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르는 악플’ 칼 빼든 양대포털…“스포츠뉴스 댓글 중단”

  • 뉴스1
  • 입력 2020년 8월 7일 12시 32분


악성 댓글을 달았을때의 화면(캡처)© 뉴스1
악성 댓글을 달았을때의 화면(캡처)© 뉴스1
국내 양대 포털 사이트 운영사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악성 댓글(악플) 전쟁 전선을 연예 영역에 이어 스포츠 영역으로 확대했다. 선수들을 향한 일부 이용자의 악성 댓글(악플) 문제가 심각해진 것에 따른 조치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스포츠뉴스의 댓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다고 7일 밝혔다. 네이버는 이달 중 댓글 기능이 폐지 될 예정이며 카카오는 이날 오후 4시부터 댓글 기능이 폐지됐다.

네이버는 이날 오전 7일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네이버 스포츠뉴스’ 댓글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 클린봇을 적용해 악성 댓글을 차단하는데 힘써왔으나 이를 교묘하게 이를 피해서 생성된 악성 댓글이 꾸준히 생성되자 댓글 잠정 중단 조치를 내렸다.

네이버는 “(댓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기술 수준을 높이며, 사전·사후적으로 악성 댓글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발전시켜왔지만 최근 악성 댓글의 수위와 그로 인해 상처받는 선수들의 고통이 간과할 수준을 넘는다는 판단에 따라 ‘네이버 스포츠뉴스’에서 댓글을 잠정 폐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 중 스포츠뉴스의 댓글을 우선 중단하고 그외 동영상 등 영역 별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시기는 논의 중이다.

실시간으로 응원하는 팀과 선수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포츠 경기 생중계의 ‘라이브톡’은 현재와 같이 유지되며 욕설 등 악의적인 내용을 걸러낼 수 있도록 AI클린봇2.0이 적용된다.

스포츠 외에 다양한 영상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생산하는 ‘네이버TV’에도 AI클린본2.0을 도입하고 채널 운영자에는 댓글 기능 활성화 권한을 부여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현재 스포츠 서비스에서 자주 발견되는 댓글의 유형을 면밀히 분석해, 악성 댓글은 노출을 자동 제어하는 기술을 추가 개발 중”이라며 “댓글이 중단되는 동안 이를 고도화해 그 실효성이 담보되면 댓글 중단 해지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카카오도 스포츠뉴스 댓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다고 7일 밝혔다.

카카오는 이날 “건강한 소통과 공론을 위한 장을 마련한다는 댓글 서비스 본연의 취지와는 달리, 스포츠뉴스 댓글에서는 특정 선수나 팀, 지역을 비하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악성 댓글이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며 “카카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그간의 고민과 준비를 바탕으로 오늘부터 스포츠뉴스댓글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스포츠뉴스 댓글을 중단하는 동안 댓글 서비스 본연의 목적을 다할 수 있는 조치를 준비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댓글 서비스를 자유롭게 소통하고 누군가를 응원하며,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공간으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이용자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공간인 만큼, 선한 이용자들의 참여와 영향력을 확산시켜 건강한 온라인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포털 사이트 중 악플을 향해 가장 먼저 칼을 빼들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는 ‘악플’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가수 겸 배우 고(故) 설리(본명 최진리)와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연예뉴스에서 댓글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우리도 가 보지 않은 길이라 앞날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자면 리스크가 있을 수 있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후 올해 3월에는 네이버가, 7월에는 네이트가 연이어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를 폐지했다.

양대포털은 댓글 폐지 외에도 악성댓글을 근절하기 위한 정책을 순차적으로 시행해 왔다.

카카오는 올해 2월 욕설과 비속어를 음표(♩♪)로 치환하던 기능을 욕설과 비속어뿐 아니라 차별·혐오 표현에도 신고할 수 있도록 확대했으며 보고 싶지 않은 댓글이나 해당 댓글 작성자를 앞으로 나에게 보이지 않게 하는 ‘덮어두기’ 기능을 마련했다.

네이버 역시 올해 3월부터 댓글 작성자의 활동이력과 닉네임을 공개하는 것으로 정책을 바꿨다. 또 신규 가입한 이용자는 가입 후 7일이 지난 시점부터 뉴스 댓글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회원가입 후 짧은 기간 댓글 활동을 한 뒤 아이디를 해지하거나 휴면 아이디로 전환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다.

지난달 31일 여자배구 고유민 선수가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사실이 알려지며 체육계는 선수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KBO리그의 대표 에이전시인 리코스포츠다. 이예랑 리코스포츠 대표는 지난 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앞으로 소속 선수들에 대한 댓글, 다이렉트 메시지, 커뮤니티 게시물 등을 통한 모욕, 허위사실 유포, 신용 훼손, 명예 훼손, 업무 방해 등에 대해 법적으로 대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팬들의 제보로 악성글을 보게 되었는데 며칠동안 밥도 잘 넘어가질 않았다.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더 이상 간과하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4일 선수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 스포츠 기사 댓글 기능 개선을 요청했다.

경기력과 병역특례에 대한 비난 등 악플 피해를 호소한 프로야구 LG 오지환 선수 역시 악플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으며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겸 대한탁구협회장은 故고유민 선수를 애도하며 ‘스포츠뉴스 댓글 금지법’을 발의해달라고 국회에 제안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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