이’. 일명 ‘여행자 설사’라고 불리는 물갈이는 반복되는 설사와 복통, 구토를 유발해 여행지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동아일보DB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즐거운 여행을 방해하는 불청객이 있다. ‘물갈이’. 일명 ‘여행자 설사’라고 불리는 물갈이는 반복되는 설사와 복통, 구토를 유발해 여행지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동아일보DB
여름휴가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는 해외 대신 국내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늘었다. 또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명소보다는 한적한 자연 속에서의 휴양이나 캠핑을 선호하는 추세다. 하지만 오랜만에 떠난 여행지에서 뜻밖의 ‘불청객’을 만나 고생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물갈이’라고 불리는 복통과 설사다. 낯선 장소에서 평소에 먹지 않던 새로운 음식이나 고기 같이 기름진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여름철에는 음식이 쉽게 상하고 장이 예민해지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 여행지의 ‘물갈이 설사’… 유해 세균이 원인
물갈이는 여행을 망치는 주범이다. ‘여행자 설사(Traveler′s Dia rhea·TD)’로 불린다. 여행자 설사는 반복되는 설사 증상과 함께 복통·구토를 동반하고 심하면 발열·혈변 등의 증세도 나타난다. 단순 설사부터 패혈증까지 증상이 매우 폭넓고 다양하다. 특히 2세 이하의 유아와노인,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행자 설사의 대부분은 대장균과 같은 유해 세균의 감염이 원인이다. 평소 내성이 생기지 않은 유해균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특히 습도와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는 세균의 활동이 활발해져 감염률이 높아진다. 세균은 주로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몸에 들어온다.

낯선 환경도 여행자 설사의 원인이 된다. 토양 공기 물 등에 존재하는 미생물 균총(미생물 집단)이 평소의 생활권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예민한 사람은 이에 반응할 수 있다. 이는 장 속 미생물의 균형을 깨뜨려 설사를 일으킨다.

특히 캠핑은 주로 야외에서 바비큐를 즐기는데 식재료를 비위생적으로 보관·조리할 경우 부패와 변질이 쉬워 식중독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여름철 아이스박스와 같은 냉장기구 없이 축산물(생고기)을 외부나 차량 트렁크에 보관하면 4∼6시간 후부터 세균 증식이 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술과 돼지고기 소고기 소시지나 라면 등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섭취하다보면 음식물의 소화가 더뎌지며 설사와 복통을 겪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 유산균 섭취, 장내 유익균 늘려 장 건강 도와

여행지에서 복통이나 설사가 나타나면 흔히 지사제를 복용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설사는 바이러스·세균 감염으로 생긴 독소를 배출하기 위한 우리 몸의 방어활동이다. 지사제를 복용해 인위적으로 설사를 멎게 하면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다. 만약 침습성 세균 등에 의해 심한 장염이 생겨 설사를 하는 경우엔 패혈증으로 이어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여행자 설사를 일으키는 병원균의 80% 이상을 박테리아가 차지한다는 점에서 항생제 투여를 고려할 수 있지만 내성 문제 때문에 2017년 국제여행자의학회(ISTM)는 “일반인에게 여행사 설사 예방 목적의 항생제 투여를 금지한다”고 지침을 정했다.

따라서 여행자 설사를 예방하려면 일단 세균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수돗물이나 길거리 음식은 피하고 청결한 물과 음식만을 먹는다. 채소, 과일 등을 씻을 때도 생수를 사용한다. 손도 자주 씻는다.

캠핑 시에는 식재료로 축·수산물을 이용할 경우 최대한 마지막에 구입해 바로 아이스박스와 같은 냉장기구에 넣어 세균 증식을 억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축산물 등의 육즙이 다른 식품에 묻어 교차 오염되지 않도록 별도로 구분해 보관해야 한다. 조리·섭취 단계에서는 고기류는 중심부까지 충분히 익혀서 섭취해야 하며 익히지 않은 재료와 접시를 구분해 담고 칼, 도마, 젓가락, 집게 또한 나눠서 사용한다.

○ 유산균의 핵심은 ‘장내 생존율’, 따져보고 골라야
여행자 설사의 또 다른 예방법은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 섭취다. 유산균은 설사를 일으키는 병원성 미생물·장내 유해균을 죽이거나 증식을 억제한다. 장 속의 유익균은 늘려주고 유해균은 억제해 탈이 난 장을 자연스럽게 안정시켜준다. 식중독의 원인균이 자랄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똑같은 여행지더라도 개인의 면역력에 따라 세균의 증식 속도와 활동 시간이 달라서 물갈이 증상 여부와 정도에 차이가 난다. 유산균은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장을 튼튼하게 하기 때문에 여행 1주일 전 고함량·고기능성 유산균인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면 장내 유익균 수를 늘려 물갈이를 예방할 수 있다. 실제 유럽에서는 여행 전 정제·캡슐·스틱형 등의 유산균 제품을 섭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같은 효과는 2018년 ‘대한역학회지’에 실린 논문 ‘여행자 설사에 있어 프로바이오틱스의 예방 효과’에서 언급됐다. 11편의 무작위 임상시험 논문 등을 선정해 분석한 결과 프로바이오틱스가 여행자 설사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2011년 중앙대병원 연구팀이 설사형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를 대상에게 8주 동안 유산균제제를 투여한 결과 50%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해당 연구진은 “복통, 설사, 변비 등이 주 증상인 과민성장증후군은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끼치는 질환으로 프로바이오틱스로 이를 개선할 경우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몸에는 100조 마리 이상의 미생물이 존재한다. 그들의 대사를 돕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일찍이 장내에 유익한 균이자 장 건강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오랫동안 발효식품 등을 통해 우리와 함께해 왔다. 특히 최근 들어 프로바이오틱스는 ‘대세’라 할 정도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규모는 2017년 4657억 원에서 지난해 6444억 원으로 38% 이상 늘어났다.

다양한 유산균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제품 선택 시 가장 따져봐야 할 것은 바로 ‘장내 생존율’이다. 균 자체가 아무리 좋아도 식도와 위를 거쳐 장까지 살아서 도달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위산과 담즙산을 견뎌 장까지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균수를 아예 늘리거나, 겉에 보호막을 코팅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일명 ‘프롤린 유산균’이 등장했다. 프롤린이라는 아미노산을 유산균에 첨가해 균주 자체의 내산성(산에 견디는 정도), 내담즙성, 안정성을 향상시킨다.

이와 더불어 프리바이오틱스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가 좋아하는 영양분이다. 일종의 먹이로 프로바이오틱스가 장까지 제대로 살아서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 때문에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할 때 프리바이오틱스도 함께 먹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료#종근당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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