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칼럼]‘공중보건 체계’ 재정립 시급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3일 03시 00분


김혜경 대한공공의학회 고문
김혜경 대한공공의학회 고문
지난달 인천의 한 선별진료소에 파견된 보건소 직원 3명이 무더위 속에서 검사를 하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일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보건소는 방역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대책에는 지방의 공중보건 조직 강화와 인력 보강 등에 관한 대책은 빠져 있다. 한국의 공중보건 체계는 중앙의 보건복지부, 지방의 시도 보건부서, 시군구 보건소의 3단계로 구축됐다. 시도와 시군구 보건당국은 지방자치단체에 속해 자치단체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자체 규모와 자치단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조직, 인력, 예산 등에서 지역별 격차가 클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일관된 국가 보건정책 추진에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고 공중보건 서비스의 질과 양이 지역별로 다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앙정부와 기초자치단체를 연결하는 허리 조직인 광역자치단체의 공중보건 조직은 매우 취약하다. 폭증하는 보건업무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중앙의 지시를 기초자치단체로 전달하고 처리 결과를 중앙으로 보고하는 통로 역할만 하고 있다. 보건소 역시 기초지자체의 다른 행정부서에 비해 조직이 취약하며 자치단체장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공중보건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는 공공의료 분야에서 일할 의사인력 확충을 위해 공공의대 신설과 국립의대 증원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의사 수 증원만으로 보건소를 비롯한 공공의료 분야에 필요한 의사를 충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의대 신설과 기존 의대 증원을 논의하기에 앞서 현재 약 2000명에 달하는 공중보건의사를 충분히 활용하고 보건소 및 지방의료원 의사들의 근무실태를 파악해 의사들이 왜 이 분야를 기피하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201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보건소 의사들은 의사 평균보다 훨씬 낮은 보수를 받고 있다. 의사 채용을 유도하는 의료업무 수당도 10년째 동결된 상태이다.

관리의사의 경우 대부분 임기제 공무원으로 임용돼 신분이 불안정하고 승진, 교육기회 부족 등 발전 가능성이 낮아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도 보건소 의사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공중보건의 개념 정립과 공중보건기본법 제정 등을 통한 국내 공중보건 체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김혜경 대한공공의학회 고문
#공중보건 체계#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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